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마블이 개발 중인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이 지스타를 앞두고 CBT를 진행했습니다. 그간 여러 차례 국내외 게임쇼를 통해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한편, 시연 출품하면서 게임을 알려왔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인 만큼, 게임 자체는 여러모로 친숙할지도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게임쇼 등을 통해 시연 출품한 게 다였기에 게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힘든 게 사실이었습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비주얼과 전투 시스템 등을 힐끗 엿보는 게 전부였죠.
그랬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인 만큼,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일주일간 진행하는 이번 CBT는 특히 반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임에 대해 궁금했던 거의 모든 것들을 확인할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일단 비주얼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원작 만화를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 모습에 각양각색의 매력으로 무장한 오리지널 캐릭터와 원작의 캐릭터까지 보는 재미는 확실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액션 RPG로서의 재미 역시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를 교체하면서 액션을 펼치는 태그 시스템과 영웅 간 필살기를 조합하는 합기 시스템 등 손맛 역시 제대로였는데요.
넷마블이 준비 중인 타이틀 중에서도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과연 수많은 오픈월드 액션 RPG들과는 어떤 차별화된 매력으로 무장했을지, 이번 CBT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원작 비주얼 완벽 구현, 보기만 해도 즐겁다

장르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게임을 하면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는 건 단연 비주얼입니다. 저마다 추구하는 비주얼이 다르니 무조건 고퀄리티일수록 좋다는 건 아니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비주얼이 좋으면 그것만으로도 일단 게임에 대한 평가 역시 좋아지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분명 매우 보기 좋은 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고퀄리티인 걸 떠나서 원작 만화의 화풍을 고스란히 게임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원작 만화를 봤다면 더없이 반가울 테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애니메이션 화풍을 좋아한다면 대체로 만족할 그런 비주얼이라고 할 수 있죠.


오픈월드로 구현된 브리타니아 대륙의 완성도 역시 눈길을 끄는 요소입니다. 리오네스 왕국을 비롯해 요정왕의 숲 등 여러 지역들이 등장하는데요. 원작 만화에서는 그저 배경에 불과했지만,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오픈월드 액션 RPG로 플레이어가 직접 돌아다닐 수 있는 만큼, 저쪽에는 뭐가 있을지 탐험하는 맛을 톡톡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각종 연출과 컷신에 대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아무리 비주얼이 좋아도 연출과 컷신이 단조로우면 매력이 반감되는 면이 있는데 이 방면으로는 나름 도가 튼 넷마블답게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연출과 컷신은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각종 연출은 게임의 몰입감을 끌어올려 주고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각종 컷신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감각을 선사할 정도였죠. 이런 류의 연출과 컷신,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면 대체로 만족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시퀄이자 프리퀄, 오리지널 스토리로 진입장벽 ↓ 확장성 ↑

넷마블이 IP를 활용한 게임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아니, 사실 많이 있었죠.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에 앞서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부터 신의 탑: 새로운 세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러한 넷마블의 전략은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원작 이후의 요소를 어떻게 보여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확장성에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요소였죠.
이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원작 일곱 개의 대죄가 완결된 후 후속작으로 묵시록의 4기사가 연재되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펼칠지 이전부터 의문이었는데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이를 원작의 시퀄인 동시에 묵시록의 4기가의 프리퀄로 설정함으로써 해결했습니다. 원작 만화에서 다루지 않은 시간대를 다룸으로써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일곱 개의 대죄 완결 시점에서 3년 후, 그리고 묵시록의 4기사의 3년 전이라는,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는 시간대에 더해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별의 서'를 도입함으로써 오리지널 스토리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별의 서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메인 스토리의 열쇠가 되는 요소로 게임 시작 시점에서 모험을 떠난 트리스탄과 티오레가 숨겨진 던전에서 발견한 물건으로 시공간을 비트는 힘을 지닌 물건입니다. 게임 내에서는 이를 통해 과거 에스타롯사와 에스카노르의 대결로 말라버린 호수에 물이 가득 차오른다거나 과거의 캐릭터가 돌아오는 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묵시록의 4기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게임만의 오리지널 요소를 녹여내기 위한 요소로 봐도 무방합니다.

오리지널 스토리인 만큼, 더욱 흥미를 자극한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는 취향에 따라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누군가는 원작 만화를 게임으로 다시 한번 체험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오리지널 스토리여서 더욱 좋았습니다.
이미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한 번씩 봤던 스토리를 이제는 게임으로 또 봐야 했다면 아마 지금처럼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이미 알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힘이 있었습니다.

별의 서를 둘러싼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별의 서가 어떻게 시공간을 뒤트는지, 궁극적으로는 무엇보다 중요한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죠.
오픈월드를 표방하는 게임답게 메인 스토리 외적으로 즐길 거리 역시 충실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보물 상자일 겁니다. 외진 곳에 숨겨진 것부터 퍼즐을 풀어야 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보물 상자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해서 탐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낚시, 제작, 요리와 같은 각종 요소 역시 확인할 수 있었죠.

이렇게 채집한 재료로는 물약을 만들어 체력을 회복하거나 장비를 제작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데, 쓰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탐험이라는 콘텐츠가 그저 월드를 돌아다니면서 퍼즐을 풀고 보물 상자를 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물약 등을 만들어 전투에서 쓰거나 채집한 재료로 장비를 만들고 강화하는 등 탐험과 채집, 성장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모습이죠.


