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명: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
개발사 : Embark Studios
플랫폼 : PC(STEAM, Epic), PS5, Xbox Series X|S
장르 : #액션 #익스트랙션 슈터 #포스트아포칼립스
엠바크 스튜디오의 야심작, '아크 레이더스'가 지난 10월 30일 그 막을 올렸다. '더 파이널스'를 통해 개발력을 입증한 이들이 오랜 기간 준비한 작품으로, 또 몇 차례 출시 연기를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던 작품으로도 '아크 레이더스'에게 모두가 거는 기대는 크다.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를 시작으로 대세 장르로 자리한 익스트랙션 슈터지만, 최근 상황은 다소 애매하다. 여러 게임들이 차세대 타르코프를 목표로 하며 시장에 진출했지만, 장르 팬들의 기준은 높고 평가는 냉혹할 정도로 차갑다. 죽으면 가진 모든 장비를 잃어버리는 장르가 보편적인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하기엔 진입 장벽 또한 낮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개발사들은 차세대 먹거리 장르로 '익스트랙션'에 집중하고 있고, 아크 레이더스 또한 그들 중 하나다. 그리고 출시 직전 마련된 미디어 프리뷰를 통해 눈여겨 본 바, 이 게임의 차별점을 명확했다. 바로 '품질'이다.

게임은 제품이다. 그리고 이 제품은 품질이 좋다
아크 레이더스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품질(퀄리티)이 좋은 제품'이다. 게임 내적으로, 또 외적으로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러한 느낌을 주는 데는, 게임을 실행한 이후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에 진입하기까지 느껴지는 '안정성'이 큰 역할을 한다. 최근 출시된 온라인 전용 게임과 비교하면 월등한 수준이고, 여타 콘솔/패키지 게임과 비교해도 높은 최적화 수준을 보인다. 체험에 사용한 PC(RTX 3080) 기준으로 로비까지 이르는 로딩 시간(쉐이더 최적화 시간을 포함한), 게임 진입 이후 프레임레이트 등에서 불편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더 파이널스에서 보여준 엠바크 스튜디오의 강점 또한 '아크 레이더스'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DICE 출신 개발자들의 노하우는 다시 한 번 캐릭터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묵직함이 그대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걷거나 달리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방향 전환 시 부드러우면서도 무게 중심이 제대로 이동하는 듯한 감각, 전투 도중 슬라이딩하고 구르는 동작 등 모든 애니메이션이 부드러우며 또 디테일하다.
특히, 이러한 디테일은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물론 총기, NPC 적인 '아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다. 유탄발사기의 일종인 '헐크래커'를 자세히 살펴보면 발사할 때마다 장전된 유탄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며, 반대로 유탄을 재장전할 때마다 하나씩 탄창에 채워지는 모습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콜 오브 듀티'를 비롯한 글로벌 슈터 시장에서는 이러한 '재장전 모션'에 대한 플레이어의 관심이 대단히 높은 편이다. 당장 유튜브만 잠시 검색해 봐도, 여러 게임들의 재장전 모션을 엮어 놓은 컴필레이션 비디오를 수도 없이 만나볼 수 있다. 3인칭 게임의 경우 재장전 모션에 크게 공을 들이는 경우는 잘 없음에도, '아크 레이더스'는 이처럼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며 전체적인 '품질'을 높였다.


주변 풍경을 살리는 앰비언스 사운드 또한 인상적이었다. 눈이 호강하는 그래픽과 풍경 비주얼은 기본이다. 등에 멘 총기가 덜그럭거리는 소리, 캐릭터의 발걸음과 멀리서 들려오는 아크의 기계음까지 거의 모든 사운드가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저 바라만 보며 걷고 싶은 멋진 풍경과 효과음은 게임플레이 메커니즘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게임에선 종종 멋드러진 풍경과 유저 시인성이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하고, 이는 사운드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크 레이더스'에서는 멋진 풍경과 앰비언스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이것이 전체적인 게임 경험을 헤친다는 느낌은 받기 힘들었다.
거창하게 적어놓은 것 같지만, 사실 아주 기본적인 요소들이다. 그러나, 기초가 탄탄하지 않다면 절대로 '품질'을 강조하는 게임이 될 수는 없다. 지난 개발 경험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엠바크 스튜디오는 분명하게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것 같다. 그 결과, 거의 모든 플레이에서 '완성도가 느껴지는' 아크 레이더스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접근성 높은' 익스트랙션의 새로운 기준

