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의 전설적인 순간들을 기억하시나요. 55레벨이 만렙이던 시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필드 보스 파드마샤를 최초로 공략한 이들. 그리고 클래식 서버에서 전 서버 공적도 1위를 차지했던 레기온. 그 중심에 '너의바램'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10년도 더 된 추억 속의 기록이지만, 지금도 많은 아이온 유저들이 그때를 떠올립니다.

당시 파드마샤 공략은 단순한 보스 처치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잡을 수 없었던 필드 보스. 바로 그 차이가 아이온만의 매력이었죠. 공략 이후 엔씨소프트가 파드마샤를 인스턴스 던전으로 변경했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인벤에도 기사가 올라갔고, 너의바램은 아이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플레이어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이온2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때 아이온의 정상에 섰던 너의바램은 현재 PC방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장님이자, 20년 넘게 함께한 동생뻘 친구들과 여전히 게임을 즐기는 1명의 게이머입니다. 리니지부터 아이온까지, 엔씨소프트 게임과 함께 청춘을 보낸 그는 아이온2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애정 어린 시선으로 게임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쓴소리도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게임에서만큼은 모두가 공평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게이머로서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도전 정신을 가진 너의바램을 만나 아이온1부터 아이온2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먼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이온에서 최고 레벨이 55였던 시절, 필드 보스 파드마샤를 최초로 공략했던 '너의바램'입니다. 천족과 마족 모두 플레이할 정도로 오랜 시간 즐겼었고, 클래식 서버에서는 전 서버 공적도 1위 레기온 길드장이었습니다. 지금은 그저 PC방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장입니다.

처음 아이온을 즐길 때 플레이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리니지 같은 2D 게임만 해왔으니 3D 게임에 적응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함께 플레이하던 분이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불의 신전에서 유일 무기를 획득하는 방법부터 시공의 균열을 타고 적 종족 지역에 잠입하는 법까지, 정말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함께하다 보니 게임이 점점 재미있어지더라고요.


Q. 클래식 서버에서 레기온 공적도 전 서버 1위를 다성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특별한 이유라던가 그런 건 따로 없었어요. 목표가 있으니 도전하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리니지를 플레이할 때도 그랬지만, 저는 남들이 못 하는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했어요. 로스트아크로 비유하자면 퍼스트 킬 같은 거죠. 주변에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함께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온2는 6인 파티가 아니라 4인 파티라고 해서 약간 걱정되긴 합니다.

아이온2에서도 파드마샤 같은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필드 보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던 위주의 플레이도 좋지만 절대 깰 수 없을 것 같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보스 같은 거요.


Q. 요즘은 플레이 타임을 줄일 수 있도록 라이트하게 즐기는 걸 선호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로스트아크도 그렇고 와우도 그렇고 퍼스트킬 같은 상징적이면서도 '명예'가 주어지는 콘텐츠가 있잖아요? 아이온2에서도 이런 부분이 잘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전할 만한 콘텐츠요. 나이를 먹어도 도전 욕구와 마음은 아직도 예전과 같아요.


Q. 아이온 플레이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클래식 서버에서 라이브 방송을 할 때 각 서버를 찾아가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사연을 받는 이벤트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1등으로 편지를 보냈죠. 저를 찾아달라고요. 이후 운영자가 귓속말을 보내와서 곧바로 답변했습니다. "레벨업이 무슨 리니지냐, 개선해라"는 내용으로 장문 글을 보냈더니 운영자가 제 질문을 받자마자 바로 도망가버렸어요. 그 바람에 저희 서버 유저들은 질문할 게 산더미인데 하지도 못하니 제가 욕먹은 적도 있습니다. 너무 제가 눈치가 없이 말한 것 같아요. 조금 더 폭 넓게 개선 사항을 전달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웃음)



Q. 아이온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게 파드마샤 공략인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의 기억을 한 번 되살려 볼까요?

55레벨이 만렙이었던 시절에 공략했던 걸로 기억해요. 초기의 파드마샤는 필드 보스였는데 나중에 인스턴스 던전으로 변경되었어요. 저희 팀이 잡은 이후에 패치로 인던 보스로 바뀐 거죠. 옛날에 인벤에서 인터뷰한 게 기억이 납니다. 클래식 서버에선 영섬에서 필드 보스를 공략했었네요. 시공의 균열로 상대 진영 보스의 보스를 잡기도 했었어요. 이런 요인이 제가 게임을 즐기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와우 오리지널 시절 필드 보스의 추억처럼 말이죠.

