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던전 스토커즈'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부터 게임스컴, TGS 등에 참가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그리고 이번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익스트랙션 라이트'라는 방향성을 확고히 다지기 위한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실 최소화한 모험과 빠른 대전, 하드코어한 랭크전의 투트랙

익스트랙션 장르는 여러 장르의 재미를 혼합, 밀도 높게 구현하면서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은 장르다. 배틀로얄식 생존 경쟁과 파밍, 그리고 필드 PVP가 지원되는 RPG의 묘미인 보스와 전리품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 혹은 신중하게 전투를 최소화하면서 나아가는 선택까지 유저 플레이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던전과 판타지가 더해진 던전 익스트랙션은 어둡고 위험한 던전을 신중하게 탐사하는 스릴과 로망을 보여주며 유저들에게 빠르게 호응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어둠 속에서 꽤 긴 시간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경계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한 번의 판단 미스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부담감은 라이트한 유저들이 진입하기 힘든 장벽으로 자리잡았다.
던전 스토커즈는 첫 테스트 이후, 줄곧 이 심리적 장벽을 걷어내는 것에 주력했다. 미니맵과 지도를 추가해 길찾기의 부담을 덜었으며, 엘리트 몬스터들의 위치를 표시해서 유저들이 좀 더 능동적이고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끔 했다.

그리고 이번 테스트에서는 기존의 경쟁 모드뿐만 아니라 PVE에만 주력한 '모험 모드'도 추가했다. 모험 모드는 PVE만 가능하기 때문에 적 플레이어에게 기습 당할 걱정 없이 던전 각 구역을 탐사하며 지형지물 및 전략을 익힐 수 있도록 유도했다. 물론 위험이 줄어든 만큼 희귀 등급 이하의 보상만 획득할 수 있으나, 은신처 건설을 위한 재료들만 빠르게 먹고 빠지는 소위 '런'식 플레이로 부담을 낮춘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모험모드에서는 죽어도 장비가 소실되지 않는 만큼, 부담감은 더욱 낮았다. 아울러 시간이 지나도 전장이 줄어들지 않아 맵 전체를 좀 더 여유롭게 훑어보며 구석구석 기초 재료를 파밍하는 모드로는 꽤 유용했다.
여기에 PVP만 더한 '빠른 대전'은 기초적인 게임플레이를 학습할 수 있으면서 적당한 긴장감까지 즐길 수 있는 모드였다. 전장이 좁아지지 않는 이 모드 특성상, 테스트 초반에는 교전이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이러한 점 때문에 손실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자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엘리트 몬스터를 사냥하기 시작했고, 이를 노리는 팀들도 생기면서 이권을 노리는 견제와 눈치 싸움 구도가 완성이 됐다.


아울러 초기에는 빠른 대전도 희귀 등급 이하 아이템만 획득할 수 있었으나, 테스트 후반에는 엘리트 몬스터 사냥시 낮은 확률이지만 영웅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끔 변경한 것도 눈에 띄었다. 전판에 입었던 손실을 빠르게 만회할 기회를 더 쉽게 잡을 수 있었고, 더 적극적으로 교전에 임하는 식으로 플레이 양상이 점차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전부터 하드코어한 던전 익스트랙션을 즐겼던 유저를 위해 '랭크전'은 그대로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라이트한 유저와 코어 유저 모두에게 어필하는 전략도 이번 테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개성은 살리고 리스크는 줄인 스킬, 특성 세팅의 재미 더한 룬 시스템

이번 테스트에서는 던전 탐사라는 요소뿐만 아니라 전투, 성장이라는 포인트도 자신의 특성에 맞게 다듬은 게 눈에 띄었다. 던전 익스트랙션은 거리를 재며 주변 정황을 이용하는 신중한 전투 방식을 주로 선보였지만, 클래스가 아닌 캐릭터를 내세우기엔 제약이 있었다.
또한 신중함을 기하며 조심스럽게 플레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장르 특성상, 이전의 던전 스토커즈는 스킬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혹은 자주 사용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래서 각 캐릭터의 개성을 어필하기 어려웠다.
이에 던전 스토커즈는 '라이트함'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전투 템포도 과감하게 끌어올렸다. 우선 질주를 추가해서 좀 더 빠르게 던전을 탐사하거나 거리재기 싸움 구도를 다이내믹하게 이끌었다. 또한 스킬, 궁극기도 리스크를 최대한 없애는 방향으로 재설계했다.
실제로 초창기의 힐다의 궁극기는 방어도가 감소하는 대신 공격력과 공속이 증가하는 스킬이었으나, 높은 리스크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특히나 힐다는 검과 방패로 전열에 나서야 하는 역할이었던 만큼,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사례가 더 많았다. 그래서 방어도 감소 리스크는 없애고 공격력과 방어력 증가로 효과를 변경, 전방에서 싸우는 딜탱의 아이덴티티와 캐릭터 개성을 확보했다.

