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최근 또다시 발생한 비극적인 무차별 총격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비디오 게임을 다시 한 번 꼽으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

케네디 장관은 현지 시각으로 9일 진행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MAHA 위원회 회의 및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아동 건강 관련 전략을 중심으로 한 이날 회의에서 총기를 사용한 폭력에서 어린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케네디 장관은 이를 정신과 약물, 비디오 게임, 소셜 미디어와 연관짓는 발언을 남겼다.

그는 스위스와 미국이 비슷한 수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스위스의 경우 미국과 달리 무차별 총격 사건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것이 23년 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23시간마다 총기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항우울제 등 정신과 약물 의존도가 높으며, 비디오 게임, 소셜 미디어와의 관련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미국 국립보건원이 해당 사안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발언이 공개되자 각계 각층의 비판 여론이 터져나왔다. 뉴욕 타임즈의 작가 겸 팟캐스트 호스트인 저널리스트 제인 코스턴은 '다시 비디오 게임이 문제로 돌아왔다. 90년대가 참 좋았다'라며 1990년대 총기 폭력 문제가 비디오 게임 탓으로 지적되던 시대적 분위기가 반복되고 있음을 꼬집었다.

NBC 뉴스 등에서 활동하며 25년 이상의 국방 관련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케빈 배런은 케네디 장관의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게으른 것이냐며 비판했다. 그는 당장 구글에 검색만 해도 그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 캐빈 배런의 SNS. 구글 검색에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은 실제 세계의 폭력을 직접적으로 유발하지 않는다는 AI 답변이 가장 먼저 노출된다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자 BBC 인터뷰 중 자녀들이 들어온 해프닝으로 BBC 대디로 알려진 로버트 켈리 교수 역시 케네디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런 답변은 아무나 붙잡고 총기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여러 연구를 검토하지 않고 끼워맞추기 식으로 답변한다며 행정부의 인사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총기 폭력 예방 단체이자 비영리 단체인 브래디는 총기에 대한 접근이 문제라고 주장하며 케네디 장관의 프레임을 비판했다.

실제로 정신과 약물, 비디오 게임 등과 무차별 총격 사건의 인과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연구 자료는 이미 다수 공개됐다. 포인터 연구소의 정치인 주장 팩트 체크 전문 프로젝트 폴리티팩트는 다양한 출처를 통해 약 4,200만 명의 미국인이 폭력과 관련있다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이들과 무차별 총격 사건을 연관짓는 것은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발표했다.

비디오 게임과의 연관성 조사는 더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발표되어 왔다. 특히 폭력적인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게임을 즐기는 것은 10대들의 정상적인 활동이며, 총격범과의 인과관계 역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한편, 케네디 장관은 과거에도 항우울제, 비디오 게임이 무차별 총격 사건과 연관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또한, 그는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으로 음모론적 태도를 가진 반백신 운동을 펼쳤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인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