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디아블로4에 특별한 선물이 찾아왔다. 디아블로4와 스타크래프트의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된 것. 블리자드를 상징하는 두 IP의 만남에 많은 팬들의 관심이 모였고 출시가 이루어지자 콜라보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짐 레이너, 아트큐러스 멩스크, 자가라와 제라툴, 테사다르, 그리고 케리건은 디아블로4 각 직업 특색에 맞게 다듬어져 성역에 구현되었다. 여기에 펫과 탈것, 엠블럼까지 관련 테마가 활용되기도 했다. 비비안 코스티(Viviane Kosty) 리드 아티스트와 폴 리(Paul Lee) 시니어 게임 프로듀서와의 그룹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번 콜라보에 대한 배경을 들어봤다.

▲ (좌) 리드 아티스트 비비안 코스티 / (우) 시니어 게임 프로듀서 폴 리


Q. 디아블로 IV와 스타크래프트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비비안 코스티 : 개발진은 여러 블리자드 IP와 함께 자라났고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와 살아왔기에 열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크래프트는 디아블로, 워크래프트처럼 대표적인 블리자드 IP이기에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다.

스타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디아블로 세계관에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저그는 디아블로의 악마와 유사하고 테란은 기사, 프로토스는 캐스와 같은 느낌을 볼 수 있어 이번 콜라보를 진행할 수 있었다.



Q. 스타크래프트와 콜라보인데, 프로토스 종족의 대표라고 말할 수 있는 신관 '아르타니스'가 빠진 이유가 궁금하다. 본체 젤나가(오로스)의 분신이 테사다르인데, 테사다르가 프로토스 종족 대표라고 하기엔 좀 아쉽다. 이번에 선정된 콜라보 스킨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됐는지도 궁금하다.

비비안 코스티 : 이번 콜라보를 준비할 때 가장 즐거웠던 것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었다는 점이다. 상징적인 영웅도 있지만, 플레이어들이 이번 콜라보를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대표적인 모습을 살리며 디아블로만의 판타지나 캐릭터 플레이 스타일도 함께 살리고 싶었다. 진짜 스타크래프트의 영웅을 가지고 디아블로를 플레이하는 느낌을 주고자 노력했다.

폴 리 : 발표한 모든 스킨은 판타지와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클래스에 맞춰 표현하고자 했다. 마법을 쓰는 고위 기사인 테사다르는 스펠 캐스터 원소술사와 이미지와 잘 어울리고 사이오닉 스톰이 번개와 적합하기도 했다.

아르타니스도 물론 상징적인 캐릭터다. 그렇지만, 전사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테사다르가 조금 더 원소술사와 잘 어울리는 매치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프로토스 캐릭터인 제라툴도 은신이라는 특징이 도적이 연상되어 표현할 수 있었다.




Q. 케리건을 혼령사로 택한 배경을 묻고 싶다. 케리건의 어떤 특색에서 혼령사와 어울리는 점을 찾을 수 있었는가? 그 외에도 디아블로4의 특정 직업과 스타크래프트의 특정 캐릭터가 함께 짝지어진 이유가 궁금하다.

비비안 코스티 : 이전 질문의 연장선이라고도 생각된다. 전체적인 그림을 고려했다. 외형은 물론, 플레이 스타일까지 포함된 모든 부분이다. 케리건의 기술을 보면 근접 공격부터 원거리까지 모두 가능하고 이 부분이 혼령사와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외형도 고려해 케리건과 가장 비슷한 직업군이 혼령사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옮겨놓은 것 같은 비주얼로 탄생했기에, 만족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케리건은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기에 특별히 신경을 쓰기도 했다. 게임을 하는 이들은 물론,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들도 아는 영웅이다. 이런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열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폴 리 : 개인적으로도 케리건은 좋아하는 영웅이기에 성역으로 가져오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릴리트와 비슷한 부분도 있기에 성역의 분위기에 잘 녹아들게 된 것 같다.



Q.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특히 케리건이 완벽하게 구현된 칼날 여왕 혼령사에 대한 반응이 좋다. 개발진 입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꾸미기 세트가 있다면 그 종류와 이유는 무엇일까?

비비안 코스티 : 어려운 질문이다. 개발진 모두 열심히 참여했기에 하나를 고르기 쉽지 않다. 하나를 선택한다면, 저글링 러시 탈것과 탈것 방어구를 고르겠다. 구상부터 개발, 실물이 나올 때까지 많은 고민과 연구 과정이 있었다. 기존 탈것과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보통은 동물에 갑옷을 얹는 형식인데, 저글링은 방어구를 통해 진화에 가까운 형태를 가진다.

