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인생 게임은 무엇인가요. 한 가지를 꼽기는 참 힘들지만, 제 인생 게임 중 하나는 CDPR의 ‘더 위쳐3: 와일드 헌트’입니다. 몇 번을 플레이하고 또 플레이해도 위쳐3가 주는 그 즐거움은 여전하거든요.

위쳐3는 2015년 출시 후 뛰어난 내러티브와 완성도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타이틀입니다. CDPR을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로 만든 것 역시 위쳐3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렇게 많은 이들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CDPR은 22년도에 차세대 업데이트를 선보였습니다. 뿐만 아니에요. 해외 개발사임에도 풀 한국어 더빙을 추가했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한국 팬들이 다시 한 번, 한국어를 들으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위쳐3는 2024년, 한국에서만 100만 장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CDPR은 이를 기념해 광화문을 배경으로 두정갑을 입고 환도를 든 게롤트를 특별 아트워크로 공개하며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요.

전 세계에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위쳐3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0년간 모두의 가슴을 울린 게롤트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이제 그다음, 시리의 이야기를 펼쳐 나갈 위쳐4가 한창 개발 중이죠.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CDPR과 위쳐3의 10주년, 한국 팬, 그리고 위쳐4로의 연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마치에이 피에트라스 애니메이션 디렉터가 참여했습니다.

▲ CDPR 마치에이 피에트라스 애니메이션 디렉터


10년, 위쳐3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마치에이 피에트라스 디렉터는 위쳐3 팀에 시네마틱 작업을 위해 합류했었습니다. 그는 그때만 해도 위쳐3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위쳐3는 그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은 타이틀이었습니다.

위쳐3가 10년이라는 긴 기간 전 세계 게이머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발 당시 CDPR은 위쳐3에 많은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덕에 오픈월드 게임과 풍부하고 임팩트 있는 내러티브가 균형을 이뤘죠. 이는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마치에이 피에트라스 디렉터 역시 이야기, 캐릭터, 플레이어에게 불러일으키는 공감의 감정이 위쳐3가 가진 강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위쳐3는 서사적으로 뛰어난 게임을 꼽을 때 빠지지 않습니다. CDPR은 긴 시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제 관점에서 보자면, 저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에 담긴 진정성과, 개인적인 경험을 캐릭터로 풀어내는 능력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모든 것을 한데 어우러지게 만드는 마법 공식 같은 건 없습니다. 단지 끊임없는 반복과 더 좋은 것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있을 뿐이죠.”

출시 10년이 지난 지금, 마치에이 피에트라스 디렉터가 위쳐3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직접 참여한 초반부의 시네마틱 장면입니다. 욕조에 들어간 게롤트를 표현한 장면인데, 이를 통해 욕조 안에서의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예니퍼와의 복잡한 관계성도 드러낼 수 있었거든요.


위쳐3의 성공으로 CDPR은 세계적인 개발사가 됐습니다. CDPR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랄까요. 덕분에 CDPR은 이후 더 야심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튜디오 자체에 있어 엄청난 전환점이 되었죠.

CDPR은 게이머들에게 인상 깊고 훌륭한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직원들에게도 일하기 좋은 훌륭한 직장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쳐3는 그런 CDPR의 회사적 성장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했고요.

“저희는 위쳐3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미래에 저희와 함께할 수도 있는 개발자들의 관점에서도 그랬죠. 또한 사이버펑크 2077처럼 다른 세계관의 게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CDPR에 있어 위쳐3는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 만큼, 10주년을 기념해 정말 다양한 콘텐츠들이 공개됐죠. 트레일러, 새로운 일러스트, 심지어 Xbox 컨트롤러까지요.

위쳐3를 사랑하는 헌신적인 팬들이 많다는 건, 개발사인 CDPR에 있어 큰 자부심입니다. 그들 스스로 역시 위쳐3의 팬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10주년을 기념하는 것에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저희가 원했던 방식으로 10주년을 기념했는데, 많은 팬들이 같은 마음으로 즐거워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개발자와 함께 기념하는 10주년 영상’을 촬영할 때, 모두 함께 모여 앉아 위쳐3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 시절의 재미있고, 감성적이고, 엉뚱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거든요. 너무 멋진 일이었죠.”



CDPR에게 한국 팬의 의미

CDPR은 한국 게이머들에게 정말 큰 신경을 쓰는 해외 개발사 중 하나입니다. 당장 위쳐3와 사이버펑크 2077의 풀 한국어 더빙만 봐도 알 수 있죠. 이외에도 위쳐3 한국 판매 100만 장을 기념해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안녕 레드!’ 영상, 일러스트 등 아주 특별한 콘텐츠들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폴란드의 개발사인 CDPR이 한국 팬들을 위해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또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희는 항상 플레이어를 최우선에 두려고 합니다. 어느 곳에 살고 있든 상관없죠. 모두가 저희에겐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 저희는 플레이어들과 직접 소통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 지역팀을 두고 있고, 저희 지역팀이 해당 지역의 플레이어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저희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싱글 패키지 게임이 100만 장 판매된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10년 동안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와도 같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이 이렇게 긴 시간 위쳐3를 사랑하게 된 건 게임의 높은 완성도, 세계관과 이야기, 캐릭터들에 담긴 진정성 덕분입니다. 2022년 공개된 풀 더빙은 말할 것도 없고요. 자막을 볼 필요 없이, 모든 장면에 몰입해서 게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죠.

