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고스(ARGOS)는 프로그램이나 기기가 아닌,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아르고스 손성호 이사는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보안 방식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부정행위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이를 우회하는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사들이 어느 정도 한계치에 왔다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이걸 기술적으로 막지 말고, 사람을 기준으로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아르고스의 해법은 특정 계정이 아닌, 그 계정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를 식별하는 것이다. 만약 한 유저가 A 계정에서 핵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해당 유저의 신원을 확인하여 B, C 등 다른 계정으로의 접근까지 막아버리는 '원천 차단'이 가능해진다.
이는 국내 유저들에게 익숙한 '휴대폰 본인 인증'과 같은 실명 확인 개념을 글로벌 환경에 적용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간편 인증 제도가 잘 되어 있어 필요성이 적지만, 주민등록번호나 통일된 간편 인증 체계가 없는 해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중국, 인도 등 다양한 국가의 유저가 모이는 글로벌 게임에서는 마땅한 신원 확인 방법이 없었다.
아르고스 기술의 핵심은 개별 기술의 단순 조합을 넘어선, 통합적이고 전문적인 '신원 확인(IDV, Identity Verification)' 솔루션에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신원 인증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올인원(All-in-One)'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게임사가 신분증 문자 인식(OCR), 위조 판별, 안면 인식, 라이브니스(Liveness) 탐지 등 개별 엔진을 각각 구매해 조합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발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아르고스는 모든 과정을 완결된 형태로 제공하여, 고객사는 단 한 줄의 코드 연동만으로 전체 프로세스를 즉시 도입할 수 있다. 이는 개발 리소스를 줄여, 실제 운영에 드는 총 소유 비용(TCO)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아르고스의 엔진은 전 세계 200개국 이상의 4,000종이 넘는 신분증을 99.9% 정확도로 인식하고, 위조 여부를 판별한다. 핵심은 '라이브니스 탐지' 기술이다. 이는 제출된 얼굴이 실제 살아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사진이나 동영상, 딥페이크 등을 이용한 것인지 판별하는 기술이다.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분석이 끝나는 'Passive' 방식과, 고개를 돌리는 등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Active' 방식을 모두 지원하여 타인의 사진이나 정보를 이용한 도용 가능성을 차단한다.
신분증, 얼굴 정보와 같은 민감 정보를 다루는 만큼, 데이터 보안은 최우선 과제다. 아르고스는 글로벌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에 의거하여, 데이터 처리의 주체인 고객사(Controller)의 지침에 따라 안전하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탁자(Processor)'의 역할을 수행한다. 모든 정보는 강력하게 암호화되어 보관되며, 해커가 실제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

물론 유저 입장에서 신분증과 얼굴을 촬영하는 과정은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손 이사 역시 "사용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허들이 추가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 '허들'이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을 거친 계정은 '인증된 계정(Verified Account)'이 되고, 게임사는 이들만을 위한 별도의 신뢰도 높은 서비스 풀을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하되, 순위가 중요한 '랭킹전'은 인증된 유저들만 참여하게 하는 식이다.
유저 입장에서는 핵 사용 걱정 없이 공정한 환경에서 실력을 겨룰 수 있다는 신뢰를 얻게 된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부정행위로 인한 유저 이탈을 막고,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아르고스의 기술력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MSU)'다. MSU는 금융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사용자 신원 확인이 의무인데, 이 프로세스에 아르고스의 솔루션이 탑재되어 라이브로 서비스되고 있다.
이는 아르고스의 솔루션이 단순 편의 기능을 넘어, 금융권 수준의 보안과 신뢰도를 갖추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재 아르고스는 넥슨과 같은 대형 게임사들과 부정 사용자 차단 목적으로 솔루션 적용을 논의하며, 게임 시장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손성호 이사는 "게이머가 신뢰할 수 있는 경쟁 환경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게임산업 내 아르고스의 역할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