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도 있는 클래식 RPG로 많은 팬들을 사로잡은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신규 IP, '아우터 월드'가 4년만에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2019년 첫 작품은 폴아웃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레트로 퓨처리즘과 기업 지배 우주 식민지라는 독특한 배경으로 주목받았지만, 짧은 플레이타임과 얕은 깊이, 특히 조악한 한국어 번역으로 국내 게이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옵시디언 측에서 '야심작'이라 부를 정도로, 속편인 '아우터 월드2'는 전작의 문제점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한국어 현지화(PS5 기준)는 몇 개월 전 시연 버전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발전했으며, 게임의 핵심인 RPG 시스템은 옵시디언의 노하우가 집약된 모습을 보여줬다.

게임명: 아우터 월드2
장르명: RPG
출시일: 2025.10.30.
리뷰판: 리뷰 빌드
개발사: Obsidian Entertainment
서비스: Xbox Game Studios
플랫폼: PC, PS5, XBOX
플레이: PS5


새로운 우주 식민지, '아르카디아'에 어서오세요전작의 부족함을 넉넉히 채워둔, '당신만의 놀이터'

▲ '아우터 월드' 특유의 비주얼은 여전하다

전작이 우주의 변방 '할사이온'을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아우터 월드2'는 세계관 속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 '스킵 드라이브'의 본고장인 '아르카디아'를 배경으로 한다. 과거 이곳은 '보호령'이라는 팩션의 통치 아래 놓여 있던 곳이었지만, 자본주의 거대 기업의 침략과 종교인(?)들의 반란으로 인해 정세가 매우 빠르게 악화됐다.

플레이어는 우주의 질서와 정의를 지키는 '지구 위원회'의 사령관으로서, 프롤로그 파트에서 발생한 모종의 사건, 그리고 아르카디아 전체를 집어삼킬 거대한 차원 균열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온전히 플레이어 자신의 것이다.

전작은 '스페이서스 초이스'와 '클리오 이모네', '할사이온 홀딩스 이사회' 등 우주의 강도 귀족 역할을 맡은 거대 기업들이 주축으로 등장했다면, 이번 작품은 더욱 색채가 담긴 팩션들이 플레이어를 반긴다. 전작 이후 스페이서스 초이스와 클리오 이모네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이모네 초이스'라는 이름의 자본주의적 기업 팩션이 된 한 편, '보호령'은 다수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전체주의적 시스템을 신봉하는 집단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분화된 '승천의 교단' 같은 종교 세력들은 우리네 현실과 마찬가지로 교리를 읽고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탄생한 여러 다른 사이비 집단 문제를 안고 있다.

▲ 주인공은 은하 식민지에 '정의'를 배달하기 위해 오늘도 바쁘다

플레이어가 속한 '지구 위원회' 또한 전작에서 언급된 팩션으로, 이들은 독점과 독재를 일삼는 식민지들을 향해 '정의'라는 이름의 엄벌을 가하는 자들로 묘사된다. 말하자면 우주 경찰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지만, 역시나 이 뒤틀린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플레이어가 지구 위원회의 '사령관'이라는 자리를 맡은 만큼, 전작의 주인공보다는 방대한 책임감과 임무를 띄고 있고. 아르카디아에 속한 여러 행성에 걸쳐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핵심 임무는 물론 행성마다 안고 있는 어려움을 '자기 식대로' 해결해 나간다. 플레이어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가 무엇인지에 따라 여러 팩션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고, 또 반대로 행동할 수도 있다.

전반적인 맵의 크기, 그리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NPC나 사이드 퀘스트 등은 모두 전작에 비해 한층 더 넓어졌고, 또 깊어졌다. 여기에 전작에서 많은 플레이어에게 혹평을 받았던 현지화 또한 개선되어, 옵시디언 특유의 길고 긴 선택지를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덤. 이것만 하더라도 4년 전 작품보다는 일취월장한 '아우터 월드2'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대폭 향상된 전투 시스템헤일로 개발팀의 도움, 이제야 그럴듯해졌군!

