'메탈 기어'로 잠입 액션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구축한 코지마 히데오 감독. '코지마 프로덕션'으로 독립 후 처음 개발한 '데스 스트랜딩'에서는 '배달 액션'이라는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선보이며 게이머들을 당황시켰습니다. 드넓고 황량한 세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주인공과 그의 짐을 노리는 무법자들 뿐, 서서히 인류의 멸종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세계관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쉘터에 거주하며 물자를 배송하는 '포터'의 손길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죠.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데스 스트랜딩' 현상 속,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며 인류를 다시 '연결'하는 것은 '데스 스트랜딩'을 관통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 초기 출시되는 기묘한 타이밍 덕분에, 게임을 접한 많은 이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얻기도 했죠. 코로나바이러스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코지마 히데오 감독조차 게임의 스토리를 일부 수정할 정도로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후속작인 '데스 스트랜딩2'는 약 2년 간 지속되어 온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개발이 시작되었고, 그 사이에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좀 뜸해졌지만 '메타버스'의 대두는 물리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인간의 연결의 코 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고, 매일같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의 삶은 전과 다른 환경이 되었습니다.

'데스 스트랜딩2'는 여전히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연결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작과 사뭇 다릅니다. 거기에 눈에 띄게 발전한 비주얼과 완성도를 높은 게임플레이가 더해지며, '영화처럼 몰입하는 게임'으로서 프랜차이즈 정체성을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 본 리뷰는 '데스 스트랜딩2'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임명: 데스 스트랜딩 2: On the Beach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5. 6. 26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개발사: Kojima Productions
서비스: SIE
플랫폼: PS5
플레이: PS5



Previously on 'Death Stranding'
이제는 익숙해진(?) 세계관, 깊이를 더하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생각해도 '데스 스트랜딩'은 무척 생소한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내내 어딘가로 '배송'을 해야 한다는 콘셉트도 그렇고, 특히 '데스 스트랜딩' 현상을 둘러싸고 있는 미스터리들은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망자의 혼이 이승으로 좌초되어 BT(좌초체)가 되고, BT와 살아있는 인간이 접촉하면 핵폭발을 일으키고... 그 외에도 카이랄리움이라는 물질, 타르 등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배워야 할 설정들은 아주 빼곡했습니다.

그럼에도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이 세계는 아주 매력적인 비밀을 간직했고, 개인적으로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도 전작을 재미있게 즐긴 게이머들 중 대부분은 이 독특하고 본 적 없는 세계관에 이끌렸을 것입니다. 원작의 엔딩 이후, 11개월이 지난 시점을 다루는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 샘은 인류를 멸종으로 이끌 '라스트 스트랜딩'을 막아냈고, 그의 노력으로 연결된 미국은 AI 시스템의 도움으로 모든 배송을 로봇이 담당하게 됐습니다. 샘은 자신의 여정 기간 동안 함께 해온 BB(브리지 베이비), '루'와 함께 멕시코 동부 국경 지역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죠.

▲ 어느새 머리카락도 자란(?) 루와 함께 지내는 주인공 샘

물론, 이번에도 모종의 사건이 발생하고, 샘은 다시 한 번 세상을 '연결'하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작을 이미 플레이한 플레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세계관 설정이지만, 그래도 처음 경험했을 때보다는 낫습니다. 이제 우리는 '데스 스트랜딩'이라는 게임이 어떤 플레이 방식을 가졌는지, 무엇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게임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데스 스트랜딩2'의 이야기는 원작에서 소개한 설정 위에 그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대충 감은 잡은 상황에서 이후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1편에서 만나본 인물, 2편에서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추가되는 시스템은 스토리 안에도 디테일하게 녹아들어 있으며, 플레이어가 주인공 '샘 브리지스'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 프래자일의 도움을 받아 점프할 수는 없지만, 다른 시스템이 이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더 이상 '프래자일'의 도움을 받아 해변을 건너 지역을 이동할 수 없습니다. 프래자일이 '점프 쇼크'라는 증후군을 앓고 있기 때문이죠. 대신, 타르 조수(데스 스트랜딩 이후 나타난 타르의 바다)를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함선 'D.H.V. 마젤란'이 플레이어의 거점과 지역 이동을 도맡습니다. 게임 시스템의 모든 디테일이 스토리에 녹아들어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에 전작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데스 스트랜딩2'를 더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전작과 바로 이어지는 내용인 만큼 원작 플레이 경험이 권장되지만, 가급적 이후 발매된 '디렉터스 컷' 버전을 플레이해 보기를 바랍니다. 해당 버전에 추가된 일부 장비, 게임플레이 매커니즘을 경험하고 나면, 이번 작품의 방향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몰입감 높이는 비주얼(과 듀얼센스 스피커)
이 게임 때문에 PS5 프로가 갖고 싶어졌다

