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엘게임즈가 13일부터 자사의 신작 '더 큐브, 세이브 어스'의 CBT를 진행했다. '더 큐브, 세이브 어스'는 엑스엘게임즈가 지난 8월 첫 공개한 신작으로, 핵전쟁으로 파괴된 가상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익스트랙션 신작이다. 플레이어는 외계 문명이 남긴 거대한 '큐브'로 진입, 큐브에 있는 각종 변종 몬스터들을 비롯해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생존을 위한 각종 물자를 확보한 뒤 탈출해야 한다.

그간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 문명 온라인, 달빛조각사 등 MMORPG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선보여왔다. 그런 엑스엘게임즈가 그간 다루지 않았던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색다른 소재와 익스트랙션 장르를 올해 깜짝 발표했던 만큼, 과연 이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영화 큐브처럼 미지 그 자체인 맵이 자아낸 긴장감



그간 포스트 아포칼립스 익스트랙션은 폐허가 된 도시나 그 인근을 무대로 해왔지만, '더 큐브'는 제목 그대로 거대한 정육면체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메인이다. 각종 함정으로 가득한 큐브를 탈출하는 비슷한 이름의 영화 시리즈로 익숙한 배경이지만, 더 큐브의 방은 함정 대신 각종 기후대와 문화권의 필드가 펼쳐진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처음 진입했을 때는 중세 창병들이 지키고 있는 감옥이었다가, 다음에는 갑자기 오크 비슷한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중세풍의 폐허가 나오기도 했다. 그 외에도 한옥풍의 절, 폭설에 묻힌 폐쇄된 좀비 아포칼립스풍의 마트, 고대 이집트 유적 등등 매번 색다른 유형의 장소를 마주했다.

▲ 게임에 처음 진입하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이후

▲ 로비 라운지 대신 생존자들의 거점에서 각종 물자를 구비하고 매칭을 통해 큐브로 진입


▲ 각 구간마다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지는 큐브 속에서 전리품을 획득하고 탈출하기 위한 혈전을 벌여야 한다

그렇게 매번 다른 구간이 등장하지만, 정육면체 공간의 특성상 동서남북 어디로든 쭉 가면 다른 방으로 가는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그 규칙 때문에 '더 큐브'는 미니맵 외에 전체 지도를 볼 수 없어도 불쾌할 정도로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던전 익스트랙션에 로그라이크식 구성을 잘 섞은 시도로 볼 수 있었다. 구조는 바뀌지만 분위기 자체는 크게 변화가 없는 던전 익스트랙션의 약점을 다양한 환경이 존재할 수 있는 설정을 덧입혀서 완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육면체로 구성된 맵의 단조로움은 각 방을 여러 층계로 구성해두거나 각종 오브젝트들로 미로를 만든 뒤, 의도적으로 미니맵만 남겨두는 식으로 해소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몬스터들과 각종 전리품 상자, 혹은 다른 유저들과 마주하는 등 여러 무작위적인 경험들이 섞이면서 미지의 공간에서 탈출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특유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 탈출 장소의 대략적 위치는 알 수 있어도 내부가 그때그때 다른 식으로 꼬여있어 찾기 쉬우면서도 어렵다


회피 후 공격만? 스킬까지 다루는 캐주얼하고 화끈한 근접전



'더 큐브'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익스트랙션 중 근접전을 메인으로 하는 게임이다. 중세나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한 것이 아닌 만큼, '총'이 나오지 않은 것이 의아할 여지도 있다. 이런 의문을 '더 큐브'는 현 단계에서는 설정적으로 완벽하게 해소해 주지는 못했다. 큐브 내부에 좀비나 오크, 창병, 미쳐버린 수감자 등 총기나 원거리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유형의 몬스터 위주였는데, 이 역시도 게임플레이를 위한 의도적인 디자인일 뿐 어떤 맥락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익스트랙션은 스토리나 배경의 몰입감보다는 결국 전리품을 얻고 탈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얼마나 잘 구축했느냐가 관건인 장르다. 이 부분에서 '더 큐브'는 거리 공방과 각종 도구를 활용한 근접전 익스트랙션의 심플한 전투 기조에서 벗어나고자 한 시도가 엿보였다. 근접전의 기본인 간격 싸움 구도는 동일하지만, 각 무기마다 제각각 다른 스킬과 회피, 그리고 여러 스킬을 능동적으로 사용해서 좀 더 역동적으로 전투를 할 수 있게끔 했기 때문이다.