이번 테스트에서 새롭게 추가된 시노부와 리옌 또한 역할군에 맞는 스킬과 개성을 강조하기 위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는 캐릭터였다. 닌자인 시노부는 기폭찰과 번개차기, 나무토막 등 닌자하면 떠오르는 스킬들과 일반 공격 및 스킬 적중 시에 표창을 장전하는 유니크한 메커니즘이 특징이었다. 연계 점수를 쌓아서 이를 활용하는 '리오'와 일부 유사하지만, 적에게 빠르게 돌진하면서 일순 경직시키는 번개차기에 다양한 중거리 견제 수단, 그리고 피해를 반감시키면서 일순 투명해지는 '나무토막'까지 적을 교란하면서 뒤흔드는 차별화된 플레이를 이번 테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궁수인 리옌은 사냥꾼 우르드와 달리 MOBA식 원거리 딜러에 가까운 스킬로 설계됐다. 빠르게 화살을 연사하거나 빠르게 거리를 벌리면서 사격하는 이동기는 물론, 일정 시간 동안 화살을 장전하지 않고도 난사할 수 있게 한 궁극기는 던전 익스트랙션이라는 장르에서 기대하는 것과 결이 다소 달랐다. 그러나 이러한 캐릭터들을 통해 던전 스토커즈가 기존의 던전 익스트랙션과는 다른 방향성의 전투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여기에 MOBA 유저에게 친숙한 '룬' 시스템을 도입,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개성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시도도 눈에 띄었다. 공격력 증가 등 스펙 상승은 미미한 편이지만, 상자나 문을 여는 속도 25% 증가 등 유틸리티를 높여주는 룬이 다수 있어서 세팅에 따라 플레이 감각의 차이가 다소 느껴졌다. 아울러 룬을 해금하고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던전 내 모험가 NPC들의 시체나 제단에서 모험가의 주화를 획득해야 하는 만큼, 좀 더 색다른 스타일로 즐기기 위해 던전을 좀 더 돌아보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기본기는 갖춘 '던전 스토커즈', 유지 보수와 관리가 관건

최초 테스트 때부터 던전 익스트랙션 장르의 문법을 정리한 게임들을 참고해 기본기를 갖췄던 만큼, '던전 스토커즈'는 그 기본 틀이 나쁘진 않다. 그렇지만 기본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게임들 다수는 그 무난함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그 자신만의 특색이 뚜렷하지 않고 비슷하다면, 기존에 다른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던전 스토커즈'는 하드코어한 장르를 라이트하게 틀면서 그 자신만의 개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했다. 모드를 세분화해서 초보 유저들도 연착륙으로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끔 하는 한편, 캐릭터의 특성을 살릴 수 있게 스킬도 개편하고 룬 페이지를 추가하면서 개성과 템포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변화는 드라마틱하지는 않았지만, 던전 익스트랙션이라는 장르를 그간 접하지 않은 유저들이 그 핵심 재미에 좀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디딤돌로는 충분했다.
물론 '던전 스토커즈'는 지금 이 정도로 만족하기엔 이르다. 방향성을 제시하고 기본기를 증명하기는 했지만, 익스트랙션 장르 경쟁작들이 여럿 있는 현 상황에서는 기존 작품과 다른 던전 스토커즈만의 차별화 포인트와 매력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아직 테스트 단계인 만큼 운영 관리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 부분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핵 사용을 체크하기 위한 킬캠 추가 등 기본적인 부분은 뼈대를 갖춰가고 있으니, 오는 8월로 예고한 얼리액세스 출시 때 안정적으로 매력을 어필해 '익스트랙션 라이트'라는 새로운 대안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