▲ 시작부터 감탄사가 나오는 비주얼... 컨트롤러에서는 돌 굴러 가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죠

멕시코 동부 산맥 중턱에 걸터앉아 있는 샘, 그리고 그의 품에 안긴 아기 루의 이야기는 이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우드키드의 곡 'Minus Sixty One'이 배경음으로 깔리고, 눈이 탁 트이는 산맥의 시야가 한 눈에 들어오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샘. 이들을 비추는 항공 카메라 시야. 샘의 발걸음에 맞춰 드럼 소리가 울리도록 편곡된 배경 음악이 모두 어우러지는 장면은 단숨에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미 SGF 프리미어 영상을 통해 모두에게 공개된 연출이지만, 실제로 접할 때의 몰입감 또한 상당한 편입니다. 전작에 비해 발전한 비주얼을 통해 플레이어는 언제나 자신이 배송할 지역의 생김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작에 없던 낮과 밤 연출, 지진과 홍수, 산불과 같은 자연 재해가 더해지며 게임 플레이에 근본적인 변화도 생겼고요.

▲ 설산 지역은 30fps로라도 '품질' 모드를 고르고 싶었을 정도

또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데스 스트랜딩2'가 게임플레이 내내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스피커를 정말 '차고 넘치게' 활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샘의 발걸음 소리는 물론, 발에 치인 돌이 굴러가는 소리, 개울을 밟았을 때 소리 등 모든 효과음이 컨트롤러에 내장된 스피커에서 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호작용에 따른 햅틱 피드백 효과도 더해졌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컨트롤러의 배터리 잔량을 수시로 확인해야만 했을 정도입니다.

오픈월드 비주얼 뿐 아니라, 컷신 비주얼 또한 수준급입니다. 치아까지 스캔했다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표정 변화는 물론이고, 그간 작품들에서 보여준 '영화같은' 순간들을 이 게임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분량도 꽤 적절한 수준으로, 전작보다는 더욱 비중이 높아졌지만, '메탈기어 솔리드4'처럼 컷신 일색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은 주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데스 스트랜딩2'의 놀라운 비주얼은 PS5의 품질 모드에서 제 힘을 발휘합니다. 성능 모드 비주얼도 충분히 좋지만, 품질 모드로 설산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의 느낌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죠. 다만, 품질 모드의 경우 30fps로 고정이 되기 때문에 이를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PS5 프로를 구매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불편함은 줄이고, 선택지는 늘리고
전작에서 대폭 발전한, '정돈된' 게임플레이

원작에서 처음 접한 많은 이들을 당황시킨, '배달 액션' 위주의 게임플레이도 상당한 발전을 보여줍니다. 전작에선 '선택의 다채로움'보다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던 여러 요소들을 대부분 정리하고, 그 위에 새로운 시스템 요소를 가미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거기에 플레이어의 전작에 대한 경험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스 스트랜딩'의 핵심 게임플레이인 '배송'을 통해 카이랄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고, 그 과정에서 루트를 개척해 나가는 시스템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이번 후속작은 시작부터 플레이어에게 직접 루트를 설정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배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어줍니다.

▲ 맵을 통해 배송 루트의 경사도, 예상 소요 시간, 위험도 등을 미리 확인 가능

이 부분은 원작과의 게임플레이와도 가장 크게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배송 액션'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시 많은 플레이어들은 목표 배송 지역까지 가는 길에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미지의 존재이며, 또 위협이었습니다. 케이스를 서서히 침식하는 타임폴, 호시탐탐 택배를 노리는 뮬들, 그리고 눈에 보이지도 않아 식은땀을 흘려야 했던 BT들까지 말이죠.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2'는 마치 플레이어가 원작을 경험했다는 가정 하에 모든 수단을 준비해둔 느낌입니다.

