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신작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게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게임 엔진을 바꾸는 큰일이 있었으니까요. 개발사 스포츠 인터렉티브(Sports Interactive)는 FM25부터 새로운 엔진인 유니티(Unity) 엔진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엔진을 바꾸면서 기존 시리즈만큼 완벽한 완성도를 바로 만들지 못했고, 결국 개발사는 완성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1년의 시간을 더 갖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2년의 공백 끝에 FM26이 한국시간 11월 5일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핵심 변화는 유니티 엔진으로 바뀐 그래픽과 선수들의 움직임입니다. 이 외에도 공격과 수비 포메이션을 따로 짜는 전술 업데이트, 새롭게 바뀐 UI, 역할 시스템 개편 등 다양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개발사 스포츠 인터렉티브는 팬들이 기다려준 2년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FM26을 통해 제대로 보답했을까요?

게임명: FM26
장르명: 스포츠 시뮬레이션
출시일: 2025.11.05.
리뷰판: 얼리억세스개발사: 스포츠 인터렉티브
서비스: 세가 퍼블리싱코리아
플랫폼: PC
플레이: PC
불편하고 낯선 UI...업데이트를 통한 개선 '약속' 일단 헷갈리지 않는 것이 '숙제'
UI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풋볼 매니저 시리즈의 플레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실제 축구 경기를 보면서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것, 그리고 승리를 위해 경기를 준비하는 것. 사실 경기를 '보는' 동안 감독이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진짜 일은 경기 전에 시작되죠. 그래서 FM 유저들은 대부분 경기 전에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입니다.
선수 상태 확인과 면담, 전술 수립, 훈련 계획, 차기 시즌 구상, 시설 관리, 재정 관리, 스태프 관리... 정말 많은 정보를 쉴 새 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FM에서 UI는 게임의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에서 UI가 완전히 개편됐습니다. 기존의 익숙한 좌우 메뉴 대신 화면 상단에 가로로 정렬된 메뉴가 생겼고, 북마크 기능이 추가됐으며, 단축키도 전부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이 배열이 기존 팬들에게는 너무 낯설다는 겁니다. 한 화면에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어디서 무엇을 봐야 할지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직관적이지도 않습니다. ‘이걸 누르면 이렇게 되겠지?’ 생각하고 눌러도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치 FM을 해보지 않은 디자이너가 UI를 만든 느낌입니다. 당연히 얼리 액세스 초반, UI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신규 유저라면 모르겠지만 FM 팬들 입장에서 새로운 UI에 대한 평가는 역시 박합니다. 전작에서 잘 쓰던 기능들이 엉뚱한 곳에 있거나 아예 없어진 경우가 많았거든요. '개발 전에 히트맵을 충분히 고려하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개발사가 UI 개선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베타 첫 주에만 핫픽스가 다섯 번이나 이뤄졌고, 업데이트 내용도 빼곡했습니다. UI는 분명 개선의 여지가 많으며, 정식 발매 이후에도 계속 좋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축'에 가까워진 선수 모션과 디테일유니티 엔진, '보는 맛'을 선물하다
그래픽은 확실히 개선되었습니다. UI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도 인게임 화면을 보고 있으면 스르르 화가 풀립니다. 선수들의 동작이나 움직임이 훨씬 다양하고 부드러워졌습니다. 사이드라인에서 크로스를 막으러 달려가는 선수가 핸들링 파울을 피하기 위해 손을 등 뒤로 숨기는 디테일, 환상적인 트래핑 후 골대 구석으로 감아 차는 골 장면을 보고 있으면 FM 할 맛이 제대로 납니다.
물론 최신 AAA급 게임들과 비교하면 '이 정도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FM 유저들은 선수들이 '콩알'이나 '바둑알'로 보이던 시절에도 그걸 '재밌다'고 느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실축에 훨씬 가까워진 그래픽은, 원래도 맛있게 먹던 음식에 천연 MSG '연두'가 추가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개선된 경기장 연출도 눈에 띕니다. 경기 시작 전 선수 입장 장면, 드론 카메라로 비추는 경기장, 중요한 경기에서 깔리는 BGM은 현장감을 확실히 일깨워 줍니다. 물론 익숙해지면 스킵하겠지만, 개발사가 1년 동안 노력한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관중 디테일입니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경기장 연출에 집중한 나머지, 관중 표현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성의 없게 느껴졌습니다. 이전 작에선 홈/원정 관중 수나 유니폼 색깔이라도 구분되었는데, 이번 작에선 그런 디테일이 사라졌습니다. '그게 뭐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관중이야말로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힘든 경기에서 극장 골을 넣고 원정석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에게서 느껴지는 도파민을 이번 작에선 느끼기 어렵다는 게 못내 아쉽습니다.
공격과 수비가 분리된 진영, 전술 디테일을 올리다세부 포지션의 감소는 아쉬워
FM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는 내가 만든 전술이 구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매 시리즈마다 매치 엔진이 변하기에, 유저들은 새 전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중요하게 살핍니다.
이번 작에서는 유저들이 오랫동안 기다린 업데이트가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공격과 수비 시 진영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 축구에선 흔한 일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동안은 구현되지 않았던 해묵은 과제였습니다. 엔진이 바뀌면서 드디어 구현된 듯합니다. 덕분에 지네딘 지단 감독의 '수비 시 4-4-2, 공격 시 4-3-1-2' 같은 실축 전술을 드디어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팀 지침에서 실제 인게임을 미리 볼 수 있는 기능도 좋습니다. 기존에는 인게임에서만 확인해야 했던 선수들 위치를 미리 보면서 전술 디테일을 미리 챙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빌드업이나 하프스페이스 활용도가 한결 깔끔해진 느낌입니다.
하지만 혁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포지션 역할이 대폭 축소된 점은 뼈아픕니다. 이전에는 '수비', '지원', '공격'으로 세분화되었던 역할들이 지금은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선 '불필요한 세분화'라 판단했을지 모르지만, 그 디테일을 파고들던 유저 입장에서는 잘 쓰던 장난감을 빼앗긴 기분이라 아쉬움이 큽니다.