한편, 이번 CBT에서는 일부 캐릭터가 전용 필드 스킬을 지닌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다방면에 걸쳐서 탐험에 쓰일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원작의 슬레이더가 지닌 마력 '위압'의 경우 일종의 은신기로 바뀌어서 스태미나가 소비될 때까지 적에게 들키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제리코의 경우 마찬가지로 스태미나가 지속적으로 소비되지만, 필드 스킬을 쓰는 동안 냉기를 뿜어 수면을 얼려 걸어서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식입니다. 이번 CBT에서는 오픈월드를 탐험하면서 명확한 사용처를 찾을 순 없었지만, 추후 필드 스킬을 활용해 퍼즐을 푼다든가 지역을 좀 더 편하게 탐험할 수 있도록 보조하지 않을까 추정됐습니다.

전투의 핵심은 조합, 태그와 합기가 자아내는 앙상블

전투 시스템은 그간 공개된 게임 플레이 영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여타 오픈월드 액션 RPG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입니다. 원신과 명조 등을 해봤다면 게임을 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기본적인 시스템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형태죠.
물론 아예 같은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평타와 스킬, 회피, 필살기의 기본 구조가 같을 뿐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으니 말이죠.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각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2개의 스킬과 1개의 필살기를 지녔으며, 스킬은 쿨타임 외에는 어떠한 제약이 없는 반면, 태그와 필살기를 쓰기 위해선 별도의 태그 포인트와 필살기 게이지가 필요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태그 포인트와 필살기 게이지입니다.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역시 아무렇게나 짠 파티보다 서로의 시너지를 고려해서 짠 파티가 강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냥 파티를 짠다고 해서 시너지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태그와 필살기를 쓰기 위해선 태그 포인와 필살기 게이지가 필요한데 이걸 채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적을 공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차기 때문입니다. 굳이 더 설명할 것도 없죠.
즉,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전투는 한 명의 캐릭터로 스킬 등을 쓰면서 게이지를 채우다가 상황에 따라 태그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흘러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트리스탄과 티오레의 조합이 대표적입니다. 트리스탄의 화염 스킬은 화염 속성으로 속성치를 빠르게 올려서 버스트를 터트리는 게 핵심인데, 티오레의 스킬은 적의 화염 속성 방어력을 낮추는 만큼, 둘을 조합하면 빠르게 적에게 화염 속성을 누적시켜 버스트시킬 수 있습니다.

태그의 활용처는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일부 보스의 패턴을 끊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붉은 마신 보스전에서는 전투 중 보스가 파랗게 빛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 태그를 하면 보스의 패턴을 끊고 그로기 상태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시너지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공격을 파훼할 수도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태그를 해가면서 몰아붙이기보다 패턴을 파훼하기 위해 아끼는 게 답일 수도 있습니다.

합기는 파티 조합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합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트리스탄과 피오레처럼 인연이 있는 캐릭터로 파티를 꾸리면 필살기를 쓸 때 두 캐릭터가 필살기를 합동으로 쓰는 그런 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각 캐릭터가 필살기를 쓰는데 필요한 게이지가 필요하기에 필살기 게이지를 많이 모아둬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러한 단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필살기 연출이 바뀌고 합기만의 특별한 효과가 부여되기에 단순히 2명 분 필살기를 날리는 것 이상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합기지만,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어떤 캐릭터와 합기를 쓸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트리스탄과 피오레, 다이엔과 킹, 멀린과 에스카노르 등 원작에 대해 알고 있다면 대략적으로 예상되는 조합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유추하는 걸 제외하면 인게임 내에서 이에 대해 어떤 설명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합기를 쓸 수 있는 게 뻔한 캐릭터를 제외하면 일일이 캐릭터를 조합해 가며 찾을 수밖에 없었죠.
아직 CBT라는 점과 내년 출시까지 시간이 제법 남은 만큼, 편의성과 관련된 요소를 보완하고 개선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걸 고려해도 못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차별화 포인트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임에도 제대로 알기 어려웠으니까요.

2026년 1월 28일 정식 출시, 마지막 담금질이 필요하다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2026년 1월 28일 정식 출시 예정입니다. 이제 출시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으로 이번 CBT와 다가올 지스타에서의 시연을 끝으로 최종 담금질에 들어갈 것이란걸 예측할 수 있습니다. 즉, 무엇보다도 이번 CBT에서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다행스럽게도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게임의 전반적인 콘텐츠부터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딱히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이었죠.
다만, 그게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편의성과 관련해서 아직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 역시 더러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일부 번거롭게 느껴지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앞서 언급한 합기처럼 유저들이 확실히 알아야 하는 부분인데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보스전에서 일부 패턴의 경우 왜 이렇게 설계했나 싶을 정도인 부분도 있을 정도였죠.


이렇게 보니 불만이 많아 보이지만, 다행스러운 건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예시로 든 보스 패턴의 경우 독장판이나 광역기 패턴의 범위를 줄임으로써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노려서 공격하는 콘셉트는 유지한 체 불쾌함을 느끼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으며,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속성 게이지를 채우는 부분 역시 좀 더 빠르게 게이지가 차도록 바꾸면 될 뿐입니다. 딱히 복잡하지도 않고 시간도 충분하죠.
아주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하고 본다면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여러모로 저력을 갖춘 그런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서 원작을 안다면 원작을 아는대로, 원작을 기반으로 하지만 독립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데에서 원작을 모르면 모르는대로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인 동시에 오픈월드 액션 RPG로서의 재미 역시 충실히 갖췄으니 말이죠.
3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모습을 드러낸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CBT는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습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개발에만 집중한 결과물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죠. 이제 정식 출시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앞둔 상황입니다. 이번 CBT에서의 피드백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담금질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