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데스2'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스팀 차트에서 같은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 하나가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인디게임 개발사 베디나드가 만든 메가봉크(MegaBonk)라는 게임인데요. 출시 당시부터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더니 2주 만에 100만 장을 판매하면서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팀 최고 매출 7위, 일일 최다 동시 접속자 수 91,000명.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라는 히트작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이나 '하데스2' 같은 대작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밀리지 않습니다. 사실 그래픽만 보면, '이게 왜?'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대체 메가봉크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게이머들을 사로잡았을까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 3D: 익숙함에 변주를 줄 때 명작이 된다


이 게임의 기본적인 뼈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와 같습니다. 플레이어는 가만히 있어도 공격이 자동으로 나가는 '오토 슈팅' 방식으로, 사방에서 몰려오는 고블린과 해골 군대를 죽입니다. 적을 처치하고 떨어지는 경험치(XP)를 모아 레벨업하면, 새로운 무기나 '토템(Tome)'이라 불리는 패시브 능력치를 선택하고, 빌드를 완성해 나가는 게 게임의 기본 원리입니다.

메가봉크는 여기서 한가지 변주를 시도합니다. 메가봉크는 많은 로그라이크 게임들이 따르는 문법인 2D 픽셀 화면을 3D 그래픽으로 전환했습니다. 덕분에 2D에서는 없는 요소가 생겼습니다. 바로 Z축에서 다가오는 적들입니다.

▲ 2D 로그라이크 대표 게임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2D에서 우리는 사방에서 다가오는 적을 평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적들이 다가와도 한눈에 파악이 가능합니다.

▲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몬스터들

그런데 3D에서 저의 시야는 캐릭터가 보는 방향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야의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거기서 적들이 등장하다보니 전과 다른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 지형 지물을 이용해서 싸우는 와중에 몬스터가 갑작스럽게 난입합니다.

메가봉크는 랜덤하게 생기는 지형 속에서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적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지형은 높은 곳과 낮은 곳, 넓은 곳과 좁은 곳이 두루 생깁니다. 그래서 각 지형마다 몬스터들이 다가오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평면에서 다가오는 적들보다는 훨씬 흥미롭게 게임이 진행됩니다.


뛰고, 구르고, 날아다니고: 액션으로 완성되는 메가봉크


메가봉크를 완성하는 두 번째는 키워드는 역동성입니다. 이 게임, 가만히 서서 파밍하는 '뱀서라이크'식 운영이 통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적의 공격을 회피해야 합니다.

▲ 가만히 서서 파밍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피하는 방식도 다양합니다. 뛰고, 벽을 미끄러져 내려오고, 벽을 타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공중을 부양하는 등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해야만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에 맞는 움직임과 조합을 매번 선택해야 합니다.

▲ 끝까지 집중하면서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20가지가 넘는 캐릭터가 게임의 깊이를 만들어 줍니다. 캐릭터들은 단순히 외형만 다른 것이 아니라, 각자 고유한 움직임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다른 캐릭터를 할 때마다 새로운 플레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캐릭터는 강력한 피해 오라를 가지고 있어 근접 방어에 탁월하고, 어떤 캐릭터는 나무나 벽을 타고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공중에 유영을 하면서 적들을 공략하거나 부시에 숨어 저격을 하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다른 운용 방식은 다양한 빌드 및 조합과 만나 게임의 재미를 완성합니다. 이 독특한 액션과 캐릭터 조합이 메가봉크를 일반적인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메가봉크만의 재미를 가진 특별한 게임으로 변하게 만듭니다.

▲ 상황에 맞게 뛰고 미끄러지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 스케이트를 타면서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 공중을 날면서 적들을 공략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짧은 플레이 타임에 많은 해금 요소


▲ 스무가지 캐릭터로


▲ 237개의 퀘스트를 해금할 수 있는 게임

메가봉크의 또 다른 매력은 메가봉크만의 중독 사이클입니다. 이 게임은 다른 로그라이크와 비교해도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빌드업이 무너지는 순간 예상치 못하게 런이 빠르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게임이 끝나면 시간이 짧다 보니 아쉬움이 큽니다. "한 판만 더" 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됩니다.

반면에 해금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새로운 캐릭터, 무기, 도전 과제 등 모든 요소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어 플레이어는 이 해금 요소들을 목표로 게임에 끈질기게 매달리게 됩니다. 이렇게 짧고 간결한 런 타임과 느리지만 재미있는 해금 요소가 결합되어, 플레이어는 이 게임 속에서 계속 달리게 됩니다.

메가봉크는 또 플레이어가 플레이어가 스스로 난이도를 높여 보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주 토템을 선택하면 적이 더욱 많이 등장하고 게임이 어려워집니다. 그만큼 얻는 경험치도 많아집니다. 스스로 위험을 감수할 때, 성장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자연스럽게 '난이도를 더 높여서 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어지고, 게임을 더 많이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메가봉크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의 모방작으로 평가가 끝날 게임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기존의 이 장르가 가진 핵심 규칙은 잘 따르면서 3D 액션과 재미있는 조작으로 한 단계 진화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구르고, 벽을 타고, 연달아 뛰면서 필드를 뛰어나디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빌드를 구성하면서 느끼는 재미는 메가봉크만이 가진 매력입니다. 여기에 짧고 밀도 높은 게임 플레이 시간과 명확한 목표를 가진 성장 요소가 메가봉크를 엄청나게 중독적인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다만, '오토 슈터 루터' 방식의 게임은 콘텐츠 소비 속도가 엄청나게 빠릅니다. 이미 많은 콘텐츠들이 해금이 완료되었고, 메가봉크의 모든 콘텐츠를 소비한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보입니다. 게임의 장기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개발진이 빠른 속도로 팬들의 즐길거리를 계속 업데이트 해주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메가봉크는 아마 올해 인디 게임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뱀서류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들, 긴 연휴 기간 동안 지루함을 달랠 게임을 찾는 다면 메가봉크를 자신있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