쉘터로부터 배송 의뢰를 받고 나면, 플레이어는 전체 지도에서 배송지까지 루트를 스스로 짤 수 있는 '준비 단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러 마크를 이리 저리 이어가며,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최적의 방법을 계획할 수 있죠. 더구나 전체 지도는 전작보다 많은 정보를 주는데, 가령 특정 지역에 BT가 출몰하거나, 무법자의 영향권 안에 있거나, 또는 홍수로 인해 강물이 불어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배송 수단이 더해져 전작과 다른 '배달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 스토리 상 전투 비중도 늘어난 한 편, 원한다면 배달 루트도 공격적으로도 설계할 수 있고요

그 말은 곧, 배송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 이제는 더이상 '뜻밖의'일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 내가 가는 길에 어떤 위협이 도사리고 있고, 또 어떤 장비를 준비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죠. 가령, 높은 절벽을 지나가는 것이 다음 배송지까지 향하는 최단 거리라면, 다른 때보다 사다리를 한두 개 정도 더 챙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찬가지로 게임 내 도사리는 전투 상황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배송 루트에 어떤 종류의 적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장비를 챙기는 것이 전작보다 더 직관적으로 변했습니다. 거기에 살상, 비살상, BT 대응 탄환 등 장비가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하나의 무기만으로도 웬만한 적들을 상대하기 수월하게 변화했습니다.

어떤 총기든 기본적으로 적을 기절시키는 용도가 되었고, 이에 따라 시체를 소각하는 화장터 시스템도 생략됐죠. 아예 살상 총기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기 선택 창에서 특정 버튼 조합을 입력해 살상 모드를 해제할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인간을 살해한 이후 뒤처리가 더 어려운 세계관인 만큼 살상 모드를 써야 하는 상황은 없었습니다.

물론, 특정 종류의 적에게 특화된 무기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위협 때문에 이런저런 총기를 등에 짊어질 필요가 없어진 것 만으로도 편의성이 상당히 강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여러 다른 환경 요소가 더해지면서, 여전히 배송의 길은 험난합니다

▲ 멀리 보이던 모래폭풍이 점점 다가올 때의 긴장감이란

그렇다고 해서 배송 루트를 언제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에선 확인할 수 없던 '환경의 변화'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지진, 타임폴로 인한 홍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모래폭풍, 스크립트 상 메인 스토리 미션에서 한 번 등장하긴 하지만 대형 화재와 같은 것들은 여전히 플레이어의 길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거기에 더해, 게임플레이 뿐 아니라,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구조 또한 전작보다 정돈된 인상을 줍니다. 전작에서는 때로 중구난방 식으로 컷신이나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반면, '데스 스트랜딩2'를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그런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습니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고, 스토리가 진행되는 컷신을 시청하고, 한숨 돌린 뒤 다시 여정을 떠나는, 약간은 반복적일 수 있는 구조를 통해 굵직한 이야기를 깊이있게 전달하며, 여러 다른 쉘터의 인물들과의 이야기가 담긴 서브퀘스트는 새로운 설계도를 얻거나, 신형 장비를 얻는 좀 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그 쓰임새가 분명해졌습니다.

▲ 포터 등급이 오를때마다 해금되는 APAS 펌웨어를 통해 성장의 재미도 추가됐습니다


*주의: 중간에 좀 지루할 틈 있음
그것조차 의도했다면, 할 말이 없네요

▲ 픽업트럭 타고 나면 게임이 너무 쉬워져 버림

보다 짜임새 있는 구조를 취한 메인 스토리,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갈 주도권을 더 많이 건네준 게임플레이, 전작의 불편함을 덜어낸 '정돈된' 모습은 분명 '데스 스트랜딩2'가 후속작으로서 보여주는 발전한 모습입니다. 원작을 플레이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게임에 빠져들고,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주인공과 세계관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전작과 비교해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지는 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겠습니다. 대략 20여 시간 정도 플레이한 뒤, 그러니까 초중반 부분의 도로와 모노레일을 어느 정도 닦아놓고 나면 게임의 텐션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 맞딱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새로 등장하는 이동 수단 '코핀 보드'는 예외입니다. 진짜 제일 재밌음.)

