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몇 번의 테스트가 추가로 진행되었고, 사전 리뷰 코드도 수령할 수 있었지만 리뷰 시점을 일부러 조금 더 늦췄다. 조금 더 제대로 된 환경에서 멀티플레이를 진행하고 싶었고, 정식 출시 사양에서 분명 바뀔 부분들이 있을 테니까.
기대감은 높았다. 이전에도 수차례 언급했던 바이지만, '배틀필드6'의 어깨에는 단순히 작품의 흥행 외에도 수많은 가치가 쌓여 있다. 오랜 프렌차이즈의 지속 가능성, 라이벌 타이틀과의 비교우위에 대한 열망, 그리고 완전히 바뀐 개발 파이프라인에 대한 검증까지. 이 많은 가치들을 짊어진 타이틀이 기대 이하라면, 정말 큰 실망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11일 자정, 20만에 이르는 서버 대기열을 뚫고 게임에 접속했다. 이후 캠페인의 엔딩을 보고, 멀티플레이를 수십 시간 플레이하며 이 게임의 좋은 점과 그렇지 못한 부분, 계승된 부분과 새로워진 부분을 탐구했다.
그리고 3일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제 '배틀필드6'에 대해 상당히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장르명: FPS
출시일: 2025.10.11.
리뷰판: 정식 버전개발사: Battlefield Studio
서비스: EA
플랫폼: PC, PS5, XBOX
플레이: PC
캠페인의 의의, '기반 다지기'평가 그대로 '엉망진창'인가?
가장 먼저, 본작에서도 심혈을 기울인 콘텐츠라 자평한 '캠페인'에 대해 말해보자. 배틀필드6의 각 콘텐츠는 '배틀필드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뭉친 4개의 스튜디오 중 '크라이테리온'이 주축이 되고 '모티브'가 협업하는 형태로 개발되었는데, 공개와 동시에 갖가지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 혹평만큼이나 엉망진창인 건 아니다. 물론, 완전히 좋다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비슷한 게임의 캠페인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서사나 연출 면에서는 사실 큰 문제점이 없는데, 본작의 캠페인 서사는 애초에 배틀필드 스튜디오가 말했던 대로 '배틀필드6'라는 거대한 플랫폼의 기반에 해당한다.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서사를 죽죽 풀어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기승전결'로 마무리되는 줄기에서 '기ㅅ'정도까지만 언급된다. 멀티플레이가 팍스 아르마타와 나토의 결전을 다루는 만큼, 그보다 앞선 시점, 즉 팍스 아르마타의 위협과 전쟁의 시작, 나아가 나토 군이 다시 결집해 반격을 하는 딱 그 시점까지만의 이야기를 그린다.


캠페인의 구조나, 미션의 배치 등도 사실 크게 거슬리지는 않다. 팍스 아르마타가 불시에 습격한 기지에서 탈출하는 첫 미션을 시작으로 지브롤터 상륙, 브루클린 탈환, 그리고 대통령 호위와 이집트 전차전까지 구성은 꽤 알차게 들어있는 편. 주인공인 '머피 상사'의 분대를 배경으로 각 미션마다 상황에 따른 분대원을 조작하는 형태이기에 플레이의 다양성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다만, 그 모든 것을 이루는 만듦새, 즉 마감은 다소 안 어울릴 정도로 부족한 완성도를 보인다. 모델링이 엉망진창인 얼굴부터 멀티플레이보다 훨씬 못한 애니메이션, 적과 마주쳐도 서로 몸을 부비기 바쁜 요상한 AI까지, 아무리 다른 스튜디오에서 개발되었다 해도 이게 맞나 싶은 수상한 완성도를 보인다. 물론, 캠페인을 개발하던 릿지 라인 스튜디오가 폭발한 이슈가 있긴 하지만, 배틀필드 스튜디오가 입을 모아 자신했던 만큼의 만족감은 주지 못한다.


