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개발한 SRPG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외전작 '로스트 아이돌론스: 베일 오브 더 위치(이하 베일 오브 더 위치)'가 지난 2024년 11월 얼리액세스를 실시한 지 약 11개월여 만인 10월 9일 마침내 정식 출시 예정입니다.

'베일 오브 더 위치'는 본편의 SRPG 시스템, 세계관을 바탕으로 로그라이트 요소를 접목한 게임입니다. 전작이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정통'에 충실했기에 생긴 여러 진입장벽을 로그라이트 요소를 접목함으로써 대폭 낮춘, 그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덕분에 지난 얼리액세스 버전은 여러모로 호쾌한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소위 운빨이라고 하는 요소가 더해진 덕분에 운만 좋다면 초반부터 강력한 스킬, 무기를 얻은 체로 플레이하는 게 가능했죠. 물론 그러면서도 특유의 전략적인 요소 역시 놓치지 않았고요.

그로부터 11개월이 지났습니다. 한층 탄탄하게 다듬어진 '베일 오브 더 위치'는 과연 SRPG 팬들에게 어떤 재미를 선사할 예정일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명: 로스트 아이돌론스: 베일 오브 더 위치
장르명: SRPG
출시일: 2025.10.09.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개발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서비스: 카카오게임즈
플랫폼: PC, PS5, XSX|S, NS
플레이: PC


운빨이 선사하는 즐거움이점은 크게, 불이익은 작게


'베일 오브 더 위치'의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전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두 종류의 무기를 들고 다니면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점, 마법이나 스킬의 쿨타임이 존재해서 비장의 한 수로서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점, 그리고 기본적으로 항상 적들이 더 많기에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까지 본편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
다만, 그저 같아서야 외전작이라고 할 수 없겠죠. 여기서 차별화를 꾀한 게 바로 로그라이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일 오브 더 위치'의 로그라이트 요소를 설명하자면 운과 다양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RPG에서 성장 요소는 계단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위 스킬을 배우기 위해선 하위 스킬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하는 식이죠. 일반적인 RPG에서는 사실 큰 문제가 없는 방식입니다. 정석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베일 오브 더 위치'는 다릅니다. 레벨 노가다 등을 통해 레벨이나 스탯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적으로도 항상 소수인 만큼, 비장의 한 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비장의 한 수로 가져온 게 바로 로그라이트 요소입니다.

▲ 운만 좋다면 초반부터 전설, 신화 스킬이 동시에 나와서 즐거운 고민거리를 선사할 수도

▲ 반격에 특화된 스킬을 얻는다면 방어 쪽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레벨이 오르고 스킬이 해금되는 순간, 어떤 스킬을 배울지 랜덤하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킬은 크게 일반, 희귀, 전설, 그리고 신화 네 종류로 구분되는데 랜덤하게 고를 수 있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운만 좋다면 1레벨에서 2레벨로 오를 때 전설 등급 스킬이 나와서 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게임 플레이가 한결 수월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운만 좋다면 초반부터 강력한 스킬을 얻고 여포처럼 수많은 적들을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에는 마법이나 스킬을 쓰는데 별도의 자원이 필요 없다는 점 역시 주효합니다. 마법이나 스킬을 쓸 때는 오직 쿨타임의 제한만 있는 만큼, 초반부터 거침없이 적들을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죠.

앞서 캐릭터의 레벨이 오르면 어떤 스킬을 해금될지, 그리고 어떤 등급으로 해금될지 전부 랜덤이라고 한 바 있는데요. 이는 공명석으로 대표되는 장비 강화 요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명석을 얻고 전투를 완료하면 얻은 공명색 갯수에 따라 장비를 강화할 수 있는데 이때 어떤 장비가, 어떤 등급이 될지 전부 랜덤하게 결정됩니다.

▲ 기본적으로 높은 등급을 우선해서 올리는 게 좋지만, 이 역시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스킬과 마찬가지로 가장 좋은 건 두말할 것도 없이 높은 등급(공명)이 뜬 장비를 강화하는 일입니다. 파란색(희귀) 보다는 주황색(전설)이, 주황색보다는 빨간색(신화) 공명이 뜬 장비가 좋은 것으로 등급이 높을수록 무기의 공격력 등이 더 많이 오르는 건 물론이고 패시브 스킬 등이 해금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게 무조건 능사인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특정 캐릭터의 스킬이 좋게 떠서 주력 캐릭터로 쓴다면 그럴 때는 단순히 높은 등급을 우선해서 올리기 보다는 그 캐릭터에 집중해서 올리는 게 더 유리합니다. 이런 식으로 '베일 오브 더 위치'는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 전설급으로 강화하면 혼자서 적 2~3명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건 이러한 선택지에 소위 말하는 '꽝'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스킬의 경우 최저라고 해도 일반 등급이고 장비 역시 파란색의 약한 공명이기 때문이죠. 물론 근딜 위주로 스킬을 해금하고 장비를 강화했는데 원거리 무기 강화가 뜬다면 좀 아쉬울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캐릭터를 강화하는거니 결국 강해지는 건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선택에 달렸다당장 강해지거나 다음을 기약하거나

▲ 휴식을 취할까 훈련을 시킬까, 전부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얼핏 본편보다 더 쉬워진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운만 좋으면 초반부터 전설 스킬을 얻거나 장비 역시 매우 강한 공명이 뜨면 장비의 기본 능력치가 강화될 뿐더러 패시브 스킬이 추가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전투에 나서는 캐릭터가 최대 5명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전투가 끝났다고 해서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게 아니기에 어떤 면에서는 더욱 신중하게 플레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베일 오브 더 위치'에서는 선택이 더없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게임은 매 순간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앞서 언급한 어떤 스킬을 배울지부터 어떤 장비를 강화할지 선택해야 하고, 모험을 떠나면서도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선택지는 지금 당장 강해질지 아니면 다음을 기약할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 유물이 쌓일수록 눈에 띄게 강해진다

