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 2025년은 뭐가 올랐는지 보다, 얼마나 올랐는지가 더 궁금한 세상이다. 세대마다 여유 자금의 규모도, 지극히 관심을 갖는 종목도 다를 수밖에 없지만 남녀노소 만국 공통으로 언급되는 것들 중 '금'보다 상징적인 게 있을까.

▲ 얼마 전 추석, 작은아버지는 금 얘기 밖에 안 했다

올해만 국제 금 가격은 56%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최근엔 여러 글로벌 이슈 때문에 소폭 하락하기도 했지만 올라간 수치를 생각했을 때, 그리고 흐름상 계속해서 상승될 전망이다.

금은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어 비교할 만한 부분이 아니기도 하지만, 실제로 금 가격의 2배 이상 급증한 컴퓨터 관련 부품이 있어서 이슈다.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아니라, 진짜 그냥 반도체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부품, 메모리(램)와 SSD에 들어가는 DRAM(동적 랜덤 접근 메모리, 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이 그 주인공이다.

PC 부품의 가격은 항상 오르내린다. 원인은 다양한데, 차세대 제품을 공개하고 이전 제품의 생산량을 줄이는 그 과도기라던가 전세계적으로 해당 부품을 필요로 해서 수요가 급증한다거나. PC 부품 가격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며, 작년에 산 부품이 오늘 더 비쌀 수도 있고 어쨌건 이런 일은 그렇게 드문 건 아니라는 얘기다.

▲ 16GB 듀얼채널로 32GB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메모리에만 30만 원 이상을 써야 한다

근데 이번 가격 상승의 원인과 오름폭이 심상치 않다. 원인은 AI 업계의 과도한 수요, 즉 글로벌 이슈다. 그리고 이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라던가 차세대 제품 출시로 인한 과도기라던가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그러니까 일시적인 것 같지 않다.

오름폭도 가관이다. 해외 외신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DRAM 계약 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171.8% 상승했다고 한다. 반도체 관련 기업에서는 입을 모아 2026년에는 심각한 DRAM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고 있다.

드럼도 아니고 DRAM이 우리 실생활에 뭐 얼마나 피해가 갈까 싶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 소비자 PC에서도 필요로 하는 메모리와 SSD에 DRAM이 탑재되며, 이는 그래픽카드라고 하면 전부 쓸어갔던 2021년과 2022년의 그래픽카드 대란을 떠오르게 한다. 일반 소비자가 그래픽카드를 웃돈에, 아니 웃돈에 구하기도 정말 힘들었던 그 암흑기를 말이다.

게이머 PC의 유행과도 묘하게 맞물려버렸다. 작년 말 혹은 올해 초부터 "게임은 16GB!"가 옛말이 되어 8GB 듀얼채널로 구성하던 대부분의 PC는 16GB 듀얼채널의 32GB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지금 당장에도 배그 PC 이후 정말 오랜만에 '아이온 2 PC'가 급속도로 인기 검색어로 떠오르며 많은 게이머들이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고 있다. 내년 또한 고사양을 요구하는 다양한 게임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GTA 6.

▲ 요즘 인벤에도 아이온2 PC 문의 견적이 많다

▲ "내년 GTA6 나올 쯤에 컴퓨터 바꿔야지~" 생각했다면 약간 서둘러야 할 수도?

근데 메모리의 가격이 선을 넘었다. 9월엔 7만 원 정도 하던 16GB 시금치 램이 오늘 보니 17만 원이 넘어가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튜닝램의 경우 15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DRAM이 탑재된 SSD 가격 또한 소폭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너무 길지만 DRAM이 포함된 SSD는 중상급 이상의 성능을 지원하는 제품이라 생각하면 좋은데, 한마디로 성능 좋은 SSD의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DRAM 부족 현상이 최소 4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카드 대란의 1년 반 정도도 너무 길었는데. 언제나 "필요할 때 사는 게 가장 좋다"라고 얘기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은 사지 말아야 할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그리고 얼마나 얼어붙어 있을지 감히 예상조차 안 돼서 이번엔 말을 아끼게 된다.

▲ 비싸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캡처했는데 시금치 2개와 가격 차이가 크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