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게임아이콘 서울(GAME AiCON SEOUL)'에서 인디게임 개발사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가 '생성형 AI로 세상에 없던 게임 만들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대표는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자퇴 후 게임 개발사를 창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AI를 활용한 게임 '페이크북'의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AI 기술을 창작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철학을 공유했다.

▲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이 대표는 2015년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반지하게임즈를 설립해 7년째 운영 중이다. 회사는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널로 망하자'는 모토 아래 '중고로운 평화나라', '서울 2033' 등 독특한 게임을 출시해왔으며, 2023년에는 국내 모바일 게임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인디게임에서의 AI 사용을 크게 비용 절감(Cost Saving)과 콘텐츠 창작(Content Creation)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 대표는 AI 기술이 인디게임 개발 환경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로 '비용 절감'을 꼽았다. 특히 스토리와 텍스트 비중이 높은 게임에서 글로벌 출시의 장벽을 낮추는 데 AI 번역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AI 번역 과정으로 ▲원본 텍스트 파싱 ▲스프레드시트에 저장 ▲고유명사(Glossary) 등 번역 프롬프트 입력 ▲GPT 연동 ▲결과물 확인 후 재투입의 단계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시간은 소요되지만 비용은 거의 0원에 가깝다"며 "이후 언어 품질 검수(LQA)나 펀딩을 통한 검수를 진행해 완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방식을 통해 '수확의 정석' 같은 게임의 글로벌 출시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미지, 사운드 등 애셋 제작에서도 AI의 역할이 막대했다. 초기에는 스테이블 디퓨전(SD)이나 ComfyUI처럼 프롬프트, 체크포인트 등 세부 조정이 필요한 오픈소스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점차 사용이 간편하고 결과물이 우수한 서비스로 옮겨갔다. 사운드의 경우, 일레븐랩스(ElevenLabs)로 효과음을, 수노(SUNO)로 배경음악(BGM)을 제작하는 등 AI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AI는 팀 내부의 협업 효율도 크게 높였다. 특히 기획자 등 비개발 직군이 AI 코드 에디터 '커서(Cursor)'를 사용하면서 직군 간의 장벽이 허물어졌다. 이 대표는 "기획자가 JSON 형식의 복잡한 스크립트를 다룰 때, AI 에디터를 활용하면 내용을 줄글로 작성해도 AI가 알아서 형식에 맞게 변환해준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비개발자도 15분 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는 "자바스크립트, CSS를 활용한 빠른 프로토타이핑으로 게임의 재미를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며 "실제로 신작 '엘리멘테일(가제)'은 이렇게 만든 프로토타입으로 퍼블리싱 계약까지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SNS를 배경으로 한 추리 게임 '페이크북'을 AI 활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소개했다. 초기 아이디어는 SNS의 '파도타기'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트리노드 기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방대한 SNS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글의 분량과 몰입감을 위한 실사 사진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제작이 쉽지 않았다.

AI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됐다. 개발팀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등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SNS 말투의 텍스트를 대량 생성했고, 미드저니 등 이미지 생성 AI로 1,641개에 달하는 계정의 게시물 사진을 만들었다. 그는 "제한된 기술과 자본을 영리하게 쓰는 '잔머리'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상상력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강연 내내 "AI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탓하기보다, 주어진 기술 안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 기획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생성물의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 문제는 여전히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상 AI 생성물의 저작권을 문제 삼기 어렵지만, 스팀이나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이 자체 정책으로 AI 활용 게임을 갑자기 거부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창작자 스스로가 관련 판례와 논의를 예의주시하며 주체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며 "AI 덕분에 지금은 창작하기에 너무 좋은 시기"라고 청중을 독려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