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보드 모험기는 무접점 키보드, 리얼포스로 마쳤다. 모든 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종착지까지 스쳐갔던 제품들 모두 거기서 거기라는 부분을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 이후에도 포커 배열이라던가, 래피드 트리거 기능을 지원하는 마그네틱 축이라던가 궁금하긴 했는데 잘 참았던 것 같다.

▲ 처음엔 36만 원~80만 원인가 싶었으나, 진짜로 500만에서 1,000만 원이다

그때 당시엔 리얼포스만큼 비싼 키보드도 없었는데, 요즘은 리얼포스보다 가격이 높은 제품들도 제법 있다. 근데 오늘 발견한 이 브랜드의 키보드는 몇 십만 원 수준이 아니라 최소 500만 원, 최대 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심지어 물량이 딸려서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데, 이거 영락없이 새로운 차를 두근두근 기다리는 오너의 마음 아닌가.

노르바우어(Norbauer)는 미국의 명품 기계식 키보드 제조사로 "최고의 키보드를 만드는 데 전념"한다는 CEO 메시지가 돋보인다. 이번에 선보인 '노르바우어 세네카(Norbauer Seneca)'는 정식 발매되는 첫 번째 제품이다.

육안으로 봤을 때는 키캡 프로파일이 좀 독특한 것, 하우징에 힘이 빡 들어갔다는 것 말고는 크게 특징이 없다. 이게 왜 최소 500만 원인지 잘 모르겠다. 근데 타건음을 들어보니 심상치 않은 것은 맞는 것 같다. 소리가 정말 정갈한데 매력 있으며 어디서 들어본 적 없는 명품값하는 느낌이 짙다. 그래도 여전히 어떻게 최소 500만 원인진 잘 모르겠다. 일부 수작업이 포함된다곤 하지만 역시나 키보드에 최소 500만 원은 쉽지 않다.

▲ 타건 영상이 궁금하다면 35:20부터 보시면 된다

▲ 뭔가 명품의 냄새가 나긴 하는데, 키보드에 500만 원... 정말 쉽지 않다


▲ 전용 우드 라이저도 뭔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자체 제작된 무접점과 기계식의 조합, 독창적인 스태빌라이저, 견고하지만 쉬운 탈착력을 갖춘 자체 스템, 그리고 독자적인 댐핑 시스템까지.

또 하나 재밌었던 부분은, 그 어느 날 기계식 키보드 타건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유튜브에서 마주쳤을 수밖에 없는 'Taeha Kim'의 참여다. Taeha Types 유튜브를 운영 중인 그는 현재 고객 경험 책임자 겸 콘텐츠 생산자로서 노르바우어에 소속되어 있다.

그냥 내 돈 500만 원 쓰라 하면 어렵겠지만, 뭔가 약간 정신 살짝 빼서 누군가 "RTX 5090 vs 이 키보드" 했을 때 나는 진심으로 이 키보드를 선택할 것 같다. RTX 5090보다 살짝 비싸서 그런 선택을 하겠다는 건 아니고.

▲ 언젠간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