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행사 소식을 접했을 때, 굵직한 키워드는 이랬을 겁니다. 르세라핌, 아이온2 시연, 이윤열vs홍진호 정도로요. 하지만 행사장에 가보니, 각자의 이러한 본래 목적도 중요했겠지만 국내 게이머라면 응당,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성별과 나이를 초월하여 엔비디아 측에서 준비한 모든 이벤트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방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두 대기업의 총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깜짝 방문까지. 국내 엔비디아 지포스 상륙 25주년 만에 "게이머 하길 잘 한 것 같기도?" 싶었던 GGF 행사를 정리해 봤습니다.








지포스 파트너 체험존 | 엔비디아와 함께한 하드웨어 브랜드, 부스로 모여!
행사 시작인 16시, 코엑스 광장에 도착하니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더라고요. 지포스 파트너 존을 돌며 평소 궁금했던 제품들을 살펴보는 사람들, NC의 미출시 신작의 체험을 기다리는 사람들, 무대의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까지.
저는 보통 무언가를 확인할 때 뿌리를 찾아보곤 합니다. 이번 행사의 명칭이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인 만큼, 엔비디아의 지포스 국내 상륙에 가장 최전선에 있는 '지포스 파트너'들이 준비한 부스를 먼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절대로 르세라핌이 밤에 온다고 해서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여러 행사를 거쳐 IT 및 하드웨어 관련 취재를 꽤 해봤는데요. 이 정도로 모든 부스를 소개할 수 있는 환경은 또 처음입니다. 엔비디아 지포스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는 지포스 파트너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PC 및 노트북을 취급하고 있는 HP OMEN과 레노버 리전, 그리고 에이서부터 이에 더해 PC 부품들도 판매하는 에이수스와 MSI, 기가바이트, 그래픽카드를 필두로 다양한 PC 부품을 취급하고 있는 컬러풀과 갤럭시, PNY, Palit, 조립 PC 전문 업체인 컴퓨존과 주연테크, 프리플로우까지. 더 재밌는 건 일반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e커머스 업체, 11번가와 쿠팡, 지마켓의 부스까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포스 파트너사 체험존에서는 자사의 최신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지만, 무엇보다 현장의 맛이 제대로 나는 미니 게임 등의 이벤트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낮에는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밤이 되면 무대로 좀 사람이 빠지겠거니 싶어 계속해서 돌아다녔는데요. 어림도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사람이 많았습니다.












NC의 미출시 신작 게임 시연 | 아이온2, 신더시티를 체험해 보자!
지포스 파트너 체험존을 지나니 양쪽으로 줄이 길었습니다. 처음엔 저쪽에 김이 모락모락 나길래 맛있는 메뉴의 푸드트럭 존이겠거니 했는데, NC의 미출시 신작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이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많은 RPG 게이머들의 희망과도 같은 '아이온2(AION2)'가, 반대쪽에서는 오픈월드 MMO 슈팅 게임인 '신더시티(CINDER CITY)'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거긴 합니다만 처음 행사장에 들어왔을 때, 관람객 한 분의 얼굴색과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마 사람도 많고 다리도 아파서 그런 것 같았는데, 이 분을 아이온2 대기 줄에서 한 번 더 만났습니다. 근데 아까랑 다른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밝은 얼굴빛과 표정으로 함께 온 지인과 게임에 대해 즐겁게 얘기 나누고 있더라고요.



엔비디아 지포스의 공간 | 기어 스토어와 멋진 커스텀 PC 그리고 지포스나우
무대 옆으로 초록초록한 부스들이 보였습니다. 엔비디아 지포스에서 따로 마련한 공간이었는데요. 공간은 총 세 파트로 '지포스 기어 스토어', '지포스나우 체험존' 그리고 '지포스 개러지(창고)'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지포스 기어 스토어에서는 엔비디아 지포스의 한정판 및 페스티벌 독점 굿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정 그래픽카드가 있나 달려가 봤는데, 젠슨 황 캐릭터 티셔츠가 반겨주었습니다. 사진 정리 중에 계속 보니까 뭔가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하네요.
지포스나우 체험존에서는 다양한 기기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지포스나우를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PC를 비롯하여 콘솔, 더 나아가 모바일 기기까지. 익숙한 게임과 기기지만 훌륭한 물리적 환경을 제공하여 즐겁게 게임을 시연할 수 있었습니다.
지포스 개러지에서는 엔비디아 지포스에서 준비한 멋진 커스텀 PC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보더랜드 4의 CL4P-TP, 배틀필드 6의 공격 헬리콥터, 그리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루미와 더피가 반겨주는 PC까지. 이게 처음엔 그냥 멋진 대형 피규언줄 알았는데 그래픽카드 혹은 수냉쿨러의 LED가 살짝 보이더라고요.









