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가 생성형 AI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생성형 AI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OpenAI가 최근 출시한 동영상 생성 AI 'Sora 2'에서 마리오, 피카츄 등 닌텐도 캐릭터들이 무단으로 생성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닌텐도가 자사의 지적재산권(IP)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연락을 취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일본 민주당 소속 중의원 의원인 아사노 사토시(Satoshi Asano)가 지난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장한 것이 가장 확실한 사례다. 그는 닌텐도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형 AI 사용을 피하고 있으며, 정부와의 로비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최근 발표한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북"을 언급하며 "닌텐도가 해당 정책 방향에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도 전했다.

닌텐도는 지난 5일, 공식 X(전 트위터) 및 IR 홈페이지를 통해 이와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성명을 통해 "최근 인터넷상의 논의와는 달리, 닌텐도는 생성형 AI에 관해 일본 정부와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았다"며 "생성형 AI가 관련되어 있든 아니든, 우리는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계속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것.

닌텐도는 오랫동안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엄격하게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팬 제작 프로젝트부터 에뮬레이션, 그리고 최근 '팰월드' 소송에 이르기까지 닌텐도는 IP 침해로 간주되는 위협에 대해 지속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해왔다.


올해 초 발표된 인터뷰에서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의 더그 바우저(Doug Bowser) 사장 또한 생성형 AI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우리 게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개발자들, 그들의 예술적 능력, 사람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이라고 믿는다"며, "따라서 우리가 게임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방식에는 항상, 항상 인간의 손길(human touch)과 인간의 참여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닌텐도의 입장은 동시대 많은 일본 게임사들과는 대조적이다. 2024년 스퀘어 에닉스의 키류 다카시(Takashi Kiryu) CEO는 회사가 "AI를 공격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슈팅 게임 '폼스타즈'에서 AI를 "시험적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레이튼 교수 시리즈로 유명한 레벨 파이브(Level-5)는 스테이블 디퓨전을, 캡콤(Capcom) 역시 생성형 AI 실험을 인정한 바 있다. 세가는 사내 AI 팀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도쿄게임쇼 주최사인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협회(CESA)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일본 게임 회사의 절반 이상이 개발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닌텐도가 직접적인 로비 활동을 부인했지만, IP 침해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재확인한 것 자체가 AI 및 창작 산업 전반에 중요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생성형 AI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기 이뤄지고 있다. 아사노 의원은 생성형 AI의 편리함을 인정하면서도 창작자 권리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최근 요미우리 신문이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상대로 기사 무단 사용에 대해 21억 7천만 엔(한화 약 20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을 비롯해 니케이, 아사히 등 여러 일본 언론사들이 유사한 법적 조치를 취한 사례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뉴욕타임즈가 OpenAI를 고소했고, 게티 이미지는 Stability AI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