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3년 6월, 대만의 뜨거운 열기에 치여가며 컴퓨텍스 전시회를 취재하고 숙소로 돌아가던 택시 정류장에서 갑자기 돈 냄새가 났다. 고개를 드니 35도쯤 되는 날씨인데 검은색 가죽 재킷과 바지로 무장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게 엔비디아 젠슨 황 CEO를 처음 마주한 순간이었다.

IT 소식을 취재하며, 이상하리만큼 유명인과의 인연이 없었다. 내가 게으르겠거니 했지만 올해 CES에서 젠슨 황을 또 마주쳤다.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이하 GGF)'에 혹시 젠슨 황이 오지 않을까? 삼세번이면 인연 맞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GGF 취재에 임했다.

동료 기자와 구역 분배를 마친 후, 내 일정이 끝나 르세라핌을 기다릴 겸 무대로 향하는 중이었다. 저 멀리 코엑스 북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행렬을 보게 되었고, 다들 풍선을 들고 있길래 동료 기자보다 르세라핌을 먼저 보겠다 싶어서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렇게 또, 젠슨 황을 눈앞에서 만났다.

▲ 코엑스 북문, 지포스 파트너 체험존에 등장한 엔비디아 젠슨 황 CEO

▲ 무대로 이동하며 사인도 잊지 않았다

▲ 이럴 줄 알고 그래픽카드를 가져왔다고?

나는 그대로지만, 엔비디아는 2023년부터 현재까지 시총 6위에서 1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뭔가 나만 그대로인가 싶은 오묘한 감정이 들 때쯤, 땡큐 코리아를 거듭하던 젠슨 황은 진지한 얼굴로 얘기했다. "내가 한국에 왔을 때, 나와 엔비디아는 어렸다. 지금 나는 컸고 엔비디아도 컸다. 한국도 그만큼 컸다". 나를 지칭하는 것도, 나를 알아보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위로도, 울림도 있는 얘기였다.

하나에 감동하니 도미노로 감격이 밀려온다. N주년 이벤트로 다양한 경품을 뿌리는 것도 좋지만, 정상의 자리에 오른 후 CEO가 직접 감사 인사를 하러 오는 것만큼 진심 어린 행동이 있을까. 젠슨 황은 엔비디아 지포스의 국내 진출 25주년을 기념하며 거듭 외쳤다. PC 게임, PC방, 지포스. 케이팝, 케이푸드, 케이뷰티, e스포츠, K지포스.


또 재밌는 건, 일명 '치맥 회동'을 함께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깜짝 게스트로 초대했다는 점이다. 내정됐던 게스트라고 하기엔 너무 특별하고 뜬금없기도 해서 젠슨 황의 수완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인사와 함께 "근데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는 농담으로 엔비디아 지포스의 25주년을 축하했다. 이 회장은 "엔비디아는 25년 전, 삼성반도체의 GDDR D램을 사용하여 지포스 256이라는 제품을 선보였다"고 말하며 엔비디아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나 또한 어릴 때 아케이드 게임을 많이 했고, 지금 우리 아들이 리그오브레전드를 정말 좋아한다"고 언급하며, "여러분이 차량 안에서 자체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얘기했다.

▲ 엄청난 섭외력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도 자리에 함께 했다

젠슨 황은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았던 과거의 편지를 언급하며 한국, 삼성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젠슨 황은 "1996년, 한국에서 온 편지는 매우 아름다웠다"라며 "편지에는 이 전 회장이 바라는 한국의 비전이 적혀있었다"고 얘기했다.

"첫 번째는 한국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됐으면 한다. 두 번째로는 비디오 게임 애플리케이션 기술은 한국에 도입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비디오 게임 올림픽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젠슨 황은 "놀랍지 않나. 지금 우리, 한국은 그렇게 살고 있다"면서, "과거에 내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였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은 엔비디아 지포스와 함께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과 지포스는 함께, 이렇게나 성장했다"고 얘기했다.

한편, 엔비디아 지포스의 행사인 만큼, 젠슨 황은 본인이 언급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좋은 소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젠슨 황은 "힌트는 인공지능 그리고 로보틱스와 관련된 것"이라며 말을 줄였다. 해당 내용은 금일 개최되는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언급될 예정이다.

▲ 김채원은 예뻤지만 역시 우리 형이지. 엔비디아 떡상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