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의 오픈월드 MMOTPS 프로젝트, 'LLL'이 올해 '신더시티'로 타이틀명을 확정하고 지스타 무대에서 유저들에게 선보인다. 2023년 지스타에서 시연한지 2년 만에 다시 나온 만큼, 과연 이전보다 얼마나 발전한 모습을 보였을지 관건이었다.

2년 전의 'LLL'은 프로젝트 단계임에도 무역센터-봉은사로 구간을 생생하게 담아낸 그래픽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어색한 움직임에 밋밋한 사격음과 피탄음, 불특정 다수의 유저들이 다 같이 합심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퀘스트 등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간 엔씨가 유저가 만들어 가는 MMORPG라는 테마를 강조해왔던 만큼, 새롭게 시도하는 장르에 대해 아직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 뒤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다듬은 '신더시티'는 조금 달랐다. 우선 유저들이 조작하는 캐릭터와 그들이 활약해야 할 배경에 대해 싱글 캠페인 방식으로 짚고 넘어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번 시연에서는 MMO 부분은 공개되지 않아 그 부분은 체크할 수 없었으나, 2년 전에 그 어색했던 슈팅의 기본기와 손맛이 확실하게 다듬어진 것은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 지스타 시연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영웅 중 '세븐'의 이야기 두 챕터 분량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각 챕터의 분량이 15분 이상 소요되는 관계로 시간상 두 챕터를 모두 플레이하기는 어려웠고, 첫 챕터를 클리어한 뒤 두 번째 챕터 초반부를 진행하는 정도였다.


첫 챕터는 2037년에 갑작스럽게 이상 현상이 발발한 서울 강남 구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물체가 출현한 뒤 감염자들이 출몰하면서 서울 곳곳이 격리되고, 그곳에는 감염자와 '하이드'라 불리는 무법자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해당 챕터 도입부에 간단히 소개된다. 그 중 1챕터는 세븐이 작전 구역으로 투하된 뒤 무법자들의 거점을 돌파, 격리 구역 안쪽으로 진입할 준비를 하는 단계까지 이어졌다.

예전에도 무역센터-봉은사로 인근의 모습은 굉장히 친숙하게 잘 구현했던 만큼, 첫 진입 때는 기시감이 들었다. 그 직후 무방비 상태로 게으름을 피고 있는 초병을 저격소총으로 헤드샷을 날린 순간, LLL 시연 때 생겼던 선입견이 사라졌다. 2년 전에는 그저 총을 쏘고 있다는 느낌을 최소한으로 받을 정도로 절제된 사운드에 피격음도 틱틱거리는 정도라 손맛이 없었는데, 이제는 버젓이 슈팅 게임의 길에 들어섰다.


아니, 저격소총에 한해서는 그 찰진 사운드가 빚어내는 손맛이 찰떡 같다는 말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좀 과장이지만, 스나이퍼 엘리트 시리즈가 떠오른다고 할까. 물론 그쪽에 진심으로 달려든 시리즈에 100% 비견되는 건 아니지만, 잠깐이나마 그 인상이 떠오를 정도로 슈팅을 끌어올린 부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실제로 2년 전 LLL을 시연했던 다른 기자들도 절치부심했다고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몇 번 다른 총을 쓰다가 저격소총의 손맛이 너무도 좋아서 보스전마저도 저격소총으로 클리어했다. 1챕터 보스 '아이언 스매셔'는 제트팩과 제트해머, 로켓런처로 이리저리 날뛰면서 맹공을 퍼붓는 보스로, 원래는 로켓런처로 중장갑을 파쇄한 뒤 공략하는 보스였다. 그렇지만 로켓런처를 초반에 멋모르고 다 써버려서 저격소총으로 헤드 장갑만 집요하게 노려서 클리어했다. 예전 LLL에서는 중장갑을 두른 적을 총기로 제압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설정했지만, 유저들의 다양한 플레이 패턴에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정한 것이다.

▲ 로켓런처로 헬기를 격추할 때의 짜릿함이란

▲ 너무 신을 내다가 보스전에서 로켓이 다 소모됐지만, 어찌저찌 헤드샷 연타로 클리어 가능했다

시연에서는 저격소총과 로켓런처 외에도 권총, 샷건, 돌격소총까지 5종의 총기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었다. 이 역시도 사운드나 타격감이 비약적으로 발전, 최근 서비스 중인 여러 멀티플레이 FPS에 비견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탄퍼짐은 다소 과하게 설정되어 있어 연사는 별로 쓸모가 없었고, 단발로 탁탁 쏘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게다가 탄약 공급도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바이오하자드에 가깝다고 할까. 그렇기 때문에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쏴서 적을 제압해야만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신더시티에서 메인 시스템으로 내세운 '택티컬 기어'였다. 이전 LLL 시절에는 장비 세트 옵션에 가까웠고, 에너지 부족이나 여러 문제로 적극 활용하기 어려웠던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신더시티로 와서는 소모품이나 투척 무기로 재편하면서 기존 슈팅 게임 유저들에게 익숙한 감각으로 돌아왔다. 또한 기존의 호밍 로켓과 실드, 수류탄, 섬광탄 외에도 보급품 투하와 체력회복제가 택티컬 기어 내 소모품으로 들어오면서 적을 제압한 뒤 전리품으로 보급하면서 작전을 진행하는 익숙한 템포가 구현이 됐다.