지금 당장 강해지는 건 유물과 골드가 대표적입니다. 유물은 갖고만 있어도 파티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캐릭터를 강화 하는 요소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화상, 중독, 출혈 등 적에게 건 디버프 지속 턴 수를 1턴 늘려주는 유물부터 회복량을 증가시켜주는 유물, 스킬이나 마법의 쿨타임을 줄여주지만, 낮은 확률로 높여주는 유물, 매 갈림길에서 까마귀가 등장해 각종 도움을 주는 유물까지 다양합니다. 이런 유물들은 얼핏 성능이 크게 체감되지 않는 면이 있지만, 유물이 쌓이게되면 캐릭터들을 한층 탄탄하게 받쳐줌으로써 진행을 훨씬 원활하게 도와줍니다.

골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골드는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큰 도움을 줍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아마 로그라이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새로고침에 대한 부분입니다. 골드가 넉넉하다면 앞서 언급한 스킬 해금 시 새로고침을 눌러서 더 좋은 스킬이 나오는 것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운 좋게 상인을 만난다면 포션을 사서 파티의 체력을 회복하거나 룬이나 유물 등을 살 수도 있습니다.

▲ 골드가 있으면 좀 더 안정적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성장은 덤이다

축복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축복은 일정 전투 횟수 동안만 유지되는 강력한 버프 효과입니다. 유물과 골드와 달리 어떤 축복이 뜰지 알 수 없지만, 그걸 감안해도 일단 가능하면 얻는 걸 추천할 정도로 강력한 버프를 선사합니다. 특정 무기로 적을 공격하면 주변 2칸 거리 안의 아군에게 일정 대미지를 막아주는 보호막을 생성하는 축복이 대표적입니다. 좋은 축복을 얻는다면 강적과의 전투도 두렵지 않습니다.

로그라이트에서 죽음은 친숙한 요소입니다. 초반에는 몇번이나 죽으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아닙니다. 강력한 스킬을 해금하고 장비도 다 강화했는데 전부 잃어버린다면 허무할 뿐일 겁니다. 당연하게도 '베일 오브 더 위치' 역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놨습니다. 그게 바로 룬과 불꽃의 조각입니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영구적인 재화로서 캐릭터의 저점을 높일 수 있습니다.

룬은 간단히 말해서 캐릭터 각각의 저점을 높여주는 재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여주고 스킬 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게 바로 스킬 강화입니다. 앞서 레벨을 올릴 때 어떤 스킬이 해금되는지 랜덤이라고 한 바 있는데, 초반에는 그 수 역시 얼마되지 않습니다. 스킬을 더 많이 해금하기 위해선 거점에서 캐릭터 스킬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캐릭터를 좀 더 뾰족하게 육성할 수 있습니다.

▲ 죽더라도 불꽃의 잔재는 남고 이를 통해 저점을 높일 수 있다

불꽃의 잔재는 유물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그리고 영구적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요소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건 각 장비의 기본 능력치를 올려준다는 점입니다. 검을 강화하면 모든 검의 기본 공력력을 올려주고, 중갑을 강화하면 모든 중갑의 방어력을 올려주는 건데, 검을 쓰는 캐릭터가 많으면 우선적으로는 검을 강화하고, 마법사 캐릭터가 많다면 마법 공격력을 올리는 식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파티를 원하는 방향으로 다듬는 게 가능합니다.

영구적 성장 요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캐릭터 간의 호감도 역시 전투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어떤 면에서는 성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감도가 높아지면 협력 효과라고 해서 인접했을 때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상승하는 버프 효과를 얻게 됩니다. 어떠한 전략을 쓸지, 캐릭터를 뭉쳐 다닐지 흩어놓을지 선택의 폭 역시 호감도가 오를수록 더 다양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호감도에 따라 협력 효과라고 해서 다양한 버프 효과를 얻게 된다


로그'라이트'라지만스토리까지 너무 라이트한 건 아쉬워


11개월 간의 얼리액세스를 끝마치고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베일 오브 더 위치'는 그간의 수많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많은 부분을 개선했습니다. UI는 물론이고 UX 측면에서도 개선이 이루어졌으며, 여기에 더해 캐릭터와 관련해서는 음성 더빙이 추가됨으로써 스토리적인 부분에도 조금 더 힘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토리에 대한 건 많이 아쉬운 느낌입니다.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로그라이트 특유의 가벼운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랜덤하게 해금되는 스킬, 그리고 장비 강화 요소는 다양한 빌드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주고, 좋은 유물과 스킬, 장비가 뜰 경우에는 강력한 성능까지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SRPG임에도 적들을 압도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줄 정도입니다. 여기까지는 '베일 오브 더 위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극적인 연출이 거의 없기에 전체적으로 평범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장점은 여기서 그칩니다. 여전히 스토리는 단편적일 뿐더러 연출 역시도 단조롭기 그지없습니다. 스토리는 물론이고 스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설 스킬의 경우 약간의 연출이 가미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지간한 RPG의 스킬 연출보다도 단조롭기에 아쉬울 따름입니다.

정리하자면 '베일 오브 더 위치'는 무난한 육각형 로그라이트 SRPG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복 플레이를 좋아한다면, 로그라이트 특유의 랜덤 요소를 좋아한다면 분명 '베일 오브 더 위치'는 나름의 재미를 선사할 게임입니다. 다만, 이는 반대로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에게는 딱히 와닿지 않는, 그런 게임이라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게임으로서 본편을 즐겼거나 SRPG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에게나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