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니지. 참으로 오래 된 게임이다. 오래 된 만큼 얽혀 있는 서사도 굉장하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리니지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 축으로 존재하고 있다. 무려 27년 동안 말이다.
중간에 '리마스터'를 통해 한 번 큰 변신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27년 전과 같은 게임. 이 동안 리니지가 계속 서비스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오랜 세월 쌓여온 골수 유저층, 그리고 이들 간의 커뮤니티가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 사회의 일원이 될 만한 시간 동안 쌓이고 쌓인 게이머 간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나.
고로, PC방을 통째로 빌려 진행하는 '선포 DAY'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인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주부터 전국 각지의 대형 PC방에서 게이머들이 직접 모여 즐기는 '선포 DAY'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부산, 광주, 대전에 이어 네 번째 장소인 서울 동대문에서 그 마지막 회차가 진행되었다. 자리를 가득 매운 250석 규모 PC의 모습, 그리고 현장에서 만난 주요 관계자와의 인터뷰까지 하나의 기사로 정리해 보았다.
'선포 DAY', 어떤 모습이었을까?







전반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모인 게이머들의 연령대였다. 리니지를 하지 않는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리니지 게이머들은 일반적으로 좀 중후한 나이의 게이머들일텐데, 게임이 워낙 오래 서비스를 이어오다 보니 생기는 자연스러운 인식이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기에 참여한 게이머들의 평균 연령층은 다소 높은 편이었다.
특히 고령의 여성 게이머들도 종종 눈에 띄었는데, 전혀 게임과는 연이 없을 것 같은 차림으로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는 모습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수많은 유저 대상 게임 행사를 다녀 보았음에도 한 번도 느낀 적 없던 독특한 바이브다.
물론, 고연령 게이머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전체적으로 연령 분포는 고른 편이었다. 완전히 젊은 층의 게이머들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띄어 리니지가 단순히 나이 든 아저씨들만의 게임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을 정도.


[Q&A] 27년의 서비스, 그리고 다음의 리니지는?

행사를 준비하는 중간에 잠시 짬을 내 장정관 사업실장, 그리고 하진욱 디렉터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선포 DAY'라는 행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고, 지금까지 어떻게 행사를 진행해 왔는지, 그리고 리니지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는 건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Q. 먼저, 두 사람에 대해 짧게 소개해주면 좋겠다.
“장정관 실장: 리니지 캠프의 사업실장 장정관이다. 게이머 분들은 홍금보 배우와 붙여 '린금보'라고 불러 주신다.
하진욱 디렉터: 현재 개발 디렉터인 하진욱이다. 장정관 실장과 달리 견자단과 붙인 '린자단'으로 불린다.
Q. '선포 DAY'라는 행사에 대해 궁금하다. 어떤 이유로 시작하게 된 것이고 목적은 무엇인가?
“리니지 리마스터 이후 PC방 오프라인 행사는 작년에 시작해 올해로 2년차다. 최초 목적은 리니지 게이머들을 초청해 함께 게임 콘텐츠를 즐기며, 유저 의견을 직접 수집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기획되었다. 아무래도 회사 내부에만 있으면 날 것 그대로의 의견을 듣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작년의 경우 6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진행했는데, 다양한 의미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올해도 이어 진행하게 되었고, 아마 내년에도 하지 않을까 싶다.
Q. 작년 행사는 일종의 파일럿 느낌이었을 것 같고, 올해가 되어 달라진 점이 있는가?
“작년의 경우 이미 서비스중인 빌드로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며 게이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올해는 차후 업데이트될 콘텐츠를 미리 플레이하는 형태로 기획했다. 일종의 FGT를 겸하는 행사라 보면 좋을 것 같다.
올해 행사에서 선보이는 콘텐츠는 개선된 '월드 공성전'으로 참여한 게이머들이 각각 '린금보'팀과 '린자단'팀으로 나누어 공성전을 진행하게 된다. 행사에 참여한 게이머 전원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지만, 승리 측에는 더 많은 선물을 줄 예정이다. 행사 이름이 '선포 DAY'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성전도 결국 전쟁이니까. 전쟁을 선포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Q. 공성전 자체는 이전에도 존재했는데, 어떤 점이 달라진 건가?
“공성전 콘텐츠는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콘텐츠 중 하나다. 성을 차지할 정도의 세력을 지닌 유저층은 대부분 상위 레벨 게이머들이기에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플레이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리뉴얼은 이 공성전의 참여 풀을 대폭 넓히기 위해 준비됐다.
예를 들어 저레벨이나 중간 레벨 플레이어들도 '용병'으로 참여해 양 진영 중 하나를 지원할 수 있고,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얻게 된다.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특별 무기나 변신을 지원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 차원에서 준비될 예정이며, 전장의 주역이 될 수 없었던 플레이어들도 공성전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하고 있다.

Q. 지난 주 부산과 광주에서도 행사를 진행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나?
“작년의 경우 6번의 행사에서 총합 1,200명 가량의 게이머들이 참여했고, 올해는 회차가 줄었지만 한 번에 참여하는 인원이 들어 비슷한 규모의 게이머들이 모였다. 오늘 행사의 경우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게이머분도 계셨다. 게이머 반응은 작년 만큼이나 좋았다. 작년의 반응이 한 번으로 그칠 행사를 다시 이어가게끔 만들었던 바 있으니 아마 내년에도 또 행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대형 오프라인 행사는 매년 진행하기에 부담이 있지만, 작년 반응이 워낙 좋아 올해도 이어가게 됐다. 작년에는 약 1,200명이 참여했고, 올해도 각 지역마다 300명 가까운 인원이 방문했다.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유저도 많았다. 사전 예약뿐 아니라 현장 접수도 병행해 참여 열기가 높았고, 프로그램은 지역별로 동일하게 운영됐다.
Q. 그럼 내년에도 비슷한 PC방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는 건가?
“리니지의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이머 분들의 신뢰를 위해서라도 연속성 있게 이어갈 계획이다. 아마 내년엔 대구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장소의 섭외인데, 전국적으로 PC방의 수가 크게 줄었다. 공성전과 같은 대형 이벤트를 진행하려면 못해도 200석 이상 규모의 PC방이 필요한데, 이 조건에 맞는 장소를 정말 찾기 어렵다.
Q. 나아가 리니지 리마스터의 내년에 대해서도 좀 듣고 싶다.
“아시다시피 게임이 오래 서비스되다 보니 바뀌는 게이밍 트렌드에도 대응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옛날엔 게이머들이 한 자리에 앉아 진득하게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현재는 총 플레이시간이 줄어들고 대신 밀도 높은 플레이를 원하는 게이머가 다수인 상황이다.
리니지 또한 장시간 사냥을 통해 천천히 보상을 누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특정 시간대에 콘텐츠를 집중해 짧고 굵게 플레이할 수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기존 게이머들이 보다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기를, 그리고 더 많은 게이머들이 부담없이 리니지를 플레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