여기에 사운드가 밀리거나 아예 씹혀 버리는 버그, 덜 다듬어진 총기 디테일 등 자잘한 부족함까지 더해지니 대규모 전장의 분위기라던가, 갑작스럽게 세기말이 되어버린 현 시대의 감성 등이 캠페인에서 그럭저럭 잘 연출되어 있는 편임에도 영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요약하면, 딱 합격의 최저점에 걸친다고 할 수 있다. 수용은 가능하지만, 뭔가 뒷 맛이 씁쓸한 딱 그 정도 말이다.
말이 많던 '더빙'에 대해 한 마디 얹자면, 혹평이 많지만 실제로는 나름 괜찮은 편이다. 더빙 작업의 파이프라인 한계 상 톤과 바이브가 다소 엇나가는 느낌은 없잖아 있지만, 더빙이 이뤄졌다는 그 자체가 충분한 플러스 요인은 된다. 일단 자막 없이도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추후 로컬라이징이 대한 기대도 할 수 있으니까. 원래 이런 건 없다가 있으면 어색하게 느낄 수 있지만, 있다 없어지면 또 아쉬운 법이다.

멀티 플레이, 규모는↓ 밀도는↑장비 영향력 줄고 보병 활약도가 높아진 전장
사실상 본작의 몸통이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를 보자.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모드인 컨퀘스트와 브레이크스루, 에스컬레이션을 기준으로 하면 본작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좁아지고, 대신 밀도가 올라간 구조를 띈다. 대부분의 전장이 야지가 아닌 시가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드넓은 벌판을 전차와 장갑차로 밀고 들어가는 전투보다는 복잡하게 꼬인 골목과 건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CQC가 중심이 된다.
조금 더 간단하게 말하면, 전체적으로 모든 전장의 규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128인이 플레이하던 '배틀필드2042'의 엄청나게 큰 맵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 이전 작품인 배틀필드5나 배틀필드1에 비해서도 전장의 크기가 작아졌다는게 체감된다. 게다가 수많은 장애물의 존재로 장거리 시야 확보가 어려운 지형이 대부분이다 보니 평균 교전 거리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전투의 템포가 전작들 대비 상당히 달라졌다.

체감적으로 가장 크게 느껴지는건 캠핑 스나이퍼, 속히 말하는 '똥싸개'들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는 것. 교전 거리가 짧다 보니 웬만한 거리는 돌격 소총 등에 역으로 사냥 당하기도 하며, 시야 확보가 어려운 맵이 많다 보니 언덕 바위 뒤에서 느긋하게 반짝거리며 배변활동을 하는 플레이어의 수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본작의 저격 소총이 굉장히 강력함에도 말이다.
장비 또한 활성 대수가 상당히 적게 책정된데다 조금만 돌출되어도 공병들의 무수한 사랑을 받고 터져나가다 보니 장비 때문에 도저히 뭘 할 수 없는 판은 딱히 없다. 공병으로 경험치를 계속 쌓다 보면 타격 시 수리 효율을 줄이는 효과까지 생기는 데다 그 쯤 되면 온 맵이 대전차 지뢰로 도배되어 있기에 장비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도 않다. 헬리콥터가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구작에 비하면 그래도 양반이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결과가 결국 치열한 보병전으로 이어진다. 다층 구조의 건물 내부에 거점이 있는 경우 장비나 저격수들의 영향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 다만, 이 과정에서도 '슈퍼 플레이'는 상당히 제한되는데, 일단 움직임 자체가 전작, 심지어 베타 플레이에 비해서도 상당히 느려졌다. 피지컬이 좋지 않은 플레이어도 어렵지 않게 뛰어다니는 적을 맞출 수 있으며, 교전 거리가 짧은 만큼 탄속의 영향도 크지 않다.
반대로 공격도 쉽지 않아졌는데, 이 부분은 '랜덤 스프레드'의 존재 때문에 그렇다. 대부분의 총기가 조준점과 무관한 탄 분산도를 지니고 있으며, 움직이면서 사격할 경우 분산 폭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서로 달리면서 쏘는 싸움은 사실상 운에 기대야 할 정도이며, 제대로 조준하고 쏴도 맞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일례로 '파이어스톰' 맵의 굴뚝 꼭대기에서는 저격수가 아닌 병종으로 저격 소총을 쏠 경우 웬만해서는 맞지 않는다.