푸드트럭과 음료 공간 | 지포스 게이머에겐 필수!
해가 지니 점점 출출하더라고요. 예전에 삼성역으로 출근한 적이 있어 맛집은 많이 아는데, 삼성역 식대가 장난 아니거든요. 역 안에 있는 편의점이라도 가야 하나 싶은 타이밍에 저 멀리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습니다.
NC 체험존 너머로 아예 푸드트럭 존이 따로 있더라고요.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각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기에 더욱 좋았습니다. 푸드트럭만 있는 게 아니라 음료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푸드트럭 존에도 있었지만, 행사장 양 끝에서도 음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역대급 럭키드로우 | RTX 5090 글카를 그냥 뿌렸습니다
지포스의 국내 상륙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타이틀로 봐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해 봐도 분명 역대급이 맞습니다.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만 행사 구성에 있어 누군가에겐 역대급이 아닐 수도 있기 마련이죠. 당연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경품 규모만큼은 다릅니다. 세상엔 분명 이보다 더 큰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체험해 본 행사 중엔 없습니다. 이날만 RTX 5090이 엄청 풀렸습니다. 한국에선 400만 원이 넘어가지만, 공식 가격 자체는 대략 290만 원 정도 하니 이것만 따져도... 거기에 고가의 게이밍 PC와 노트북, 모니터까지. NC는 아이온2 로고가 새겨진 24K 순금 카드까지 내 걸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허먼밀러 의자가 가장 부럽더라고요.
또 하나, 경품 추첨 방식이 재밌었습니다. 얌전한 행사에서 채택하는 번호표 방식의 경품 이벤트는 내가 뽑히지 않으면 "이거 주작 아니야?"라며 한탄하게 되는데, 야구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키스타임 형식으로 추첨이 진행됐습니다. 대체할 만한 단어가 없어서 언급했으나, 소위 전광판 이벤트라고도 불리더라고요. 지포스 게이머답게 행사를 즐기는 사람에게 카메라 앵글이 가고, 그 사람에게 경품을 주는 아주 파급적인 이벤트 방식이었습니다.






분위기 끌어올리는 아티스트 공연 | K 타이거스, 르세라핌
뭐 말이 필요할까요. 최근 첫 싱글 앨범 '스파게티'를 선보인 '르세라핌(LE SSERAFIM)'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는 다소 뒤죽박죽이지만, 젠슨 황의 "르세라핌!" 콜과 함께 등장하는 그 순간이 기억에 또렷합니다.
또, 'K 타이거즈'의 공연도 보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전통 태권도와 K-POP을 결합한 퍼포먼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실사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몰입도도 높았고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NC와 크래프톤 | 자사의 게임 신작 및 신기술 발표
NC와 크래프톤에서는 엔비디아 지포스의 기술이 포함된, 각각 자사의 미출시 신작 게임과 신기술을 발표했습니다. NC는 '아이온2'와 '신더시티'를 소개했고,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AI 동료, 'Ally(앨라이)'를 소개했습니다.

NC 이성구 CBO(최고사업책임자, 부사장)은 무대에서 엔비디아와의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면서 11월 19일 론칭 예정인 아이온2와 엔비디아 최신 기술이 결합된 신더시티에 많은 성원을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이후 아이온2에는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백승욱 PD가, 신더시티에는 NC의 개발 스튜디오 빅파이어게임즈 배재현 대표가 자사의 미출시 신작 게임을 소개했습니다.


크래프톤 이강욱 AI 본부장은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AI 협업 모델 CPC를 통해 구현되는 배틀그라운드의 AI 동료, 'PUBG Ally'를 공개하고 이러한 기술을 토대로 게임 플레이에 대한 혁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엔비디아 에이스 기술로 구축된 온디바이스 소형 언어 모델로 게임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례라고 소개했습니다.
기존, NPC(Non-Player Character)와는 다르게 말 그대로 CPC(Co-Playable Character)의 등장이라니요. 이러한 기능을 통해 게이머는 CPC와 전략을 논의한다고 합니다. 게이머가 무언가를 부탁하면 그 아이템을 찾아주고, 기절하면 도와준다고 합니다.


스타크래프트 레전드 매치 | 이윤열 vs 홍진호
레전드 이벤트 매치로 자주 볼 수 있지만, 자주 봐도 즐거운 게 있죠. 또, 지포스 25주년 상륙을 기념하는 행사인데, 이만큼 잘 어울리는 매치를 찾을 수나 있을까요? 이윤열과 홍진호의 스타크래프트 레전드 매치가 진행됐습니다.
진행은 박상현 해설자와 이승원 해설자가 맡았는데요. 비록 게임 화면은 또렷해서 조금은 어색해졌지만 두 레전드의 매치와 뜨거운 현장의 열기는 경기하는 내내 과거로 돌아간 듯한 감정을 사뭇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깐부, 아니 세 총수가 모였다 | 젠슨 황, 이재용, 정의선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하기도, 어떻게 생각하면 굳이 왜?라고 생각할 정도로 참석이 불투명했던 일정이었습니다. 바로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의 GGF 행사 방문입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작았을 때, 그러니까 젠슨 황이 젊었을 때부터 쌓아 올려온 한국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한국에 있는 지포스 게이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했습니다. 예전에야 "글로벌 기업 CEO가 왔구나~" 생각했겠지만, 전 국민이 알아보는 시총 1위 기업 CEO의 자리에서 방문한 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현장은 뜨거웠습니다.
젠슨 황은 행사를 찾아온 지포스 게이머들에게 깜짝 선물을 선사했습니다. 행사 당일 저녁 시간, 일명 '깐부치킨 회동'에 함께했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무대로 올리며 그들과의 글로벌 협력 관계를 몸소 보여줬습니다.




마치며 | 땡큐, 지포스 게이머!
행사는 좋은 의미에서 아쉬웠습니다. 하루로 하기 짧았고 출근길에 마주하면 족히 15분은 걸리는 행사장 규모는 이 축제를 품기에 조금 작게 느껴졌습니다. 행사 구성에 대한 만족도는 정말 높았지만, 진짜로 게이머를 위한 이런 행사를 또 언제 마주할 수 있을까 아쉽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에서 국내 상륙 25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한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GGF). 제 25살 생일은 기억이 안 나지만 지포스 25주년은 또렷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에서는 CEO가 15년 만에 내한할 만큼 한국의 지포스 상륙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는 근거라고도 느꼈습니다.
공식 석상에서 뛰어난 달변가인 젠슨 황, 이번 GGF 만큼은 "땡큐 코리아"를 거듭 외치며 국내 게이머들과 축제를 함께 즐기는듯했습니다. 다시 한번 엔비디아 지포스의 국내 상륙 25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지포스 게이머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