바뀐 엔진으로 쾌적해진 로딩산적한 버그는 해결 과제
시스템 측면에서는 로딩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습니다. 유니티 엔진 최적화 덕분에 경기 시뮬레이션이 부드러워졌고, 세이브, 로드, 경기 진행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전과 비교해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북마크와 선수 위상 시스템도 편의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반면 버그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게임 시간으로 1주일마다 '강제 세이브'는 생존을 위한 필수 습관이 될 정도입니다. 갑작스러운 크래시 오류로 게임이 멈추거나, 홈팀과 원정팀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심지어 전술 화면에서 선수들이 통째로 증발하기도 합니다.

엔진을 바꾸면서 오류가 생길 수는 있지만, 유저의 경험을 망치는 오류는 어떤 이유로도 유쾌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스포츠 인터렉티브가 매일같이 핫픽스를 내놓는 만큼, 정식 발매 이후 꾸준히 안정화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삭제된 기능'들도 빨리 복구됐으면 합니다. 선발 명단 저장, 실시간 분석창, 패스맵, 하이퍼링크, 2군 일괄 설정 같은 편의 기능들은 많은 유저들이 이전 작에서 잘 쓰던 기능들입니다. 원래 있던 기능인만큼 복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2년의 기다림,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숙제'우리에게는 더 많은 '패치'가 필요하다
제 FM26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일단 유니티 엔진으로 개선된 그래픽과 선수들의 부드러운 모션은 보는 맛을 잘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공수 분리 시스템이 가져온 전술적 깊이와 자유도가 FM 본연의 '악마적인 재미'를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전술을 짜고, 경기를 지켜보고, 시즌을 완주하는 FM의 근본적인 매력은 변함 없습니다. 2년을 기다린 보람이 느껴진 순간입니다.
그러나 얼리 액세스 버전까지는 '미완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습니다. 혹평을 받은 UI는 적응하는 데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게임의 몰입을 깨뜨리는 버그들은 2년의 공백에 물음표를 남깁니다. 역할 시스템 축소와 삭제된 편의 기능들 역시 유저들이 감당해야 할 씁쓸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다행인 점은 개발사가 이 문제들을 매우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베타 기간 내내 하루가 멀다고 쏟아진 핫픽스는 FM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2년의 기다림은 분명 절반의 가치는 증명했지만, 나머지 절반의 완성도를 채우는 것은 정식 출시 이후 계속될 개발사의 '패치'에 달려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