사실 출시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외국어 풀 더빙이라는 선택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CDPR이 당시 차세대 업데이트와 함께 한국어 더빙을 진행한 이유는 바로 그들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저희는 항상 플레이어를 우선시하고, 가능한 한 완전한 경험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 연장선에 위쳐3의 한국어 풀 더빙과 립싱크 제공이 있었죠. 게임에 관한 저희의 핵심 가치에 대해서는 작년에 한국 게이머들을 위해 공개했던 ‘안녕 RED’ 영상을 통해서 더욱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CDPR은 한국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어떻게 수집하고, 또 반영하고 있을까요. 마치에이 피에트라스 디렉터는 CDPR이 한국 커뮤니티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며, 항상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며, 한국 커뮤니티와 연결된 특별한 일화를 하나 소개했습니다. 위쳐 2: 왕들의 암살자 인핸스드 에디션 출시 당시, 한국어 현지화에 대한 게이머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CDPR은 그에 응해 제안을 했는데요. 한국 커뮤니티에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번역하는 방법과 새로운 텍스트를 넣는 위치까지 다 알려준겁니다.

“이후 그걸 게임에 구현했는데, 모든 게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한국어 QA가 필요했어요. 10년 전 바르샤바에서 한국어 QA가 가능한 분을 구하는 건 정말 어려웠는데, 결국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통해 누군가를 찾을 수 있었고, 그분이 두 달 가까이 매일 사무실에 와서 위쳐 2를 플레이하며 한국어 버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런 특별한 인연이 지금까지 CDPR과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CDPR 한국팀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한국팀을 통해 한국 게이머들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고 있죠.

▲ 한국 커뮤니티와 특별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던 위쳐2 인핸스드 에디션

뿐만 아닙니다. CDPR 한국팀은 서울의 간판에서 볼 수 있는 글꼴, 한국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 혹은 한국 시골의 사진처럼 게임에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온갖 문화적 접점을 수집하고 정리해서 개발팀에게 전달합니다. 이후 개발자들은 지역팀과 만나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르고, 그것들을 발전시켜 실제로 게임에 구현하고 있고요.

그리고 CDPR은 얼마 전, 한국 팬들과 아주 특별한 소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5월 진행된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위쳐3 10주년을 기념하는 메시지 월을 설치한 것인데요. CDPR 한국팀의 아이디어로 기획된 이벤트였죠. 수많은 한국 위쳐 팬들이 축하 메시지를 남겼고, 게롤트, 트리스, 예니퍼, 시리의 얼굴을 완성했습니다.

이 멋진 이벤트를 빛낸 팬들의 메시지, 코스프레 사진 등은 모두 CDPR 전체에 공유되었는데요. 마치에이 피에트라스 디렉터는 수많은 팬들의 응원과 열정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각자 개인이 시간을 내어 부스를 방문하고, 메시지를 남기며 게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건 정말 감동적인 일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도 위쳐3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에 같은 마음을 가진 플레이어분들과 함께 1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 한국 팬들이 위쳐3 10주년을 축하하며 남긴 수많은 메시지들


다음을 바라보는 위쳐 시리즈

이제 위쳐 시리즈는 다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게롤트의 이야기는 시리에게로 이어지죠. CDPR은 다음 작품의 이름을 ‘더 위쳐4’라고 명확히 정하고, 위쳐 프랜차이즈의 진정한 연속선상에 있는 작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스핀오프나 다른 타이틀이 아닙니다.

사실 위쳐3가 워낙 큰 사랑을 받았고, 명작으로 일컬어지기에 후속작 대신 시리즈를 멋지게 끝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더 발전된, 다음 작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시리즈를 끝내는 것과 이어가는 것, 저희는 둘 다 성취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륙을 가로지르던 게롤트의 여정은 위쳐3를 통해 마무리되었죠. 위쳐4는 새로운 서사의 시작이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리가 주인공을 맡게 되었습니다. 위쳐4는 그 어떤 위쳐 게임보다도 몰입감 넘치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치에이 피에트라스 디렉터는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이 개발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CDPR이 위쳐3에서 배운 교훈은 사이버펑크 2077에 반영됐고, 사이버펑크 2077에서 얻은 교훈은 다시 위쳐4에 반영되고 있다고요.

그리고 꾸준히 CDPR의 게임을 사랑해 준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저희 게임을 즐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응원 하나하나가 저희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CDPR의 새로운 모험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