▲ LLL 시절 비직관적이었던 택티컬 기어도 직관적으로 구성, 이를 활용해 적들을 물리치는 맛을 살렸다

슈팅 감각이나 게임플레이가 일신됐다고 느낀 또다른 이유는, 적의 접수도 한층 더 찰진 맛을 살려냈기 때문이었다. WWE에서 기술을 거는 것만큼 접수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 적이 맞았을 때 리액션이 있어야 비로소 그 타격감이 살아난다. 이번 신더시티에서 '무법자'들은 특히 그 접수하는 폼이 상당했다. 팔다리에 총탄을 맞았을 때 피를 토하며 고꾸라진 뒤, 어떻게든 발버둥치면서 악을 쓰거나 비는 그런 일련의 시퀀스가 진일보된 타격 사운드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리액션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UI도 좀 더 발전했다. 예전에는 중장갑인 적이 탄에 맞았나 안 맞았나를 단순히 철판 찌그러진 정도로 판단해야만 했지만, 이번에는 맞는 그 순간에 방패 표시가 살짝 뜨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빠르게 전황을 파악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한층 박력을 더한 사운드로 타격감도 주면서, 혹시라도 놓쳤을 수 있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확실히 인지하게끔 했다.

2챕터는 격리구역에 있는 병원이 무대로, 바이오하자드나 데드스페이스 같은 호러의 느낌이 짙었다. 특히 처음 진입하자마자 바로 변이체가 덤벼드는 장면은 바이오하자드를 했던 유저들이면 친숙하면서도 늘 깜짝 놀라게 되는 그 맛이 있었다. F키를 빠르게 연타해서 푼 뒤에 제압사격을 하고 나면, 각종 변이체들이 잠식한 병원에서 단서를 찾아 나서는 미션이 진행된다.


▲ 갑자기 분위기가 호러처럼 바뀌어서 현장에서 화들짝 놀란 기자들도 좀 있었다

변이체는 일반 좀비 같은 변이체와 각종 특이한 형태로 변한 특수 변이체들이 있는데, 샷건으로 초근접거리에서 한 방 쏘거나 헤드를 정확히 노리지 않으면 좀처럼 쓰러지지 않았다. 특히 특수 변이체는 헤드가 어디에 있는지 모호해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빠르게 제압이 어려웠다. 이를 중간중간 입수하는 화염병으로 제압하는 것이 포인트인데, 화염병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최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몰아온 뒤에 한꺼번에 불을 질러버리는 것이 공략 방법이었다. 다만 어둡고 좁은 실내에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변이체를 상대로 조마조마하게 미션을 하다보면 탄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때 대처할 수 있게 근접공격을 넣어주거나 탄 수급이 좀 더 원활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아마도 시연 분량에 대한 설명을 전반적으로 정리했을 때, 일반적인 패키지 SF TPS의 느낌이 짙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신더시티'의 시연 분량은 패키지 슈팅 게임의 그 감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에 주력했고, 이러한 목표를 확실히 달성했다. 다소 고집스럽게 전장에서 회복제를 주워서 회복하는 것도 구현하지 않았던 LLL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장르의 기본기를 확실히 다지면서, 택티컬 기어 등 차근차근 '신더시티'만의 슈팅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들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신더시티'의 또다른 핵심 파트인 MMO 부분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LLL 시절 슈팅 게임의 기본적인 손맛조차도 어색했던 것이 이제는 찰진 슈팅 감각이 선명히 기억날 정도로 확고히 다듬어진 것은 고무적이다. 물론 이번 시연은 싱글플레이를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여럿이 협동해서 플레이하는 MMOTPS 콘텐츠에서는 다른 느낌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금 그 부분에 가지는 기대감은 그저 MMORPG를 TPS로 변주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2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돌이켜보면 엔씨는 MMORPG뿐만 아니라 슈팅 게임 등 다양한 시도를 했던 DNA가 있다. 그 DNA가 다시 깨어나고, 슈팅 게임 기본기를 다시 익혀 한 번 더 게이머들의 가슴에 불을 당겨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금은 생겼다. 이번 시연을 계기로 MMO 부분도 완벽히 다듬어 새로운 슈팅 게임에 목마른 유저들에게 희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대한다.


▲ MMO 파트의 개선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캠페인 파트의 슈팅 감각은 확실하게 손맛을 갖추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