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이용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질병'은 '몸의 온갖 병'을 의미하고, 그중 '병'은 '생물체의 전신이나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렇게 '병들거나 다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을 우리는 통상 '환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한 자치단체에서 '인터넷 게임' 중독을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분류한 인공지능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한 것이 확인되었다. 아마도 '게임, 당신의 인생을 망칠 수 있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담은 콘텐츠들이 출품되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이 과연 이러한 취급을 받아야 할까. 더 나아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환자 취급을 받는 것이 과연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일까.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에 등재하자는 것은 결국 '게임이 질병이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환자'라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을 생각해보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뉴스, 드라마, 숏폼 등 영상을 시청하는 분들도 있고,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분들도 있으며,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그런데 유독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만을 환자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의 문제점은 누구도 그 개념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고, 과연 어느 정도가 게임이용장애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게임이용장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What is gaming disorder?

Gaming disorder is defined in the 11th Revision of the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11) as a pattern of gaming behavior (“digital-gaming” or “video-gaming”) characterized by impaired control over gaming, increasing priority given to gaming over other activities to the extent that gaming takes precedence over other interests and daily activities, and continuation or escalation of gaming despite the occurrence of negative consequences.

언뜻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 통제력이 상실되어야 하는지, 다른 관심사나 일상 활동보다 얼마나 게임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부정적인 결과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게임을 통해 부정적인 결과가 항상 따라오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게임을 업으로 삼고 게임 개발에만 매달려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임을 개발하거나,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과연 게임이용장애가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되면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게임이용장애를 판단하는 기준이 없으니 아예 게임에의 접근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간단하게 '게임은 나쁜 것이니까 아예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 또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을 결국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에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하는 순간 게임은 도박, 알코올 등과 같이 국민의 건강을 파괴하는 제품 내지 서비스이므로 게임 개발 등에 대한 세제 지원은 고사하고 오히려 국민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명목의 세금이 부과될 것이다. 아마도 게임 광고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며, 지스타(G-Star)와 같은 게임쇼에는 성인 인증을 받고 입장을 허용할지도 모른다.

현재 시행 중인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학, 미술, 연극, 영화 등과 함께 게임을 '문화예술'의 하나로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현재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우리나라 수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문화예술 상품 내지 서비스를 개발하여 수출하는, 그 공을 치하해주어야 마땅한 분들이고,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이라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선량한 국민일 뿐이다. 그런데 꼭 “게임, 당신의 인생을 망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여기저기 붙여 놓아야 할까.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이용민
한국게임산업협회 자문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문위원
대한체육회 고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