정리하면, 현 시점 배틀필드6의 멀티플레이는 장비와 원거리 저격의 영향력이 대폭 줄은 대신 보병전이 핵심이 되는 중규모 전장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시에 보병전에서의 공방이 모두 어려워졌기에 정면으로 돌입해 일선을 휘젓는 플레이는 다소 어려워졌기도 하다.
때문에, 분대 중심의 소규모 전술 플레이가 조금 더 빛을 발하는 면도 있다. 앞서 말한 '슈퍼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은 어디까지나 대비하고 있는 상대들을 우월한 피지컬로 휩쓰는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며, 전통적인 배틀필드식 활약인 '빈틈을 파고들어 후방을 휘젓는' 플레이는 당연히 유효하다. 전황을 잘 살피고 적 전열의 빈틈만 노릴 수 있다면, 한 번에 여러 명을 처치하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플레이는 여전히 가능하며, 실제로도 쏠쏠히 해낼 수 있었다.

불합리함의 방향이 다르다지금까지와는 다른 결의 불쾌함이 게이머를 덮친다
다만 이 멀티플레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무브먼트의 조정이나 탄 스프레드와 같은 문제는 게임의 방향성에 대한 이슈에 가까우며, 그냥 디자인의 일부일 뿐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내진 않는다. 어쨌거나, 모두가 공평하게 둔중하며, 모두가 똑같은 스프레드를 끼고 싸우니 말이다.
구작 배틀필드에서 게이머들이 느끼는 불합리함은 대부분 저항 할 수 없는 전투 환경에서 이뤄졌다. 스폰 직후 뛰어가다 머리에 총알이 박히고 드러눕는 과정이 반복된다거나, 고개만 빼꼼 내놓은 전차가 아군을 말 그대로 갈아버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본작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요구량의,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보상 해금 체계가 게이머들을 불합리에 빠트린다. 일단 '레벨'부터가 무척 안 오르는 편이기에 초보 게이머들은 20레벨을 찍는데도 한참이 걸리는데, 병과 분과 시스템은 20레벨이 되어야만 해금이 된다. 여기서 더 문제는, 이 분과 시스템을 또 해금하기 위해 과제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을 안 한다는 것.

예를 들어 '공병'의 기본 분과는 장비 파괴에 특화된 '대장갑'이며, 20레벨에서 과제를 수행 시 장비 보수와 유지에 특화된 '전투 공병'을 해금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2,000의 장비 수리 경험치를 얻고, 공병으로 누적 10,000포인트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 수리 경험치가 아무리 수리를 해도 오르지 않는다. 그냥 버그 때문에 말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과제는 저격 소총으로 200미터 이상 헤드샷을 150회 해야 하고, 또 어떤 과제는 재장전 없이 5킬을 해야 하며, 한 판에서 15종의 무기로 상대를 처치해야 하는 과제 등 시간을 박아도 하기 쉽지 않거나,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해금이 불가능한 과제도 사방에 널려 있다. 긴 과제를 하자니 달성이 너무 오래 걸리고, 짧은 과제는 운이 따라야 하고, 그도 아니면 아예 집계가 안되서 해금이 안되는 등 도무지 어디부터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지금의 보상 해금 시스템은 총제적으로 난국이다.

