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대사가 해골물을 마시고 얻은 깨달음으로도 꽤 알려진 이 말은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드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갑자기 게임 리뷰에 무슨 소리인가 하실 수 있겠지만, 제가 볼 때 오늘 리뷰로 소개할 이 게임이 그렇습니다.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게임입니다.
'숲속의 작은 마녀'는 제가 펀딩을 진행할 때부터 주목했던 게임입니다. 견습 마녀 '엘리'가 겪는 일상들을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과 캐릭터들로 풀어내어 귀여운 느낌을 주죠. 소위 말하는 '힐링' 게임의 향기가 아주 진했고, 실제 얼리 액세스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꽤 긴 세월의 얼리 액세스 끝에 지난 9월 14일 정식 출시를 했죠. 이전에 천재지변급 재앙이 닥치며 한 차례 미뤄지긴 했습니다만, 오히려 정반대되는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라 극명한 대비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바라보는 데 있어서 여러가지 견해를 남긴 게임이기도 합니다.

장르명: 어드벤처
출시일: 2025.09.14.
리뷰판: 정식 버전개발사: 써니사이드업
서비스: 써니사이드업
플랫폼: PC, XBOX
플레이: PC
사고뭉치 견습 마녀의 일상 체험하찮고 귀여운 것들로 받는 '힐링'

숲속의 작은 마녀는 마녀 학교를 무려 차석(!)으로 졸업한 사고뭉치 견습 마녀 '엘리'가 다음 수행지에 가지 않고 탈주하며 눌러앉은 위스테리아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경험하는 캐주얼 게임입니다. 우당탕탕 눌러앉게 된 버려진 마녀의 집에서 살아가면서, 가까운 위스테리아 마을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들을 해결하고 그 사건에 얽힌 진실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게임이죠.
엘리는 이렇게 위스테리아 마을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정체불명의 덩굴이 자라나 폐허가 된 마을이었지만, 엘리가 이를 해결하고 주민들을 하나둘씩 불러 모으면서 위스테리아 마을은 옛날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갑니다. 그러면서 엘리는 더 다양한 주민들과 고양이, 그리고 이에 흥미를 갖고 지켜보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왜 그 덩굴이 자라나게 되었는지도 조사하며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만나게 되죠.
플레이어는 엘리가 되어서 메인 퀘스트를 따라 미션을 수행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다양한 주민들을 만나게 됩니다. 주변 지역에서 동식물의 재료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물약과 사탕을 만들어서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게 되죠.
이러한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고 정말 쉽게 이해가 가능하기에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엘리의 체력과 피로도가 존재해서 하루에 할 수 있는 행동의 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활동하다간 그 자리에서 쓰러져 약간의 페널티를 받고 마녀의 집에서 다시 깨어나게 되고요. 그래도 지장은 크게 없습니다. 다음날 제때 자기만 하면 다시 다 회복되거든요.

꽤 재밌는 건 포션과 사탕 등, 마녀 솥을 이용한 조제입니다. 적절한 재료들을 넣고 불을 적절히 맞추고 제대로 저어야 완벽한 제조가 가능합니다. 각 제조법마다 순서와 화력, 그리고 마녀 솥의 폭주도 그때그때 달라서 제법 제조에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각각의 재료들도 마구잡이로 캘 순 있지만 효율이 떨어지기도 하고, 적절한 채집법으로 채집하게 되면 훨씬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도 하고요.
이러한 과정에서 무엇보다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의 '귀여움'에 매료됩니다. 호기심에 다가오는 몽시리의 털을 쭈~욱 늘려서 뜯고, 장난꾸러기 덤불 강아지에게는 덤불을 제거해서 털을 얻고 겸사겸사 배도 쓰다듬어 주고요. 도트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이 작고 하찮아 보이는 친구들이 몹시 귀엽습니다. 그리고 이 '귀여움'이 숲속의 작은 마녀가 가진 최고의 매력 중 하나이자 게임을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잔잔하게 미소가 흘러나올 법한 귀여움이 있거든요.
자, 여기까지만 보면 귀엽고 느긋하면서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느낌이 드셨겠지만, 냉정하게 게임을 분석해보면 약간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이 게임이 진짜 잘 맞지 않을 수 있거든요.


힐링 게임을 급하게, 효율적으로...?효율을 따질때면 꽤 불편한 것들이...

먼저 인벤토리가 좀 불편합니다. 인벤토리 칸이 좁은 건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되긴 하지만, 문제는 아이템입니다. 각종 제조 아이템과 재료 아이템들을 잔뜩 넣고 돌아다녀야 하다 보니 금방금방 모자라요. 제한된 스태미나로 인해 최대한 효율적인 채집을 하려다 보면 금방 인벤토리가 터져나갈 수 있죠. 무게는 없지만 한 물품이 20개가 넘어가면 칸이 넘어가므로 잔뜩 캐두기가 어렵습니다.
빠른 이동을 위한 마녀의 지팡이는 생각보다 내구도가 빨리 닳고, 일종의 웨이포인트인 마녀의 정류장은 집과 갔던 곳밖에 갈 수 없는 단일 통로로 쓰입니다. 몇 번 사용하면 또 망가져서 수리해줘야 하고요. 재료를 캐와서 정제하는 과정 역시 매우 반복적입니다. 그러면서 시간도 봐야 하고, 효율적으로 하려다 보니 정신이 없죠. 자동 제작이 열리는 시점도 있지만, 도감 작을 하려다 보면 수동이 훨씬 낫습니다.
주기적으로 큰 보상을 제공하는 납품은 약 3일 주기라는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하루는 캐고, 하루는 만들고 납품하고. 그러면 또 하루가 지나면 다음 납품은 뭐지 하면서 또 재료를 캐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생각보다 여유가 있지만, 반대로 여유가 없을 수 있죠.
그래서 한번 왕창 재료를 캐놓고 납품 갱신일에 다 만들어서 납품해버리면 좀 여유가 생기는데, 이래서 인벤토리가 모자라죠. 게임을 좀 진행하면서 집 확장이 이뤄진 이후에는 창고를 늘리고, 정제 도구들도 한 층 업그레이드되어 그나마 숨통이 조금 트입니다.