탈출 슈터(익스크랙션 슈터)는 어렵고, 무섭다는 통념과 살짝 다르게, '아크 레이더스'의 이용자 접근성은 꽤나 높은 편이다. 장착한 장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인벤토리 슬롯이 작아 한 세션에 오래 머물며 파밍하기가 불가능한 구조다. 빠르게 동선을 짜고, 가방을 채우고, 다시 기지로 돌아와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니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피지컬이 좋을 필요도 없다. 물론 성격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할지는 개인의 자유지만, 황무지가 언제나 누군가를 죽여 물건을 약탈하려는 연쇄살인마들로만 가득하진 않다는 뜻이다.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거센 교전이 이뤄지는 구획을 피해 적당히 파밍한 뒤 탈출하는 것도 가능하고, 어느 정도 장비가 마련되면 좀 더 용기를 내볼 수도 있다. 이러한 문법 자체는 탈출 슈터 장르를 그대로 따르지만, 방금 언급한 인벤토리 제한이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더 쥐어준다. 이미 가득찬 가방을 가지고 탈출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전리품을 위해 상대의 가방을 노려볼 것이냐.
또 한가지, 탈출 슈터에 큰 부담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무료 로드아웃'을 제공한다. 자신이 가진 장비가 아니라, 기본 무기를 무작위로 가진 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전투력도 낮고, 인벤토리는 더 작지만, 이렇게 안전한 방식으로 야금야금 전리품을 챙겨 돌아온다고 해서 그 누가 손가락질 하리.

'아크 레이더스'의 전투는 선택사항이지만, 그 손맛만큼은 확실하게 엠바크의 것이다. 아크와의 전투(PvE)와 PvP 모두 저마다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 내내 전투를 선택할지 묻는 순간이 많다.
아크는 종류별로 위험도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특히 자신이 가벼운 탄약을 사용하는 총기만 가진 경우라면, 적대하는 대신 빠르게 도망치는 편이 목숨을 부지하는 길이다. 아크들은 조금이라도 크기가 커지면 방어력과 체력이 곱절로 늘어난다(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꼈다).
게임을 하며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호넷'이나 '와스프'는 스쿼드가 힘을 합치면 금방 처리할 수 있지만, 솔로일 때는 이들조차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로켓티어나 봄바디어가 당신을 인식했다면? 어지간한 장비가 준비되기 전까지는 대등한 전투가 힘들다. 실제로, 둘이서 가진 총알을 모두 소진하는 동안 로켓티어 한 마리 조차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보다 더 큰 아크라면? 이 때는 협동이 필수다.
아크들은 분명 강력한 적들이지만, 플레이어들을 압도할 정도로 필드에 많이 배치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이들을 피해 전리품을 획득하는 과정에 긴장감을 더하는 역할에 가깝다. 여기에 다른 적대 플레이어가 더해지면서, '아크 레이더스'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전투가 완성된다.


게임 초기인 만큼 초반 무기는 어딘가 하나씩 결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TTK는 꽤 긴 편이다. 강하지만 한 발씩밖에 장전하지 못하는 저격총, 한 번 발사할 때마다 총알을 두 발씩 장전해야 하는 소총, 아크에게는 생체기도 내기 힘든 기관단총까지. 하나의 무기로 모든 적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도록 밸런싱되어 있다.
이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전투가 PvE인지, PvP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경량 탄약을 사용하는 무기는 아크보다는 레이더를 상대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중량 탄환을 사용하는 총은 아크의 장갑을 손쉽게 뚫을 수 있어 PvE에 더 요긴하다. 무기의 티어에 따라 약점이 보완되거나 강점이 특화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목적에 따른 무장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각 무기가 가진 고유한 효과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유탄 발사기 '헐크래커'를 예로 들면, 이 무기로 발사하는 유탄은 아크에게밖에 폭발하지 않는다. 사람을 상대로는 고무탄 투척기가 된다는 말씀.
이렇게 '아크 레이더스'의 전투는 여느 익스트랙션 게임처럼 단순할 때가 있지만, 또 은근 전략적이다. 떠다니는 아크이 주위를 적에게 돌려 빈틈을 만들어낼 수 있고, 아크와 대치중인 적들을 어부지리로 습격할 수도 있다. 물론, 반대로 그런 전략에 당할 수도 있어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는 편이다.
사전 플레이에서는 큰 쓰임새를 느낄 수 없었지만, 상대 플레이어에게 '쏘지 마!'라고 외치는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물론,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알 수 없는 황무지에서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지만, 이 게임은 배틀로얄이 아니다. 누군가 친절한 스쿼드를 만난다면, 함께 힘을 합쳐 아크를 처치하고, 전리품을 챙겨 스페란자로 돌아오는 경험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깔끔한 동기부여: 당신이 나가서 폐지를 주워 오는 이유

