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5 콘텐츠산업포럼’을 오는 6월 18일(수)부터 20일(금)까지 3일간 서울 광화문 CKL 스테이지에서 개최했다.
올해 콘텐츠산업 정책포럼은 ‘Next K를 향한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정책 ▲방송 ▲이야기(스토리) ▲음악 ▲게임 등 5개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적・산업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 마지막 날인 오늘(20일)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데이터 분석 분야 및 AI, 게임업계의 전문가들이 '경계를 넘어 세상을 플레이하다'는 주제로 논의를 이어나갔다.
"데이터 기반 전략 수립, 이젠 필수를 넘어 체화해야"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센서타워의 임찬구 시니어 어카운트 디렉터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최신 동향과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한 데이터 기반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찬구 디렉터는 2025년 1분기를 기점으로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가 분기별로 반등하는 추세이며, 이는 주로 인도 시장의 성장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반면, 인앱 구매(IAP) 매출은 꾸준히 점진적인 성장을 보여왔으며,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이 가장 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남미와 중동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성장률 측면 두 자릿수를 기록, 유의미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 시장은 2023년 대비 2024년에 22억 달러 이상 성장하며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고, 모노폴리 고, 라스트 워, 로열 매치와 같은 상위 게임들이 이러한 성장을 주도했다. 장르별로는 시뮬레이션, 퍼즐, 아케이드 장르가 전체 다운로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었으며 , 매출 측면에서는 전략, RPG, 퍼즐 장르의 점유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전략 장르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16% 이상 성장하며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데이터 지표로는 시장 적합성 지표(인앱 구매 매출과 다운로드), 광고 효율 지표(미디어 믹스 및 소재 분석), 유저 인게이지먼트 지표(리텐션 및 세션 수)를 제시했다. 임찬구 디렉터는 신작 출시 건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리소스 활용이 필수적이며 , 경쟁사 분석을 통해 광고 매체 전략을 수립하고, 게임 내 기능 개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로는 '카피바라 Go!'와 '씨사이드 이스케이프'가 손꼽혔다. '카피바라 Go!'는 시즌 이벤트 맞춤형 프로모션과 틱톡을 시기에 따라 집중활용한 광고 전략에 힘입어 2024년 4분기 글로벌 수익 4위를 기록했다. 씨사이드 이스케이프는 여타 비슷한 장르의 게임과 달리 의도적으로 프로모션이 뜨는 시기를 늦추면서 게임플레이 몰입도에 좀더 집중했다. 또한 앱러빙에 주력한 마케팅 채널 전략과 플레이어블 소재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에 힘입어 국내에서 부진한 매치 머지2 장르임에도 다운로드 폭이 크게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임찬구 디렉터는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신작뿐만 아니라 기존 라이브 게임의 장기적인 수익화 전략이 중요하며, 정교한 현지화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마케팅 및 콘텐츠 전략이 실질적인 성장을 견인한다"고 데이터에 기반한 관리 및 전략이 앞으로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사운드, 애니메이션까지 활용되는 AI

뒤이어 엔씨 AI의 김민재 CTO는 게임 개발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과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엔씨 AI는 올해 2월 엔씨소프트에서 분사했으며,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활용 가능한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재 CTO는 엔씨 AI에서 현재 게임 개발에 필요한 애셋 전반에 걸쳐서 AI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시나리오, 캐릭터 대사, 기획서를 프롬프트를 줘서 자동으로 생성하는 텍스트 AI는 물론 최근 일반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이미지 AI도 고도화 작업 중이다.