그리고 숲속의 작은 마녀에는 '도감' 시스템이 있습니다. 채집물 혹은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다 보면 보너스를 얻을 수 있어요. 더 많은 채집물이 나오기도 하고, 특이 개체를 더 많이 발견하기도 하고요. 물약이나 사탕은 자동 제조 혹은 고득점이나 1+1 등의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채우는 일 자체가 생각보단 고역입니다.
도감에서 요구하는 수치가 생각보다는 조금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나마 다행인 건, 퀘스트로 납품을 하거나 진행에 필요한 소비품의 양 자체가 많지 않아 부담은 좀 덜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유전자라면, 당연히 잔뜩 만들어 놓고 대충 꺼내서 납품하면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 수 있습니다.
스토리도 엄청 잔잔한데, NPC들과 엘리 그리고 다양한 모든 요소에서 대화가 많은 편입니다. 차분히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분명히 대화를 보고 이것저것 알아가는 게임임에도 텍스트가 생각보다 정말 많고, 시답지 않은 텍스트는 스킵이 안 되는 구간도 많습니다. 하나하나 보면 그냥 넘길 수 있는 별것 아닌 것들이지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다 보면 하나하나 다 짜증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렇게 보면 "뭐 이런 게임이 다 있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이 게임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보면 다 납득이 됩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쫓기지 말고 귀여운 마녀와 마을의 매력을 음미하면서 하다 보면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거겠죠?


힐링 게임이면 천천히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가서 몽시리 털이나 뽑으렴

숲속의 작은 마녀를 플레이하다 보니 옛날에 다른 유저에게 들었던 잔소리(?)가 생각납니다. 저보고 게임을 정말 '개미'같이 한다고 했었죠. 당연히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 시간 내에 효율을 찾아서 쉴 새 없이 제작을 돌리고 채집물 리젠 시간에 맞춰서 캐고... 그러다 보니 매일 뭔가 일을 하는 느낌이었죠. 게임이 아니라 일을 하는 모습으로 보였나 봅니다.
숲속의 작은 마녀를 할 때 그 말이 떠올랐습니다. 느긋하게, 하고 싶은 걸 천천히 찾아서 이래저래 해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한국인의 유전자인지 버릇인지 '효율'을 찾아서 하고 있더라고요. 피로도를 한 번이라도 놓치면 아깝고, 덤불 사과를 따서 10을 회복해 20까지 싹 소모해서 0으로 만들며 팍팍 효율적으로 하다 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효율만 팍팍 찾아서 하면 불편하고 답답한 게임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뭐 바쁠 거 있나?"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니 확 달라졌습니다. 느긋하게 찾고, 귀찮으면 하루 쉬고, 납품도 안 하고. 여기저기 찾아보고 몽시리 털이나 뽑으면서 느긋하게 플레이를 하며 여유를 가지니 편안해졌습니다.
이쪽이 좀 더 근본적인 '힐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크루세이더 킹즈를 할 때, 내 마음대로 하나도 되지 않아서 화가 났지만 해탈하고 막장 아침 드라마 보는 것처럼 하니까 갑자기 재미가 확 살아난 느낌과 비슷한 경험이었다고 할까요.

'급하게 하지 마라,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둘러보자'는 마음을 가지면 다시 다르게 보입니다. 대부분의 퀘스트에 제한 시간이 거의 없고, 시간제한이 있는 납품들은 그만큼 효율이 압도적이라 가끔씩만 해줘도 불편하지는 않아요. 그나마 좀 빠르게 하면 편한 건 인벤토리 늘리는 정도였으니까요.
이게 '느긋하게 게임하기'를 적용하면, 효율을 찾아서 답답하고 불편했던 것들이 이해가 되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게 됩니다. 그게 기획 의도에 맞으니 이걸 불편하다 하기도 그렇고... 그렇지만 실제로 불편하니 뭔가 미묘합니다.
물론 때로는 이러한 기획 의도가 덜 만들어진 게임의 완성도를 무마하는 수단이자 이유로 주장되기도 해서 민감한 부분일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숲속의 작은 마녀는 그렇게 핑계로 '힐링'을 주장하는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불편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많은 걸 요구하지 않기에 적당하고, 반복 작업이 있지만 단순히 시간 벌기용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도감의 등급을 올리는 정도가 좀 목표 달성에서 더딘 편인데, 이것도 작정하고 한국인의 효율을 찾다 보면 의외로 오래 걸리진 않기에 적당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힐링이라는 목적과 기획 의도를 충실히 담은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의 심신에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적절한 스토리텔링을 동반해 플레이어가 세계에 빠져들게 만들어주고 있죠. 귀여운 도트 그래픽과 잔잔한 음악 속에서 여유를 찾는 게임이랄까요.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효율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효율적인 농업 혹은 공업을 추구하면서 수작업이 답답하고, 거대한 스케일과 음모 등이 난무하며 화려한 연출 속에 긴장감 있는 플레이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느긋하게, 그리고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을 가지고 잔잔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끼고 싶은 분께는 추천해 드립니다. 삶이 팍팍해짐을 느낄 때 여유를 찾기 위해 자주 찾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