또, 저그이기에 케리건에게도 영감을 받았다. 확대 시 근육과 같은 디테일에서 케리건과 비슷한 부분이 담겨있을 것이다. 동료 개발진이 많은 열정을 가지고 있어 저글링이 가지고 있는 작은 날개도 함께 보여주려 노력했다.

폴 리 : 일반 스킨보다는 스털링 펫을 선택하겠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성역에서 히드라리스크 펫을 사용한다는 판타지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든다. 또, 스타크래프트의 저그와 움직임이 가장 비슷하고 빠르다. 유저들이라면 히드라리스크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텐데, '발업'이 완료된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Q. 이번 콜라보는 방어구의 외형을 넘어, 차원검 같은 무기나 수정탑 보조무기 디테일로 완성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콜라보 외형 제작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비비안 코스티 : 모든 부분을 신경 썼지만, 무기에 많은 중점을 둘 수 있던 것에 대해 만족한다. 소외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무기가 캐릭터의 모습을 완성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의 무기가 디아블로4의 무기 종류에 어떻게 적용되고 기술적으로 올바르게 작용해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좋아하는 무기 중 하나가 드루이드 토템이다. 이번 스킨에서는 토템이 마치 갑옷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 감염된 테란의 모습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수정탑은 프로토스 에너지 원천이기도 한데, 원소술사 중심점도 힘을 얻는 콘셉트를 가져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었다. 야만용사는 성역에 총이 없는 세계관이기에 큰 칼날에 건 블레이드와 같은 형태로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Q. 드루이드의 경우 스킨 착용 후 곰인간이나 늑대인간로 변신했을 때 기존 변신과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비비안 코스티 : 아쉽지만, 변신했을 때는 기존과 같다. 정체성을 일부 지켜야 하기도 했다.



Q. 다크 판타지 게임인 디아블로4에 SF 요소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이에 대해 어떠한 접근 방식을 취했는지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비비안 코스티 : 어떻게 보면 외계 생물체이기에 이들을 성역에 가져오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프로토스나 자가라가 생각난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모습을 떠올렸다. 자가라 강령술사는 다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외계인도 아니지만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프로토스는 머리 모양의 특징이 있는데, 디아블로4 캐릭터의 머리 방어구를 통해 표현했다.

폴 리 : 캐릭터, 아트 외형도 중요하나 디아블로4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IP의 느낌을 가져오면서도 성역의 특징을 살리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Q. 매번 콜라보에서 스킬 이펙트가 바뀌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다. 콜라보나 다른 스킨에서 이펙트 변경 등은 계획이 없을까?

비비안 코스티 : 향후 계획은 확답하긴 어렵지만, 이펙트를 변경하면 게임 플레이 등 플레이어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Q. 개발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면 공유해 줄 수 있을까?

비비안 코스티 : 다양한 개발진과 많은 토론을 하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블리자드에서 오래 근무하며 스타크래프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그리고 다시 디아블로4까지 디자인에 참여하는 분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던 경험이다. 그분들의 많은 손길이 캐릭터에 남아있기에 마치 영웅을 만나는 것과 같았다. 그런 분들과 토론을 나누며 애정이 있는 부분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폴 리 : 기쁜 마음으로 진행한 작업이다. 콜라보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어서 좋았고 피드백을 보며 많은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Q.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는 ‘민속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이는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비비안 코스티 : 두 게임을 사랑하는 팬들이 이번 콜라보를 경험할 수 있게 되어 뿌듯하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를 플레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던 이들이 디아블로를 경험해 보고 반대로 디아블로 유저들이 스타크래프트를 접하는 좋은 발판이 되길 바란다. 이번 콜라보를 통해 다양한 스킨을 장착한 이들이 성역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폴 리 :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디아블로4가 팬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벌써 10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개인적으로도 어릴 때 한국에서 자라며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를 즐기고 프로리그를 보며 자란 세대다. 이번 콜라보로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갈증이 조금은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추석이 황금연휴라고 들었다. 디아블로4 10시즌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만나며 좋은 추억 쌓으시길 바란다.




#. 디아블로4 x 스타크래프트 콜라보레이션 콘셉트 아트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