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필기구. 명품 만년필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몽블랑(Montblanc)이 그 주인공이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를까? 그 김에 조금 더 옛날 얘기를 하자면 내 학창 시절 땐 분야를 대표하는 명사들이 좀 구체적이었다. 명품 차를 표현할 땐 BMW나 벤츠, 시계를 표현할 땐 롤렉스 좀 아는체하는 친구라면 파텍필립, 잘생긴 친구는 조인성, 예쁜 친구는 전지현 등. 비록 대부분 자칭이긴 하나 축구 선수들도 언급을 많이 했는데 생각나는 건 포지션별로 메시나 제라드, 푸욜이나 카시야스 정도였던 것 같다.
하나의 시장에 대해 대표하는 명사가 있다는 것만큼 독보적인 게 있을까. 몽블랑만큼 명품 필기구를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도 없다. 물론 내가 잘 모르는 시장이다 보니, 더 높게 쳐주는 브랜드가 있을 수 있겠다만 만년필을 잘 모르는 일반인 기준에서는 몽블랑 외엔 생각나는 브랜드가 없다. 뭐 물론 시계나 지갑, 벨트나 향수 등 여러 분야를 조금씩 건드려보고 있기는 하지만. 아 참, 자료를 찾아보니 20년도 초에는 헤드폰과 이어폰도 냈더라.
시대의 흐름에 맞춰 몽블랑이 또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 바로 디지털 필기구. 'Montblanc Digital Paper'는 다양한 분야에서 선택받고 있는, 기본적인 필기 전용 태블릿의 역할에 충실한데 10.3인치의 디스플레이, 300PPI의 e잉크 모노크롬 디스플레이, 4,000단계 이상의 필압 감지 기능, 473g의 가벼운 무게 등은 사실 물리적으로 감탄사가 나오는 기술적 사양을 갖추고 있진 않다.


하지만 다 제치고 몽블랑 패드라는 것. 베스트셀러인 마이스터스튁을 본따 만든 전용 펜도, 부가 액세서리로 취급하고 있는 펜 팁과 전용 케이스도. 비록 몽블랑 만년필을 사용해본 적은 없어 시대에 맞춘 몽블랑의 최신 아이템이 내 손에 들어온다 한들 "아, 이게 몽블랑이지!"라는 감탄사를 외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뭔가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지울 수 없다.
가격에도 긍정과 부정이 섞일 것 같다. 기본적인 태블릿과 전용 펜이 합쳐서 120만 원 대인데, 몽블랑 만년필을 떠올리면 마땅하다 싶다가도 그간 몽블랑이 선보였던 타분야 제품을 떠올리면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비싼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제품이 좋다면, 그렇게 몽블랑이 시장을 장악해간다면 그간 이어졌던 "돈 많으면 아이패드" 공식의 판도를 바꿀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