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조 원대의 피해를 낳는 게임 불법 사설서버를 근절하기 위해 기존의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틀을 넘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운영자를 '특정경제범죄'로 가중 처벌하고, 수사기관이 범죄 조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오펜시브 시큐리티'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법적·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화우와 AI스페라가 29일 화우연수원에서 공동 개최한 '게임 불법 사설서버에 대한 법적, 정책적 대응'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는 만큼 대응 체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우의 시진국 대표변호사는 환영사에서 "게임산업의 대들보에서 발생한 누수와 같다"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누수가 지속되는 한 게임산업 발전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분야의 지식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면 다른 산업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K콘텐츠 생태계 전체를 위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불법 사설서버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꼽았다.


설지혜 변호사는 "게임산업진흥법, 저작권법 위반 등은 모두 처벌이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며 "수백억 원대 피해와 비교하면 합당한 처벌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낮은 법정형은 수사기관 내에서 저작권 위반 사건의 주목도를 떨어뜨려 적극적인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설 변호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 영리 목적의 조직적 저작권 침해 행위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단순히 저작권법의 형량을 일률적으로 높이는 것은 사소한 침해 행위까지 대상이 돼 일반인의 반감을 살 수 있다"며 "산업에 큰 피해를 주는 사건을 경제 범죄로 분류해 이득액에 따라 가중 처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특경가법은 범죄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때부터 적용돼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기존의 방어적,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수사기관이 범죄 시스템에 직접 개입하는 '오펜시브 시큐리티'(Offensive Security)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는 범죄자를 추적해 검거하는 것을 넘어, 범죄가 이뤄지는 서버 자체를 무력화하거나 범죄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해 와해시키는 적극적 개념이다.

장준원 화우 전문위원은 "납치 사건 해결을 위해 도청이라는 강제 수단을 동원하듯, 장기간 수사에 진전이 없는 사이버 범죄에 대해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서버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버 내부에 들어가면 범죄 조직의 전체 구조와 사업 모델을 파악해 일망타진이 가능하고, 보안이 허술한 범죄 조직에 지속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는 침입'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피해 기업이 조사를 위해 서버에 접근하는 행위조차 위법이 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찰의 위장 수사처럼 법률로써 예외를 허용하거나, 해당 행위를 정당행위로 인정하는 등의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오펜시브 시큐리티 도입을 위해 수사기관의 활동에 대한 '사법적 통제'와 민간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령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전문위원은 수사기관의 적극적 대응을 위해 새로운 입법보다 기존 사법 체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다른 수사기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보충성 원칙),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며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는 이미 위장 수사와 같은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 변호사는 "'정당한 권한 없이' 정보통신망 침입을 금지하는 현행법 조항이 너무 광범위해, 해킹 공격을 받은 민간 기업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대응하는 것조차 불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통령령 등 하위 법령에 예외 규정을 신설해 민간 차원의 정당방위적 대응이 가능한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위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불법 행위의 '도구'를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설 변호사는 "서버 호스팅 업체나 CDN 업체 등이 자사 서비스를 통해 불법 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기여 책임' 이론을 적용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민사적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불법 사설서버 이용자에 과태료를 부과해 이용이 불법이라는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며, 약화된 사이버 범죄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담팀 신설과 인센티브 제공 등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