▶ 불가능? 파드마샤 킬 성공! 아스칼론 '너의바램' 인터뷰 기사 [바로가기]



Q. 클래식 서버는 어땠나요? 꽤 오랫동안 플레이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출시 직후 굉장히 최근까지 플레이했어요. 메인 디렉터가 바뀌고 부터 BM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강화석, 마석, 스킬을 유료 상점에서 구매하게 되고 부터요. 필드 사냥으로 얻기가 어려우니 유료로 구매해야 되는 상황이 만들어 진거죠. 레벨도 계속 확장 되었는데 리니지 느낌이 나더라고요.

공헌도 1위를 달성하던 시기에 제가 운영하던 레기온도 72명이 꽉 차 있었는데 패치 이후 1명씩 접기 시작하더니 40명까지 줄었습니다. 리니지 시절부터 함께하고 아이온도 같이 즐기면서 클래식까지 함께 해온 동생들도 떠나게 되더라고요. 이런 점이 참 아쉽습니다. 그래서 아이온2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기도 해요.

현재 아이온 중국 서버는 꽤 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즐기던 친구들 일부도 중국 서버로 넘어가 플레이하고 있어요. 유튜브에도 중국 서버 플레이하며 영상을 올리는 아이온 러버들도 굉장히 많고요.



Q. 곧 아이온2가 출시되는데 플레이할 계획이 있을까요?

솔직히 저 뿐만 아니라 유저분들도 잘 아실 거 같아요. 그나마 고무적인 건 라이브에서 말하기를 정통 RPG를 추구하면서 시즌패스와 외형 BM만 있다고 말한 거겠죠. 이걸 두고 또 속냐,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오면 분명 하긴 하겠죠. 중요한 건 잘 나갈 때 입니다. 리니지에서 BM 장신구가 나오고 아이온 클래식에서 강화석 등이 BM으로 나온 것처럼 계속 잘 '유지'할 수 있느냐 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Q. 방송에서 공개된 내용만 봤을 때는 어땠나요?

PvP가 가장 걱정 됩니다. 필드 보스도 그렇고요. 앞서 질문처럼 요즘은 라이트한 게 대세 잖아요. PC방을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만큼 요즘 어리고 젊은 세대가 어떤 게임을 선호하는지 또 어떤 콘텐츠를 즐기는지 매우 잘 압니다. 요즘 PC방 폐업률이 어마어마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계속 잘 유지하고 있는 건 제 나름대로의 게임 철학과 현장 손님들의 니즈를 잘 파악한 대응이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얘기가 산으로 갔는데... 저도 나이를 먹긴 했나 봅니다. 필드 콘텐츠, 어비스에서의 PvP와 필드 보스를 선호 하니까요. 요즘 MZ 세대는 이런 콘텐츠 정말 싫어 하거든요. 그래도 원작의 어비스 공중전 PvP는 제대로 구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땅에 있는 사람보다 먼저 날개를 핀 사람이 우선권이 있다던가.. 이런 게 날개 펴고 싸우는 아이온의 묘미 잖아요. 전 필드에서 날개를 펼 수 있어 조금 신선하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Q. 게임이 라이트해야 하는 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가닉 유저를 잡으려면 너무 어려우면 안 되지만, 반대로 코어 유저에게 합리적인 콘텐츠가 제공되려면 너무 쉬워서도 안 되니까요.

그래서 그 선이 잘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로스트아크의 카제로스 퍼스트킬 보셨나요? 저희 피시방에서도 방송보며 응원하는 손님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이런 게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아주 좋은 예시라고 봅니다. 반대로 마비노기 모바일처럼 라이트한 부분도 있어야죠. 이런 게 잘 반영 되면 더할나위 없겠죠.

아이온2도 보스의 패턴, 모션 등에 따라 공략법이 달라지고 난도에 따라 도전 욕구와 타이틀 같은 명예가 주어진다면 재밌을 거 같아요. 근데 파티 최대 인원이 4명이라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너무 라이트할 거 같아요. 수호성이냐 검성이냐, 치유성이냐 호법성이냐 등 탱커 힐러 부족 현상도 분명 이슈가 될 거 같고요.


Q. 라이트한 콘텐츠와 하드 콘텐츠가 나뉘어서 고도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접근은 쉽되 난도나 성과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되고, 최고 난도를 클리어하면 명예가 주어지는 식으로요.

라이트한 부분을 고려하면 마비노기 모바일처럼 4인 파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레이드 같은 콘텐츠겠네요. 공격대는 최대 8명이라던데 딱 클래스 1명씩 참여하는 것 외에 큰 장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타임어택 같은 콘텐츠에선 딜이 낮은 클래스는 소외 되고 살성이나 마도성처럼 딜 좋은 직업을 2~3명 데려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클래스 밸런스도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봅니다.