▲ 다른 유저를 먼저 발견하면 투명화로 접근해서 기습하려 했더니 Fail

▲ 아닛 뒤를 잡히다니 이럴 땐 일단 점멸로 회피

실제로 '더 큐브'의 무기는 여러 계열로 나뉘어있고, 같은 계열 안에서도 획득한 무기마다 달려있는 스킬들이 다르다. 서바이벌 나이프를 예로 들면, 일부는 독을 바르는 스킬이 있지만 몇 종은 상대의 다리를 그어서 이동 속도를 낮추는 스킬이 있는 식이다. 스펙과 옵션 외에도 액티브 스킬이라는 변수를 통해 세팅의 폭을 한층 더 다각화한 셈이다.

투명, 점멸 등 스페셜 스킬도 전투의 킥이었다. 특히 전체 지도가 없어서 전장을 넓게 보기 어려운 '더 큐브'에서는 스페셜 스킬을 활용, 적의 사각을 노려서 우위를 점하는 묘미가 있었다. 적도 기습하기 쉬워진 만큼, 강력한 엘리트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전리품을 파밍할 때 한층 더 긴장해야 했다. 여기에 그간 MMORPG 경험을 살려 몬스터를 사냥하고 전리품을 획득하거나, 혹은 실패하더라도 퀘스트를 통해 확실한 보상을 지급하는 체계를 확실히 다듬어서 반복적으로 들어가는 루틴을 첫 테스트부터 짜임새 있게 보여준 것도 인상 깊었다.

▲ 아주 가끔씩 원거리 공격을 하는 뮤턴트가 나오는데, 오래 놔두면 번거로우니 빠른 토벌이 답


첫 테스트라지만 아직 미흡한 사운드와 서버, 매칭 UI


▲ 현재 테스트에서는 PVE는 솔로 모드, 일반전은 스쿼드만 열려있다

이처럼 '더 큐브'는 익스트랙션 장르 첫 테스트임에도 개발사의 MMORPG 노하우로 그래픽이나 퀘스트, 맵 디자인, 보상 체계에서 확실한 기본기를 보인 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론으로 나열한 것과 달리, 몇몇 이슈들로 인해 실제로 들어갔을 때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여지가 있었다.

가장 먼저 타격감, 그리고 이를 받쳐줄 사운드가 아쉬웠다. 이러한 문제는 그간 출시됐던 근접전 중심의 익스트랙션 게임 다수가 공유하는 문제이긴 했다. 타격 사운드의 임팩트에 치중하면 발소리나 여러 가지가 묻힐 여지가 있다지만, 그럼에도 몬스터나 다른 유저를 쳤을 때 반응과 사운드가 상당히 작아서 무게감이 떨어졌다. '더 큐브' 자체가 스킬 사용 빈도 수도 높고 스태미나 소모율도 낮은 라이트한 게임이긴 하지만, 타격했을 때의 손맛까지 가벼워서 조금 싱겁게 느껴질 여지가 있었다. 특히 피격될 때는 이런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해서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맞고 있는 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서버와 매칭 UI도 문제가 있었다. 우선 매칭을 위해서는 Del키를 눌러서 종류를 골라야 하는데, 그 전에 메인 화면에서 '현재 매칭 중'이라고 떠있기 때문에 혼선을 빚을 여지가 있었다. 실제로 일부 외국 유저들이 게임 언제 들어가지는지 문의하는 채팅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매칭 현황에 대해서도 아무런 정보 없이 그저 시간만 표기되어 있어 갑갑함은 더욱 배가 됐다. 라운지를 로비가 아닌 거점 구역 형태로 만들어두면서 몰입감을 높인 것은 좋지만, 그만큼 UI/UX도 거쳐야 할 과정이 많아지기 때문에 좀 더 편의성과 가시성을 확보해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 시간의 변화까지 반영한 거점 환경이나