그러다 보니 방법이 궁한 게이머들은 포탈 모드에 방을 개설하고 봇을 다량 투입하는 방향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는데, '이게 맞는 방법인가?' 싶다. 나 또한 배틀필드2042에서 장비 부속 해금을 위해 수천의 봇을 처치한 적이 있지만, 전혀 재미있지도 않고 보람도 없었다. 이 수치가 캐릭터 프로필의 K/D란까지 반영이 되어 버리니 말도 안 되는 수치의 플레이어들만 양산되고 있다.
별개로 다른 문제에 대해 좀 논해보자면, 멀티 플레이에 이렇다 할 '변수'가 없는 것도 아쉽다. 배틀필드4의 레볼루션이나 배틀필드1의 베헤모스와 같은 수준까지 원하는 건 아니지만, 사전 소개와는 달리 아예 파괴되지 않는 건물도 상당수이기에 건물을 무너뜨려 새로운 통로를 개척하는 플레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게 광고하던 슬레지해머도 딱히 건물을 부수기 위해 쓸 수는 없다. 건물 파괴 개발하던 개발자들은 죄다 엠바크로 넘어갔나 싶다.

결국, 모든 전장의 흐름이 대부분 고착화되어 있고, 이렇다 할 변수 없이 그냥 더 잘하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 되어 버린다. 옆 동네 '델타포스'를 예로 들면 거긴 또 다른 문제들이 산적해있지만, 고착된 전황을 단숨에 뒤집어 엎을 미사일 폭격 같은 변수는 존재한다.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제한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병과 구분도 다소 요상하게 바뀐 느낌이다. 전선의 창끝이 되어야 할 돌격병은 연막탄이 없어 그냥 좀 더 잘 버티는 알보병일 뿐이고, 공병도 진지구축이 사라졌기에 파괴할 적 장비가 없는 순간 그냥 알보병이다. 보급병은 치료, 탄약, 엄폐에 연막 지원을 통한 돌격까지 수행해야 하다 보니 너무나 바쁜 병과가 되어 버렸고 유일하게 정찰병만이 드론과 레이저 유도 덕에 이름값을 한다.

재미있지만, 기대보다는 아쉬운'플랫폼의 출발'로서는 합격일지도
리뷰를 정리하면, '배틀필드6'는 굉장한 기대 속에서 출시되었고, 그 기대에 가까스로 부응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결코 기대 이상은 못 되며 간신히 최소치를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적화는 훌륭하며, 건플레이와 총기 밸런스는 합격점, 좁고 밀도 높게 바뀐 맵 구성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지만 나름대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진지 공사를 통해 거점 요새화도 하고, 자연스럽게 두 곳 정도에 전선이 형성되는 조금 더 큰 규모의 전장(브레이크스루 기준)을 바랐지만, 현 상황에서도 간신히 만족은 할 정도.
다만, 어이없을 정도로 높은 허들을 자랑하는 해금 시스템과 싱글 플레이 캠페인의 완성도 부족, 잊을 만 하면 한번씩 터지는 버그와 글리치가 마치 억제기처럼 고평가를 막아선다. 출시 전에는 굉장히 기대했던 타이틀이며, 개발 파이프라인의 변화가 분명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었건만, 조별과제는 역시 조별과제였던 것 같다. 물론, B+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과제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플랫폼'으로서의 자격은 충족할 수 있을 것 같다. 개발진은 사전에 이미 배틀필드6를 오랜 기간 서비스할 것이라 밝혔고, 배틀필드6를 시작으로 서사 또한 전개해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팍스 아르마타와 나토의 대립이 격화되는 순간까지를 전개한 만큼, 앞으로 이들의 전황이 어떻게 될 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또 어떤 콘텐츠와 이야기들이 펼쳐질지는 아직 모르는 셈이다.
아는 이들은 알겠지만, 배틀필드 시리즈중에서 출시 초부터 평가가 좋았던 작품은 별로 없으며 일부 작품은 '소송'이라는 무서운 워딩에 휘말린 적도 있다. 덜 익은 상태로 서빙되어 추가 조리가 이뤄져야만 비로소 맛이 나는 음식처럼, 배틀필드 시리즈 중 다수는 업데이트를 통해 괜찮은 게임, 나아가 좋은 게임이 되어왔다.

아쉬운 건, '배틀필드 랩스'라는 피드백 집단 지성을 천명했던 만큼 이번엔 그래도 알 덴테 정도는 익어서 나올 줄 알았건만, 여전히 덜 익은 채 등장했다는 것. 때문에 처음의 바람보다는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격의 선에는 걸쳤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