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말 다양한 게임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그 다양한 행사에 또 그 이상으로 다양한 목표를 지닌 수많은 개발자와 개발 팀들이 자신의 게임을 선보이고자 찾아온다.

'유니콘(UNICON)' 역시 그런 게임 전시회 중 하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이들, 그리고 전시를 이끌어나가는 이들, 즉 전시의 주축이 모두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정확히는, 전국 대학생 게임 개발 동아리 연합, '유니데브(UNIDEV)'에서 진행한다.

크래프톤이나 네오위즈, EA, 데브시스터즈, KOG 등 다양한 게임사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행사 전체를 주최하는 건 유니데브 소속의 대학생들이다. 넘치는 열정과 새로운 시선으로 벌써 3번째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 벌써 3회차를 맞이한 '유니콘'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유니데브'와 '유니콘'



어느덧 3회차를 맞이한 만큼, 이번 유니콘은 이전회차들에 비해 훨씬 큰 규모로 진행됐다. 콘텐츠 유니버스와의 협업으로 고양꽃전시관에서 열린 유니콘 2025에는 무려 70개 이상의 팀이 참여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현장은 자신의 게임을 전시하고 다른 이들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서로 온 힘을 다해 만든 게임을 진지하게 플레이하고, 피드백하는 소리가 높은 층고에도 불구하고 전시장 전체를 꽉 채웠다.

시연 자리도 거의 가득 차 있었고, 그 시연하는 이들 옆에서 하나하나 게임에 대한 것들을 설명하는 학생 개발자들의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데모를 플레이한 뒤에는 짧은 소감부터 꽤 본격적인 피드백이 오갔다.

올해는 일반 관람객들도 현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만큼, 자신의 게임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의상부터 엽서, 스티커, 키링, 캐릭터 간판까지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한 다양한 물품들이 여기저기 마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다. 게임 소개판을 높이 들거나, 지나가는 관람객을 향해 게임을 한 번 플레이해 보라며 어필하는 모습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 계속해서 오고가는 피드백

▲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홍보하는 학생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모일 수 있었던 건, 게임잼인 유니잼부터 전시회인 유니콘까지 꾸준히 연계해 진행하고 있는 동아리 연합, 유니데브 덕분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주축이 되어 꾸린 연합회는 매년 더 많은 동아리가 참여하고, 더 큰 행사를 열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유니데브의 회장이자 고려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인 CAT&DOG 소속인 윤성민 학생은 "행사가 점점 커지는 만큼, 유니콘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더 많은 학생을 포용할 수 있는 행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더 많은 대학생 게임 개발 동아리를 포용하고, 대학생 개발자 커뮤니티를 강화해 이들이 취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유니데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 유니데브 회장 윤성민 학생


전시 경험도 쌓고, 피드백도 얻고


유니데브 자체가 대학 동아리를 중심으로 한 만큼, 유니콘은 학생들이 전시 경험을 쌓아갈 수 있는 좋은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개발 경험을 쌓는 유니잼 출품작이 유니콘에서 전시되는 사례도 있고, 전 회차의 출품작이 피드백을 받아 개선된 모습으로 공개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 유니콘에 참여한 리듬 액션 게임 '득도비트'를 개발하고 있는 초코붕어싸만코 팀은 유니잼을 통해 결성된 연합 팀이다. 유니잼 이후 방학 중 게임이 재미있어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후 약 3개월 반 동안 추가 개발을 진행, 유니콘에 게임을 전시했다.

▲ 유니데브의 게임잼, 유니잼에서 시작된 득도비트

초기에는 리듬 요소가 없었던 게임이지만, 그 과정에서 몬스터가 음악에 맞춰 나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간단하지만 몰입감 있는 리듬 액션 게임이 탄생했다. 확실히 WASD를 활용하는 간편한 방식 덕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기획을 맡은 김예준 학생은 "유니데브 소속 개발자들과 교류하며 유니콘을 즐겁게 준비했다"며 "행사장에서 많은 관람객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고, 다른 개발자들과 리듬 장르 개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 팀 멀로로의 크로스X크로서, 다양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 참여했다

한성대학교 학생들의 졸업 작품으로 시작된 '크로스X크로서' 역시 정식 출시를 목표로 좀 더 다양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 유니콘에 참여했다. 크로스X크로서는 이미 인디크래프트, 지스타, BIC에서 전시된 게임이다. 큰 행사에 전시한 경험이 있음에도 유니콘에 참여한 건, 같은 입장에 있는 대학생 개발자들에게서 좀 더 다양한 피드백을 얻고 성장하기 위해서다.

크로스X크로서를 개발하고 있는 팀 멀로로의 기획자이자 팀장인 김혜성 학생은 유니콘의 행사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참여자도 많아 놀랐다며, 일반 관람객이 많은 타 전시회에 비해 유니콘은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대학생들이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고, 조언을 주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더 큰 공감과 응원, 그리고 서로의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피드백이 오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행사가 커진 덕분에 다양한 층의 관람객들이 현장을 찾았고, 학생 개발자들이 현직자에게서 피드백을 얻을 기회도 생겼다. 김혜성 학생 역시 현직자가 전해준 학생 시절의 경험, 그리고 게임의 독창성에 대한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며 큰 울림이 있었다고 전했다.

▲ 대학생 개발자의 아이디어가 녹아들어 있는 다양한 게임들


대학생 개발자가 보여줄 수 있는 '게임'


그렇다면 대학생 개발자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점, 그리고 유니데브의 강점은 무엇일까. 윤성민 학생은 고정된 틀 없이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상업성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고, 제약이 적어 보다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 중에는 지금의 게임을 완성해 출시하는 것도 목표지만, 개발 과정 자체를 좋은 경험이자 다음을 향한 발판으로 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을 출시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것보다는, 개발자로서 출시까지의 경험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 그 과정 자체를 목표로 삼았달까.

▲ 스토브를 통해 출시된 '리턴'

게임 '리턴'을 개발한 제니아 팀 역시 그렇다. 동화적인 그래픽이 인상적인 퍼즐 어드벤처인 리턴은 스토브를 통해 출시된 게임이다. 숙명여대 학생들이 시작했고, 유니데브 활동을 통해 여러 학교의 개발자들이 모여 완성했다.

팀원 모두 학생이기에, 처음 겪는 출시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그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PM을 맡은 정은경 학생은 게임을 출시하고, 그 이후의 피드백까지, 다양한 직군의 팀원들이 함께 개발 프로세스를 경험하며 문제를 해결해 온 과정 자체가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게임을 출시했지만, 이들의 발걸음은 끝이 아니었다. 이번 행사에서도 현장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을 찾아내고 있었다. 정은경 학생은 "어떠한 대가를 얻고자 한 게 아니기에, 오직 열정만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며 "하고 싶은 일에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을 수 있는 게 청춘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청춘'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게임을 향한 대학생들의 '청춘'이 느껴지는 유니콘

유니데브는 대학생들이 말 그대로 그들의 '청춘', 그리고 열정을 쏟아가며, 녹여가며 만들고 준비한 행사다. 매년 규모가 커져가지만, 그 안을 채운 대학생 개발자들의 뜨거운 모습은 그대로였다.

게임을 만드는 것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렇게 개발 중인 게임을 서로 선보이며 의견을 교류하고, 완성 이후에는 또 그다음을 바라보는 것, 유니데브와 유니콘이 특별한 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