▲ 코핀 보드는 진짜 미쳤습니다, 재미 하나는 독보적

이 즈음이 되면, 플레이어에게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은 아주 드물게 됩니다. 웬만큼 준비만 한다면, 배송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돌발 상황 정도는 손쉽게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거의 종결급 이동수단인 픽업트럭을 사용하게 되는 이후로는, 무게나 화물 수량의 압박에서 대단히 자유로워지고요.

▲ 배달->휴식->컷신->가끔 보스전 식 구성이 중간에 좀 질릴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매번 메인 퀘스트 수행, 그 다음 마젤란 호 방문, 컷신 감상 순서로 진행되는 구조가 더해지면서 함께 찾아오는 지루함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반복적인 장면들(샘이 상호작용할 때 나타나는 짧은 컷신들)은 주저없이 스킵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웬걸, 이 또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의도했다는 정황이 게임에 참여한 아티스트 우드키드(WOODKID)가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테스트 반응이 너무 좋아서, 어딘가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입니다.

해당 인터뷰에 따르면,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우드키드에게 "사람들이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았던 것들을 결국에 좋아하게 되길 원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전했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진짜로 무언가를 사랑하게 된다고 말이죠. 전작과 비교해 많은 분들이 개선되며 게임플레이 자체가 대단히 매끄러워진 것은 맞지만, 중반까지의 경험만으로는 그의 말처럼 이 게임을 '사랑하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데스 스트랜딩2'의 사전 리뷰 가이드라인에는 평소 여타 게임에선 잘 확인할 수 없던 문구가 있었는데, 바로 "엔딩크레딧을 보기 전까지는 점수가 기재된 리뷰 작성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죠. 물론, 대부분의 리뷰는 엔딩 이후 작성하는 것이 (암묵적인)원칙이지만, 이러한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직접 언급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이를 접하는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후반부에 뭔가를 숨겨놨나 보다'고 예상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요.

▲ 물론, 배달 자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결의 의미'를 되새기는, 치유의 여정
"우리는 '왜'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가?"

'밧줄'과 '막대기'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도구다.
밧줄로 좋은 것들을 끌어당기고, 막대기로 나쁜 것들을 멀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우리가 발명한 최초의 친구들이었다.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밧줄과 막대기 역시 존재했다.
- 아베 코보, "밧줄"


전작 '데스 스트랜딩'의 도입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소설가 아베 코보의 위 문구는 시리즈의 핵심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인류를 잇는 '다리', 해변에 좌초된 포유 동물들의 '탯줄', 실제로 배송 과정에서 줄기차게 사용하는 스트랜드(밧줄)까지. 연결을 상징하는 '끈'이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되기도 합니다.

전작이 단절된 것 사이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배송'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작품인 '데스 스트랜딩2'는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트레일러,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페이지, 여러 곳에서도 그 주제 의식을 명확히 나타내고 있죠.

▲ '드로브리지'의 로고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막대기'와 '밧줄'

'Should We have connected(우리는 연결되어야만 했나?)'

전편을 통해 미국 전역에 카이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단절된 인류를 다시 한 번 연결한 주인공에게, 이제 호주라는 새로운 대륙을 연결할 플레이어에게, 게임(로비 화면 문구입니다)은 이렇게 묻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 이후, 인류는 대면 소통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연결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수단(이라고 자처하는)들이 그저 '연결' 자체에만 충실해지는 경우도 있었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사람들을 모아놓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우후죽순 나타나고, 또 사라졌던 탓에, 아직도 사람들은 '메타버스'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전작인 '데스 스트랜딩'과 이번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대비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데스 스트랜딩2'의 스토리는 엔딩을 향해 달려나가며, 우리에게 왜 연결이 필요하고, 또 그 연결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 자신의 의지와 관련 없이 행해지는 '연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과연 진정한 의미의 '연결'은 어떤 것인지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생각하게 만듭니다.