'아우터 월드'는 사실상 '폴아웃: 뉴 베가스'를 통해 RPG 내러티브 노하우를 여지없이 보여준 옵시디언이 자체 IP를 활용해 만든 FPS+RPG 프랜차이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많은 뉴 베가스 팬들이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또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전투 시스템 또한 여러 실망스러운 요소 중 하나였고.

'폴아웃: 뉴 베가스'를 해봤다면, '아우터 월드'의 전투도 해본 것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더 조악하고, 많은 부분이 결여된 상태로. 투척 무기(수류탄 등)도 없던, 플라즈마 무기 하나면 거의 모든 적을 도륙낼 수도 있었던 첫 '아우터 월드'의 전투는 기억에 남을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옵시디언은 플레이어들이 전작에 대해 보낸 피드백을 바탕으로, 전투 시스템을 거의 새롭게 다듬없다. 개발진에 따르면 헤일로 개발사인 343 스튜디오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FPS같은 전투 경험을 만들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 반동, 재장전 애니메이션이 뚜렷해져 쫀득한 맛이 살아났다

이제 각 무기 타입의 차별성은 더욱 뚜렸해졌고, 더 많은 유니크 아이템이 등장해 파밍의 재미를 강화했다. 거기에 파쿠르 동작, 재장전 애니메이션, 더 유연한 슬라이딩 동작이나 2단 점프 등이 추가되면서 한층 박진감 넘치는 전투 또한 가능해졌다.

실제 플레이에서 일반 난이도임에도 불구하고 상대하기 힘든 적을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더 이상 무작정 총을 쏘는 것만으로 적을 처치하기 어려우며, 약점을 공략하거나 가지고 있는 무기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이를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졌다. 늘어난 유니크 총기의 개수는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첫 상점에서 얻을 수 있는 리볼버 샷건부터 시작해, 다양한 무기 모딩을 통해 초반 무기를 후반까지 업그레이드하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전투는 플레이어가 '사령관'으로서 아르카디아를 탐험하는 데 나타나는 부가적인 장치일 뿐이다. 이 게임은 옵시디언의 작품이고, 재치있는 대사와 깊이 있는 RPG 요소, 나아가 다양한 시스템을 조합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 3인칭 시점도 꽤 그럴듯하다 (타격감은 좀 줄어들지만)


개선된 '결점' 시스템이 가져온 변화스킬,특성,결점에 무기 개조까지! 무궁무진한 빌드 자유도

▲ 당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중간중간 '결점'이 제공된다

'결점' 시스템은 '아우터 월드' 프랜차이즈가 플레이어 개개인의 경험이 특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장치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결점 시스템이 플레이어의 습관과 플레이 패턴을 파악해 동적으로 캐릭터 특성을 제안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플레이어의 습관을 강화하는 한 편 해당 스타일에서 벗어났을 때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은신을 하기 위해 자주 쪼그려 앉아 다니면 "그만큼 무릎이 닳았다"며 결점을 제안해 준다. 웅크리는 속도가 빨라지지만, 대신 무릎에서 소리가 나(흑흑) 적들의 인식 범위가 늘어난다. 총을 한 두발 쏘고 재장전하는 습관이 있나? 그렇다면 무기의 탄창 용량이 커지는 대신 탄창을 완전히 비우면 디버프를 받는 결점이 나타난다.

이처럼 결점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며, 이 제안을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과정에서 온전히 플레이어 개인에 특화된 캐릭터 육성이 진행된다.

이러한 결점들 중에는 '한눈팔기!'라는 것도 있는데, 특정 스킬에 특화하지 않고 여러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결점이다. 레벨업 시 스킬 포인트를 하나 더 추가로 얻을 수 있지만, 모든 스킬에 골고루 분배해야만 하도록 하는 제한이 생긴다.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잡캐'로 캐릭터를 육성해야만 하는 것이다.