현재 엔씨 AI는 단순히 그림을 그럴싸하게 그리는 것을 넘어 특정 IP 및 캐릭터의 아이덴티티와 화풍을 유지하는 커스텀 생성 모델을 제공해 작업 효율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티스트가 반복 작업을 줄이고 고도화한 창작 활동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생산성과 아트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비디오 생성 AI를 활용, 캐릭터 애니메이션에서 대기 모션 정도의 간단한 동작이나 이펙트 효과 같은 것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사운드 이펙트, 몬스터 음성 등 게임에 들어가는 다양한 오디오 리소스를 AI로 관리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엔씨 AI는 AI로 TTS 기술과 음색 변환 기술을 활용, 전문 성우 섭외 없이도 몬스터 사운드를 제작하면서 비용과 시간을 단축했다. 이외에도 그간 칼이 부딪히는 소리나 발걸음 소리 등 개발사들이 그간 작업하면서 축적한 이펙트를 자연어로 검색해서 파일을 불러오거나, 아예 텍스트 프롬프트를 토대로 사운드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다. 더 나아가 장면 이미지를 입력하면 해당 장면에 들어갈 여러 사운드를 레이어별로 분리해서 생성, 믹싱 작업도 한층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한 발 더 나아가 3D 애셋 생성도 AI로 하는 방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김민재 CTO는 엔씨 AI에서 이와 관련해 준비 중인 '바르코'를 소개했다. '바르코'에서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입력, 3D 애셋을 생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어를 통해 메시나 텍스처를 편집해 다양한 속성으로 바꿀 수도 있다.
3D 애셋 생성 이후, 이를 애니메이션까지 AI로 연결해나가는 기술도 다각도로 연구 중이다. 그간 개발사가 쌓아둔 수만 가지의 모션 캡쳐 데이터를 AI로 쉽게 찾아서 재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텍스트 기반으로 모션을 생성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작업까지 총체적으로 R&D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현지화, 번역까지도 AI가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민재 CTO는 캐릭터의 감정과 의도를 반영한 고품질 TTS 기술, 비언어적 표현까지 가능한 보이스 생성 AI, 다국어 지원이 가능한 페이셜 립싱크 애니메이션 생성 기술까지 AI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들과 그 성과를 영상을 통해서 일부 공개했다. 이외에도 AI를 활용한 챗봇으로 고객 대응은 물론, 게임 방송 및 e스포츠에 원본 음색을 유지한 다국어 더빙을 입히는 등 엔씨 AI에서 연구 중인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민재 CTO는 게임 관련 AI 기술이 나아갈 방향으로는 창작 의도를 반영한 결과물 생성, 캐릭터 아이덴티티와 세계관의 일관성 유지, 그리고 개발자 친화적인 사용하기 편리한 도구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AI의 환각 현상에 대해서는 창의성을 발현하는 요소일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AI가 현재 비용 절감의 측면에서만 연구되는 것을 넘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AI 관련 저작권 보상 방안 마련 등 한층 폭넓은 논의와 다음 단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그 모바일의 인도 성공?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의 힘"

마지막으로 크래프톤 이민우 실장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성공적인 인도 시장 안착 비결을 소개했다. 인도는 14억 6천만 명의 세계 1위 인구와 4위 GDP를 자랑하며, 인구의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인 '젊은' 국가다. 또한 7억 명에 가까운 스마트폰 사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민우 실장은 한 발 더 나아가 2016년 '지오(Jio)' 통신사의 파격적인 데이터 요금 인하와 치열한 스마트폰 경쟁,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모바일 게임으로의 직행이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크래프톤의 인도 시장 진출은 2022년 6월 중국-인도 국경 분쟁으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배그 모바일의 인도 서비스는 텐센트가 맡고 있었고, 밴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에 크래프톤은 인도에서 직접 배그 모바일을 서비스하겠다고 발표하고 2021년 6월 배그 모바일 인디아(이하 BGMI)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했다.


BGMI는 2021년 7월 런칭 후 1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 1억 명을 돌파했으며, 2025년 6월 현재 가입자 수는 2억 2천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BGMI e스포츠는 동시 시청자 수 2,4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도 최고의 e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공의 핵심은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에 있었다. 이민우 실장은 인도를 유럽처럼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대륙에 비유했다. 실제로 인도는 공용어만 22개가 있는 나라고, 29개 주가 제각각 다른 특색을 보유한 곳이다. 그래서 하나의 권역으로 이해하고 접근했던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에 크래프톤 인도 법인은 각 지역 출신 직원들로 TF를 구성하고 모든 권한을 부여, 지역 특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힘썼다. 또한 현지 언어로 더빙된 보이스팩 홍보 영상과 같이 지역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며 유저들과 소통했다.




또한, BGMI는 발리우드 스타는 물론, 인도 최초의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니라즈 초프라, 유명 영화, 현지 에너지 드링크 및 자동차 브랜드, 인기 크리켓 팀 등 다양한 현지 IP 및 인물들과의 광범위한 협업을 통해 유저 접점을 확대하고 친밀도를 높였다. 특히 BGMI 인플루언서들의 목소리를 활용한 상품 판매로 인플루언서들이 게임에 소속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게끔 해서 같이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민우 실장은 인도 게임 시장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하며, '책임감 있는 게임(Responsible Gaming)' 문화 조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BGMI는 미성년자 OTP 인증 및 하루 플레이 시간 제한, 구매 금액 제한, 잔인한 요소 순화, 전체 유저 대상 플레이 시간 제한 등 건전한 게임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은 '책임감 있는 플레이'라는 캠페인으로 이어졌고, 해당 캠페인 영상은 유저와 정부, NGO 등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칸 라이언즈 2022 필름 부문 브론즈 라이언까지 수상했다.
이민우 실장은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e스포츠 리그 운영 등을 통해 인도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이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현지에 맞춘 운영과 마케팅까지 다각도로 접근하는 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