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스마다 콘셉트가 있고 이에 따른 특색이 명확해야 하는 건 RPG에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사냥이 느린 기사는 강력한 연계기로 항상 선봉에 서며 강력한 카운터를 발휘하고, 사신은 최초의 3칸 공격으로 상대를 약화하는 디버프를 지원하는 2선 클래스다.
다크엘프는 DG 기반이라 방어에 취약하지만, 백스텝을 비롯한 아머 지원 등 암살자 콘셉트가 명확하며, 투사는 남들이 대시할 때 적을 끌어당기며 순간 폭딜을 넣는 최고의 2선 딜러다. 군주는 파티에 훌륭한 버프를 제공하고, 신성검사는 경험치 부스트 외 뮨과 인트, SP 영향에 따라 하이브리드 느낌을 낼 수 있는, 어쩌면 이론상 마검사에 가장 가깝다. 마검사는 강력한 기본 대미지 감소율을 바탕으로 전투에서 기사와 결이 다른 튼튼함을 발휘한다. 이처럼 근거리 클래스는 모두 콘셉트가 명확하다.
이러한 가운데 9월 24일 추가 케어가 된 광전사의 근본적인 콘셉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원작 PC 리니지는 '전사(워리어)'라는 이름으로 '기사(나이트)'와는 달리 거칠고 난폭한 콘셉트로 등장했다. 양손에 쌍도끼를 들고 왼손 도끼와 오른손 도끼를 번갈아 가며 타격하며, 적을 당기는 것도 모자라 최초로 귀환 주문서 사용을 제한하는 신개념 상태 이상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버서커 그 자체였다.
원작과 다른 노선을 타겠다며 총을 쓰는 클래스를 선보인 리니지M에선 쌍도끼 대신 한손 도끼와 방패를 들게 했다. 용기사가 투사로 나왔듯 전사에서 광전사가 되었지만, 이름과는 달리 야만적인 모습이 부각되지 못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광전사의 위용은커녕, 그냥 방패를 든 전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첫 번째 의문. 왜 도끼는 1칸인가?
근거리 클래스에게 사거리는 매우 중요하다. 대인 전투에서는 움직이는 적에 대한 공격을 조금이나마 이어갈 수 있는지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재 1칸 공격은 군주, 신성검사뿐이다. 신성검사는 제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논외로 봐도 되고, 군주는 1칸인 대신 단검의 공격 속도 증가 효과에 따른 사냥 효율로 보완된다. 광전사도 버서커 콘셉트에 맞게 방패를 버리고 쌍도끼를 들고 화끈하게 몰아칠 수 있다면 현재 대인 전투에서의 물렁한 방어 능력과 1칸이라는 점 모두 이해할 수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다.
두 번째 의문. 리프 어택은 왜 대인 전에서 활용할 수 없나?
지원, 원거리 클래스인 마법사, 요정, 총사 입장에선 마검사, 뇌신, 다크엘프 등 대시가 있는 근거리 클래스에 취약하다. 최근 리부트된 총사가 그나마 동 스펙에선 반반 전투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최근에 케어된 뇌신을 상대로는 답이 없다. 뇌신이 원래 원거리 카운터였으니 이해는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원거리 클래스의 생존을 위해 광전사의 리프 어택에만 족쇄를 채운 것이라면 더 납득되질 않는다. 애초에 클래스 리부트가 되는 순간 전투 구도는 박살 날 수밖에 없고 기존의 클래스 상성은 무의미해진다. 대신 요정과 총사에게 상태 이상을 해제하는 일종의 정화 같은 스킬을 부여하는 게 더 옳았을 것이다.
세 번째 의문. 가이아는 왜 상태 이상을 해제할 수 없나?
원거리 클래스의 몸살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리프 어택을 대인전에서 제한하여 광전사의 기동성에 족쇄를 채운 것이라면 생존성만큼은 확실하게 부여해야 했다. 장기적으로 모든 클래스가 생존기에 정화 효과가 있어야 한다. 점 찍히면 순식간에 죽고 중첩 대미지가 과도하게 오버되어 있는 현 시점에 HP를 회복할 수단과 상태 이상을 회복할 수단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과 맥락에서 리프 어택의 대인전 사용 불가는 그나마 이해의 여지가 있지만, 가이아에 상태 이상 해제가 없는 것은 광전사 콘셉트(몸빵 특화)에 반하는, 일종의 오류와도 같다.
이 외에도 골든 플레이트가 정말 신화 스킬의 값어치를 하는지에 대한 의문, 타이탄 스킬의 통폐합이 안 되었던 부분, 토마호크의 쿨타임이 길어 몰이가 불가능한 부분 등 다양한 의문점이 있다. 골든 플레이트는 직전에 리부트된 뇌신의 우라칸만큼의 효과는 아니어도 사용에 제약이 많아 실제로 활용 자체가 매우 어렵다. 난도 문제가 아닌 그냥 골든 플레이트를 써먹을 상황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투기장에서만큼은 종종 풀차징을 써먹을 수 있지만, 이렇게 효용성을 발휘할 만한 상황이 너무 드물다.
타이탄 스킬 통폐합은 시간적인 이슈 외 스킬 개수 등 기존에 광전사가 추구한 콘셉트가 있고, 그걸 또 구조적으로 변경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토마호크의 긴 쿨타임은 처음엔 버그인가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마검사의 슈퍼 소닉이나 뇌신의 체인 라이트닝처럼 확실하게 몰이가 되도록 몬스터 처치 시 쿨타임이 초기화 되거나 ON/OFF 방식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 토마호크만 개선되더라도 최소 PvE에서는 확실히 콘셉트에 부합하게 개선되었다 볼 수 있다.
타이탄 스턴의 방어구 슬롯 효과 무효화를 기대한 이들도 많았지만, 오히려 스펙이 좋은 라인 유저들은 광전사를 기피하고 있다. 콘셉트에 완벽할 수 있었던 광전사를 무엇 때문에 또다시 애매한 성능으로 케어한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 리프 어택과 가이아는 둘 다 개선되면 금상첨화겠지만, 콘셉트에 맞게 가이아만큼은 상태 이상 해제를 부여해야 한다. 도끼의 1칸 공격도 납득이 되려면 반대급부로 PvP에 다른 강점을 주던가, 아니면 사거리에 따른 대인전 페널티 대신 몰이/광역 사냥에서라도 빛을 볼 수 있도록 토마호크가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최소 울트라 리부트라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