▲ 한눈팔기 찍으면 잡캐 됩니다... 결국 캐릭터 다시 만듬

캐릭터 생성부터 대화 선택지, 결점 시스템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게임은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스킬부터 특성, 결점까지 모두 은신에 특화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고, 모든 결점을 자동으로 수락하는 결점을 찍어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게임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여러분이 내리는 모든 선택은 그에 따른 반대 급부도 존재한다. 은신에 특화된 캐릭터가 적을 은신 처치하는 데 실패한다면, 남들보다 낮아진 체력과 공격력으로 인해 정정당당한 전투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이는 특히 보스전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개인적으로 일반 난이도로도 수 차례 사망할 만큼 게임이 어려워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아우터 월드2'는 특정 퀘스트에 접근하는 다양한 루트를 마련해 두었다. 물론 언제나 자신에 특화된 상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남들보다 더 어려운 경험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바로 그것이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게임의 핵심 요소이며, 여러 차례 캐릭터를 새로 생성해 가며 게임을 즐기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 캐릭터 육성 상태, 확보한 정보에 따라 NPC와의 상호작용도 달라진다

▲ 스킬, 특성, 결점이 모두 어우러져 '당신만의 캐릭터'가 탄생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황량하게 느껴지는 건...생동감이 없는 오픈 월드는 호불호 요소

▲ 정의의 이름으로 모두 압수

여러 부분에서 전작보다 많은 발전을 보여준 '아우터 월드2'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특히 오픈월드 구현은 전작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비판했던 것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아우터 월드2'는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는 게임이며, 그 사이 여정은 사령관의 우주선인 '인코그니토'를 이용한 '로딩 화면'으로 모두 대체되어 있다. 각 행성의 맵은 전작보다는 넓어졌을지언정 크게 넓다는 느낌은 주지 않지만, 탐험할 요소는 충분히 담겨 있다. 문제는 맵의 크기보다는 '생동감'의 부재다.

최근 여러 오픈월드 RPG가 보여준 '자신의 삶을 사는 NPC'는 이 게임에 거의...아니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에 따라 출근을 하거나, 밥을 먹는 NPC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게임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른 NPC의 물건을 훔치거나, NPC를 죽이면 현상 수배에 올라가는 등 느슨한 규칙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다지 엄격한 편도 아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스킬이 허용하는 하에 거의 모든 민간인들의 집을 아무 제약 없이 들락거릴 수 있고, 심지어 식민지 거주구에서 가장 높으신 분의 침소까지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아르카디아라는 공간에서 한 사람으로 생활한다기 보다는, 거의 모든 구역이 플레이어를 위해 배치한 무대 세트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더 많았다.

동료와의 심도 깊은 대화, 나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심도 깊은 RPG에 리소스를 집중했고, 그 결과 세계의 생동감 구현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추측된다. 어떻게 보면, 이는 의도적인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세계는 (여타 RPG가 보여주던 것처럼) 당신이 없어도 돌아가는 세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의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TRPG에서 당신의 말을 놓아 두는 배경 지도에 더 근접하다.

▲ 행성마다 비주얼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생동감은 느껴지지 않는 편

결과적으로 아우터 월드 2는 전작의 단점을 상당 부분 개선하고, 옵시디언의 강점인 '깊이 있는 RPG 시스템'을 한껏 강화한 작품이다. '결점'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 빌딩, 향상된 전투, 의미 있는 선택지는 모든 것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여러 회차 반복 플레이할 가치를 제공한다.

다만, 오픈월드 장르에서 기대하는 '살아 숨 쉬는 세계'를 원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넓고 화려한 세계보다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만들어내는 '나만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출시를 앞두고 개발진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한 "깊이 있는 RPG 경험을 준비하라"는 말이 이 게임을 가장 잘 설명할 것이다. 옵시디어의 과거 명작들을 사랑했던 팬이라면, 아마도 '아우터 월드2'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호불호가 나뉘는 몇몇 요소들을 감내할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