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아이온2가 올해 말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원작 아이온1을 즐겼던 많은 유저들이 이번 아이온2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인벤은 아이온2가 출시되기 전, 과거의 추억을 함께 되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SD 커스터마이징의 시대, 1.1 패치 이후 시작
2008년 11월. 엔씨소프트의 MMORPG 아이온이 세상에 첫선을 보였을 때 많은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화려한 그래픽, 방대한 스케일,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이었다. 특히 얼굴뿐만 아니라 체형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은 기존 게임들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처럼 높은 자유도를 지닌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개발사조차 예상치 못한 현상을 낳았다. 바로 'SD 커마' 열풍. '난쟁이 커마' 또는 '꼬꼬마 캐릭터' 등으로 불린 이 SD 캐릭터는 키와 체형을 극단적으로 줄여 일반적인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아이온 초반에는 이런 캐릭터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만들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평범한 체형의 캐릭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 패치로 다리 길이 조정 기능이 추가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작은 캐릭터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필드와 어비스에서 예상치 못한 장점을 보이며 전 서버에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 다리 길이 조정이 가능한 1.1 패치로 커마의 메타(?)가 바뀌다

초기에는 단순히 소수 유저의 취향으로 여겨졌던 SD 커스터마이징은 점차 그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SD 커마를 활용하던 일부 유저 그룹들이 커스터마이징 방법과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의 장점을 공개하면서 SD 캐릭터는 빠르게 주목 받았다.

이후 아이온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메인 콘텐츠로 다루어지면서 SD 커마는 순식간에 모든 유저에게 확산되었다. 이제 SD 커마는 단순히 '귀여움'을 위한 꾸미기 기능이 아닌, 성능과 직결된 '공략'의 영역이 된 것.

결국 아이온 커스터마이징의 '기본값'은 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되었고, SD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실력을 보정해 주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아이온의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게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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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귀염뽀짝한 캐릭터들이 다 모여있으니 주목받을 수 밖에...


'클릭 저항', 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SD 커마가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핵심은 바로 '클릭 저항' 때문이었다. 다수 및 대규모 PVP가 일상인 아이온에서 마우스 클릭은 적을 타겟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 그런데 SD 커마 캐릭터들은 워낙 작아서 마우스로 정확히 클릭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한창 치열한 전투 중에 작은 캐릭터를 클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키가 중간쯤 되는 캐릭터들이 주로 타겟팅되곤 했다.

이런 이유로 SD 커마 유저들은 자신들을 노리는 적의 '점사'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같은 실력이라면 더 작고 잽싼 SD 커마 캐릭터가 이런 미세한 차이 때문에 생존에도 도움이 되었다. 물론 TAB 키를 누르면 가까이 있는 적을 타겟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적을 타겟할 수 없어 마우스 클릭으로 타겟을 잡는 것은 포기할 수 없었다.

개발사도 이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버그가 아닌 게임이 제공한 기능의 범위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 제재하는 것도 말이 안됐다. 결국 SD 커마는 완벽하게 아이온에서 하나의 문화가 되어 SD 캐릭터는 필수가 되었으며, 반대로 키가 큰 캐릭터는 아이러니하게 취향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 절대 클릭 안당하겠다는 의지! 몬스터보다 키가 작은 유저들 (출처: 유튜브 탱커킹)


귀여움과 개성, SD 커마의 또다른 매력
SD 커마의 인기가 단순히 실용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PVP에 관심 없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모두들 나만의 캐릭터를 향한 욕망은 가지고 있다. 멋지고 아름다운, 현실적인 비율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SD 커마는 남들과 다른 독특한 외형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사실 커스터마이징이라는 것이 한땀 한땀 소중하게 수치를 조절해나가야 결과물도 만족스러운데, SD 커마는 일단 키부터 시작해서 모든 수치를 줄이고 얼굴을 조금만 크게 해도 완성이라서 커스터마이징을 어려워하는 유저들도 쉽게 입문할 수 있었다.

커뮤니티 및 방송, 영상을 통해 SD 커마 캐릭터들이 많이 노출될수록 따라하는 유저들은 많아졌다. 특히 게시판에 올라오는 앙증맞은 SD 커마 스크린샷과 영상들은 유저들에게 소소한 웃음과 즐거움을 줬고, 자연스럽게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 결국 마을에선 난쟁이들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SD 커마 특유의 아기자기함에 매료된 유저들도 많았다. 거대한 날개를 달고 앙증맞은 캐릭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유저들에게 색다른 미적 만족감을 선사했고, 이것이 꾸준히 SD 커마를 유지하는 동기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아이온의 SD 커마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복합적인 현상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PVP 이점'이라는 실용적인 이유가 불을 지폈지만, 점차 개성 표현과 미적 만족감이라는 문화적 요인이 더해져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SD 커마는 당시 개발사가 의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유저들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표현이 만나 게임의 재미를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로 남았다. 지금 클래식 서버만 접속해도 아이온 유저들은 SD 캐릭터가 대부분일 정도로 SD 캐릭터는 거의 필수가 된 상황이다. 앞으로 출시되는 아이온2에서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커스터마이징과 외형 장비가 준비되었는데, 과연 유저들이 이번에도 SD 커마를 만들지 아니면 평범하게 캐릭터를 만들지 기대된다.

▲ 시연 방송에서 수호 캐릭터가 가장 작았다. SD 캐릭터도 가능할까?

✅ 아이온 특집 기사 모음

① 35레벨 유일 무기의 성지, 불의 신전에서 벌어진 그 일들
② 싸움에 진심인 자, 시공의 균열로 출근!
③ 31레벨, 42레벨 주차 완료? 고정작 하던 그때 그 시절
④ 꼬꼬마가 세상을 지배한다! 아이온1 'SD 커마' 열풍
⑤ 클래스마다 다른 매력, 아이온1 시그니처 스킬 모음
⑥ 그 시절 파드마샤 최초킬 네임드 '너의바램' 인터뷰
⑦ 아이온의 12주신과 제5 용제 스토리
⑧ 우리의 적은 용족, 아트레이아부터 아이온2 세계관까지 정리
⑨ 1년간 아이온1을 빛냈던 '전설'들의 기록
⑩ 특집 기사 10탄(11/4)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