전반적인 익스트랙션 장르 특유의 시스템도 잘 갖춰진 편이었다. 플레이어는 인류의 보루(?)인 스페란자에서 활동하는 레이더로서, 자신만의 아지트에서 대부분의 장비와 물자를 생산한다. 귀여운 동료 꼬꼬가 모아주는 재료들, 그리고 밖에 나가 가져온 재료를 조합해 작업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이를 반복해 더욱 높은 티어의 장비를 맞추는 것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다.
게임 도중 맵에서 볼 수 있는 '구역'들은 이러한 육성 단계에 맞춰 세분화되어 있다. '산업 단지', '의료 단지' 등 구역별로 필요한 재료를 얻을 수 있고, 때로는 스페란자의 상인들로부터 퀘스트를 받아 특정 구역을 살펴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재료 아이템 일부는 무기, 방어구와 마찬가지로 '등급' 형태를 띄고 있다. 높은 등급의 재료를 분해하는 하위 재료를 얻을 수 있는데, 현장에서 인벤토리의 압박이 심하다면 이처럼 재료를 최적화하는 전략도 쓸만하다.

작업대 외에도 플레이어의 레벨에 따라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는 육성 시스템도 존재한다. 세 갈래로 분화된 스킬에 투자한 포인트에 따라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에 특화된 캐릭터로 만들 수 있다. 남들보다 좀 더 조용하게 상자를 열 수도 있고, 상자 속 전리품을 남들보다 (약간 더) 빠르게 찾아볼 수도 있고.
'증강물' 시스템 또한 흥미롭다. 일종의 플레이어 기본 장비 틀을 마련하는 부착물로, 자신이 장착한 증강물에 따라 인벤토리의 구조가 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더 큰 실드를 장착할 수 있는 증강물, 더 많은 전리품을 소지할 수 있는 증강물은 물론, 치유 특화 증강물은 회복 약품 전용 슬롯이 별도로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요소를 이용해 스쿼드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는 아크 레이더스가 출시 이전에 발표한 고유의 시즌 리셋 시스템이다. 특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함께 리셋되는 여타 게임과 달리,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리셋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리셋을 원하는 경우, 리셋이 진행되는 시기에 탐사를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플레이어에게 황무지로 나아갈 이유를 만들어 주며, 무수한 위험을 통과해 무사히 돌아올 동기를 부여한다.


체급은 확인 완료, 장기 서비스 향한 추가 콘텐츠가 관건

아크 레이더스의 첫인상은 명확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익스트랙션 슈터.
3인칭 시점이나 꼬꼬, 쿨타임 없는 무료 로드아웃 등의 유저 편의성을 고려한 게임 시스템은 아크 레이더스가 가지는 가장 큰 차별화 요소이다. 이 게임은 기타 익스트랙션 게임들과는 달리 타의적인 요소로는 절대 시즌 아웃을 당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자신만의 페이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는 게임을 어느 정도 라이트하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진입 장벽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지상에서 만나는 레이더들과 상위 아크들의 존재는 게임이 너무 라이트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지속적인 긴장감을 부여한다. 리퍼, 로켓티어와 같은 강력한 아크 개체들은 대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무장 수준을 필요로 하며, 일반 아크들 또한 무료 로드아웃으로는 연전에 부담을 느끼는 수준의 파워 레벨을 가지고 있다. 아크들과 교전하며 위치가 드러난 유저들을 노리는 레이더들도 있어 지상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가더라도 플레이는 진중해지는 절묘한 밸런스가 완성된다.
또한 최근 출시작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높은 품질을 갖췄다는 것 또한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애니메이션, 사운드, 그래픽 그리고 최적화 등 게임의 모든 면에서 높은 품질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으로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현실적인 사운드와 그래픽은 유저가 레이더로써 지상에서의 역할에 몰입하게 해 주며 손꼽히는 최적화는 보다 많은 유저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직 출시 초기지만, '고품질'과 '접근성'을 내세운 아크 레이더스가 당당히 탈출 슈터 장르 내에서 그 체급에 걸맞는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먼 옛날 테스트로 보여준 초 거대 아크, 인게임 떡밥으로 풀리는 신규 맵 등 기대할 거리는 아직 남아 있기에, 나는 오늘도 스페란자로 떠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