▲ 제작을 통해 각종 고등급 템을 맞춰가는 요소나

▲ 탈출 실패해도 퀘스트 보상으로 만회할 수 있는 시스템은 확실히 갖췄지만

▲ 파티가 이미 전멸하고 부활 수단도 없는데 바로 안 내보내고 붙잡아두는 등, 초보적인 부분을 놓친 게 아쉽다

그렇게 매칭이 되어서 게임에 들어가도 핑이 튀거나 랙이 걸리고, 심지어 튕기는 등 갖가지 오류들이 첫날에 대거 발생했다. 첫 판과 두 번째 판은 그래서 스페셜 스킬을 장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서버에서 처리가 안 되어서 스페셜 스킬을 장비하지 않은 채로 게임에 진입하고, 중간에 튕겼다. 그리고는 세 번째 판 진입에서는 점검 공지가 떴으며, 그 후에도 미처 이슈가 해결되지 않아서 또 한 차례 점검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서버 문제는 다소 나아졌지만 UI/UX에서 아쉬운 점은 가시지 않았다. 종종 공격 입력이 씹히는 인풋랙은 확실히 적어졌으나, 스쿼드가 다 전멸했는데도 바로 아웃되지 않고 구조 대기 시간을 일괄적으로 걸어두는 등 여러 가지로 게임플레이의 템포를 끊는 부분들이 아쉬웠다.

▲ 무기 스탯 비교할 때 화면 상단에 UI가 잘려서 출력되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초보적인 실수가


4분기에 선점 노릴 '더 큐브', 빠른 피드백 적용이 관건



그간 근접 전투 중심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익스트랙션 게임이 여러 차례 공개됐지만, 아직 출시 시점은 확실하게 밝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인 만큼, '더 큐브'가 하반기 출시를 공지하면서 공격적으로 테스트에 임한 것은 유저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엑스엘게임즈가 그간 만들어온 게임과는 결이 많이 달랐지만, 그간 여러 좋은 소재를 찾아 연마해 왔던 노하우는 '더 큐브'에서도 묻어나왔다. 최상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적인 분위기를 확실히 담아낸 퀄리티의 그래픽과 최적화를 테스트 단계에서도 잘 구현했고, 맥락은 완벽하지 않지만 큐브라는 소재를 활용해 더 다양한 환경이 무작위로 등장하는 배경을 마련한 아이디어도 인상 깊었다. 코어플레이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졌지만, 이를 다양한 스킬과 무기를 활용한 전투와 정보를 의도적으로 제한해서 긴장감을 높이는 형태로 풀어내면서 장르의 코어와 캐주얼의 줄타기를 하는 시도도 엿보였다.

▲ 다양한 스킬을 배워서 코스트와 자기 스타일에 맞춰 배분, 그때그때 다르게 플레이하는 감각에


▲ 다양한 외형 아이템과 배틀패스 등 출시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한편으로는 하반기 출시를 위해 빠르게 극복해야 할 문제들도 있었다. 당장에 서버와 매칭 문제가 불거진 것이 꽤 치명적이었다. 통상 테스트 초반에 유저가 몰리는데, 그 중요한 시점에 두 차례 점검을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더 큐브'의 서버는 불안정했다.

지금은 다소 나아지긴 했으나, 포스트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마련한 거점 형태의 라운지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UI 편의성이 낮아 매칭까지 접근이 번거로운 것도 아쉬운 포인트였다. 그런 라운지에 비해서 다양한 기후대와 지형, 시간대의 장소가 등장함에도 시각적 효과 외에는 별다른 특색이 없어서 몰입감은 덜했다.

아울러 전멸 후 빠른 퇴장이 안 되는 점 등등 익스트랙션 장르를 처음 제작한 나머지 놓친 부분들도 이번 테스트에서 아쉽게 느껴졌다. 또한 직업이 없는 자유도 높은 플레이 스타일을 언급했는데, 레벨이 오른 뒤 스탯을 초기화해서 자유자재로 테스트하지 못하는 것도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다고 하지 않던가. 익숙한 문법을 캐주얼하게 다듬어 선보인 '더 큐브'는 아직 유력한 경쟁작들이 출시 관련 소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확실히 먼저 나와서 자리잡을 잠재력은 보여줬다. 그런 만큼 불안정한 부분들을 이번 테스트를 통해 빠르게 피드백하고, '더 큐브'의 강점을 한층 더 돋보여줄 킥을 더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 테스트임에도 준수한 퀄리티를 보여준 만큼, 정식 출시 시점의 '더 큐브'가 과연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