Q.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보니 아이온2에는 필드 보스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나온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1회 공격만으로도 보상을 얻어가는 라이트한 형태로 나오지 않을까요?

꼭 필드 보스가 아니더라도 타하바타 같은 건 충분히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키니까요. 너무 인던 위주의 플레이는 재미가 없지만, 클리어하기 어려운 엔드급 콘텐츠에선 공략의 묘미가 잘 발휘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게 RPG에서 근본적인 동기부여가 되니까요. 리니지도 안타라스, 파푸리온처럼 용이 그러했고 쉽게 못 잡는 보스가 있었고, 아이온에선 파드마샤가 그 포지션을 담당했었죠.


Q. 방송에서 공개된 모바일 환경에서의 조작은 어땠나요?

PC는 그래픽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모바일은 음... 그냥 모바일 게임이었어요. 다른 것보다 배틀 로그, 컴뱃 로그 같은 게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로그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대응 요령을 찾는 게 또 아이온의 묘미인데 아이온2는 이런 게 없으니... 그만큼 요즘 트랜드에 맞춰 라이트한 부분이 반영 되었다 볼 수 있겠네요.



Q. 데미지 미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국내는 직업 밸런스 때문에 난리지만, 해외 RPG에선 로그를 바탕으로 최고의 DPS를 위한 최적의 세팅, 이에 따른 결과값에 따른 직업 순위와 판단이 매우 중요한 시대입니다.

데미지 미터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PC방 손님들도 있어요. 결국 게임이 마냥 라이트하지 않을 거고 공략이나 타임어택 같은 이른바 딜찍누 같은 환경에선 그만큼 딜이 중요하죠. 딜을 제대로 못 하는 게 들통나면 배제되거나 갈등이 생길 수 있고요. 그래도 저는 찬성하는 편이에요. 미터기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수용한다면 결국 유저는 더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보거든요. 중요한 건 게임사가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느냐 아닐까요.

아이온도 공식 데미지 미터기는 없었지만, 외부 프로그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해외 서버는 다들 미터기를 켜고 플레이합니다. 와우와 파판14처럼 언제 어디서 어떤 스킬을 썼는지까지 다 알 수 있어요. 분명 양날의 검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선까지 공개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다들 생각하는 게 저랑 같은 거라고 봅니다. 게임사의 업보. 확률형 아이템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출시했고, 아이온 클래식에서도 각성수는 안 나온다고 했고 복합 마석도 없다고 했지만 말장난이 됐어요. 복합 마석 대신 유일 마석을 내놓는 식이었죠. 다른 게임을 운영하며 보여준 운영적인 실망과 상실감이 다들 클 거라 봅니다.

그래도 리니지 뿐만 아니라 아이온 IP도 10년 넘게 즐긴 1명의 유저로써 일단 아이온2는 해볼 거 같네요. 정말 관계자를 만나면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요. 현실은 불공평해도 게임에서는 모두가 동일하게 시작해야 된다 입니다. 요즘 현실이 얼마나 살기 힘들고 삭막합니까. 게임에서라도 공정해야죠. 물론 예전처럼 속진 않을 거에요.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접던가 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더 아이온2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저는 아이온, 클래식을 함께 했었던 지인들과 이스라펠 서버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부디 게임이 잘 나와서 우려가 기우가 되어 모두가 함께 즐겼으면 하네요. 그래야 업계도 활력이 좀 생길 것 같고 자영업으로 PC방을 하는 사장님들도 힘을 낼 수 있을 테니까요.


✅ 아이온 특집 기사 모음

① 35레벨 유일 무기의 성지, 불의 신전에서 벌어진 그 일들
② 싸움에 진심인 자, 시공의 균열로 출근!
③ 31레벨, 42레벨 주차 완료? 고정작 하던 그때 그 시절
④ 꼬꼬마가 세상을 지배한다! 아이온1 'SD 커마' 열풍
⑤ 클래스마다 다른 매력, 아이온1 시그니처 스킬 모음
⑥ 그 시절 파드마샤 최초킬 네임드 '너의바램' 인터뷰
⑦ 아이온의 12주신과 제5 용제 스토리
⑧ 우리의 적은 용족, 아트레이아부터 아이온2 세계관까지 정리
⑨ 1년간 아이온1을 빛냈던 '전설'들의 기록
⑩ 특집 기사 10탄(11/4)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