▲ 아직 감추어진 세계관의 비밀은 많고, 엔딩으로 향할수록 서서히 진실이 드러납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하자면,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단체인 '드로브리지(DRAWBRIDGE, 도개교)'라는 이름에서부터 게임의 메시지를 얼핏 유추할 수 있습니다. 도개교는 두 곳을 잇는 다리지만, 때로는 그것을 들어올려 그 연결을 단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결과 단절을 주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도개교를 가진 사람이 되겠죠.

이 '연결의 주체성', 누가 맺고 끊음을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해서 '데스 스트랜딩2'를 플레이한다면, 전작에 이어 게임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연결'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작 엔딩 이후를 그리는 후속작으로서, '데스 스트랜딩2'에서는 여러 갈래로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그리고 비밀이 서서히 그 진실을 드러냅니다. 주인공 샘이 약 10여년 전에 겪은 사고의 진실은 무엇이었는지, BB포드를 벗어나서도 무럭무럭 잘 자란 '루'의 정체는 무엇이며, 또 호주 대륙으로 네트워크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이들의 속내는 무엇인지. 알아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 연결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면서, 주인공 샘에게는 치유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번 작품의 게임플레이 진행 구성이 메인스토리를 중심으로 짜여진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풀어나갈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서브 퀘스트 이야기의 비중은 조금 덜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위에서 설명한 정돈된 플레이 구조 덕분에, 후반부까지 몰입감을 잃지 않는 것이 가능하기도 했고요. (중반부의 위기를 넘어서면 말이죠)

하지만, 리뷰 가이드가 강조한 것처럼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는 꼭 한 번쯤 보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간 베일에 감춰져 있던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이번 작품은 주인공 샘에게 있어서 일종의 '치유의 여정'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감독 특유의 (취향 주의)감성 연출이 더해진, 한동안 기억에서 잊혀지기 힘든 장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모두를 위한 게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한 번은 추천하고 싶은, 독창적인 이야기


▲ 엔딩 보면 반할 수밖에 없는, 남자 중의 남자 '닐'

위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듯, '데스 스트랜딩2'는 전작과 비교해 아주 많은 부분에서 '정돈'이 이뤄진 게임입니다. 목표는 분명하지만, 그 목표까지 걸리는 과정을 고스란히 플레이어 손에 맡기면서 보다 능동적인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했죠. 거기에 메인스토리 진행을 중심으로 짜여진 레벨 디자인이 더해지며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는, 규칙이 분명한 '배달 액션'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번 작품이 전작보다 더 대중적으로 변모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쿠X맨 게임'이라고 불려 온, 화물 배송 게임이라는 본질은 여전합니다. 특정 지점에서 특정 지점으로, 화물을 안전하게 배송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게이머라면 여전히 이번 작품에서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올해의 짜증나는 빌런 상을 노리는 '힉스'의 역할도 기대할만 합니다

그럼에도 '데스 스트랜딩2'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던 이유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창적인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희미해진 최첨단 기술 사회의 모습은 근래 게임 세계관 중 가장 신선한 축에 속하며, 수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스캔해 만든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연출 또한 대단한 몰입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을 자제했지만, 전작에 이어 등장하는 인물들과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 모두가 저마다 흥미로운 배경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메인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변화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죠.

▲ 주인공 뿐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의 '치유'를 위한 여정이기도 합니다

타르 바다에게 아들과 자신의 오른손을 빼앗긴 마젠란 호의 선장 '타르맨'. 밖에 나가기만 하면 타임폴이 내리지만, 자신 주변 1.5M 반경에 한해 타임폴에 의한 피해를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레이니'. 정체불명의 고치 안에서 발견된 신비한 소녀 '투모로우',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는 붉은 갑옷의 사무라이까지. 샘이 이번 여정에 만나는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고충과 '연결'에 대한 생각도 클라이막스를 향하며 어느 정도 해소되는 만큼, 본 작품의 결말이 가진 비중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작을 즐겁게 플레이한 게이머에게, '데스 스트랜딩2'는 더할 나위 없는 후속작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간 알 수 없었던 세계관의 비밀, 샘의 과거와 같은 이야기들은 좀처럼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엔딩 순간까지도 그 신비함을 유지합니다. 물론, 중반부의 지루해지는 부분은 개인차가 있겠으나,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생각하면 꾹 참고 버틸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어째서 부제가 'On the Beach'인지는, 클라이막스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