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많은 개발사가 익스트랙션을 미래 먹거리 장르로 주목하고 있으며, 아크 레이더스 역시 그중 하나다. 출시 직전 미디어 프리뷰를 통해 확인한 이 게임의 명확한 차별점 또한 '품질'이었고, 이러한 특징은 출시 이후까지 이어졌다.

장르명: 익스트랙션 슈터
출시일: 2025.10.30.
리뷰판: 프리뷰 빌드개발사: Embark Studios
서비스: Embark Studios
플랫폼: PC, PS5, XBOX
플레이: PC
탄탄한 기초가 만든 높은 완성도미세한 디테일이 모여 전달하는 '어딘가 고급스런 느낌'

아크 레이더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퀄리티가 뛰어난 제품'이다. 게임 실행부터 본격 플레이까지 느껴지는 '안정성'이 첫인상을 좌우한다. 최근 출시된 온라인 게임들과 비교해도 월등하며, 여타 콘솔 게임과 견줘도 높은 최적화를 자랑한다. 체험에 사용한 PC(RTX 3080) 기준으로 로비까지의 로딩 시간, 게임 진입 후 프레임레이트 등에서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DICE 출신 개발자들의 노하우는 캐릭터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빛을 발한다. 걷기와 달리기 애니메이션, 방향 전환 시 무게 중심 이동, 전투 중 슬라이딩과 구르기까지 모든 동작이 부드럽고 묵직하다. 이런 디테일은 캐릭터뿐 아니라 총기와 NPC 적인 '아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유탄발사기 '헐크래커'를 자세히 보면 발사할 때마다 장전된 유탄 수가 줄어드는 게 보이고, 재장전 시 하나씩 탄창에 채워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3인칭 게임은 재장전 모션에 큰 공을 들이는 경우가 드문데도 아크 레이더스는 이런 디테일로 전반적인 품질을 끌어올렸다. '콜 오브 듀티' 같은 글로벌 슈터 시장에서 플레이어들의 재장전 모션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생각하면 의미 있는 선택이다.
앰비언스 사운드도 인상적이다. 등에 멘 총기가 덜그럭거리는 소리, 발걸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아크의 기계음까지 거의 모든 사운드가 몰입감을 높인다. 멋진 풍경과 효과음이 게임플레이를 해치지 않으면서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게임에서 종종 비주얼과 시인성이 충돌하곤 하는데, 아크 레이더스는 이 균형을 잘 유지했다.
거창하게 적었지만 사실 기본적인 요소들이다. 하지만 기초가 탄탄하지 않다면 '품질'을 강조할 수 없다. 엠바크 스튜디오가 '기본으로 돌아가려' 노력한 결과, 거의 모든 플레이에서 완성도가 느껴지는 게임이 탄생했다.
익스트랙션은 진입 장벽이 높다?생각보다 높은 접근성, 확실한 전투의 손맛까지 잡았다

익스트랙션 슈터는 어렵고 무섭다는 통념과 달리, 아크 레이더스의 접근성은 꽤 높다. 인벤토리 슬롯이 작아 한 세션에 오래 머물기 어렵고, 빠르게 동선을 짜고 가방을 채워 기지로 돌아오는 구조다.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피지컬이 좋을 필요도 없다. 황무지가 연쇄살인마들로만 가득하지 않다는 의미다.
거센 교전 지역을 피해 파밍 후 탈출하거나, 장비가 갖춰지면 용기를 내볼 수도 있다. 제한된 인벤토리가 오히려 선택권을 준다. 가득 찬 가방으로 탈출할지, 더 좋은 전리품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지 결정할 수 있다.
특히 '무료 로드아웃'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장비가 아닌 기본 무기를 무작위로 받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전투력은 낮고 인벤토리는 더 작지만, 쿨타임 없이 안전하게 전리품을 모을 수 있어 입문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전투는 선택사항이지만 그 손맛은 확실하다. 아크와의 PvE와 PvP 모두 고유의 긴장감을 지니며, 플레이 내내 전투 여부를 선택하는 순간이 많다.

아크는 종류별로 위험도가 다르지만 대부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가벼운 탄약만 있다면 도망치는 게 상책이며, 크기가 커질수록 방어력과 체력이 곱절로 늘어난다. 가장 흔한 '호넷'이나 '와스프'도 솔로일 땐 위협적이고, 로켓티어나 봄바디어는 어지간한 장비 없이는 대응이 힘들다. 실제로 둘이서 총알을 다 써도 로켓티어 하나 못 잡는 경우가 많았다. 더 큰 아크는 협동이 필수다.
아크들은 강력하지만 필드를 압도할 만큼 많지는 않다. 이들을 피해 전리품을 얻는 과정에 긴장감을 더하는 역할이며, 여기에 적대 플레이어가 더해지면서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전투가 완성된다.
초반 무기는 각자 결점을 가져 전체 TTK가 긴 편이다. 한 발씩만 장전되는 강력한 저격총, 두 발씩 장전해야 하는 소총, 아크에 무용지물인 기관단총 등 하나의 무기로 모든 적을 상대하기 어렵다.
목표가 PvE인지 PvP인지에 따라 무장이 달라진다. 경량 탄약 무기는 레이더 상대에 특화되고, 중량 탄환은 아크의 장갑을 뚫는 데 효과적이다. 무기별 고유 효과도 중요하다. 유탄발사기 '헐크래커'는 아크에게만 폭발하고 사람에게는 고무탄처럼 작동한다.
아크 레이더스의 전투는 단순할 때도 있지만 은근 전략적이다. 떠다니는 아크를 적에게 돌려 빈틈을 만들거나, 아크와 싸우는 적을 어부지리로 습격할 수 있다. 물론 역으로 당할 수도 있어 긴장감이 유지된다.
상대에게 '쏘지 마!'라고 외치는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누가 적인지 모르는 황무지에서 먼저 다가가는 건 위험하지만, 이 게임은 배틀로얄이 아니다. 친절한 스쿼드를 만나면 함께 아크를 처치하고 전리품을 나눠 귀환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익스트랙션 장르 특유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인류의 보루 스페란자에서 활동하는 레이더로, 자신의 아지트에서 대부분의 장비와 물자를 생산한다. 동료 꼬꼬가 모아준 재료와 필드에서 가져온 재료로 작업대를 업그레이드하며, 더 높은 티어 장비를 제작하는 게 핵심이다.
맵의 구역들은 육성 단계에 맞춰 세분화되어 있다. '산업 단지', '의료 단지' 등에서 필요한 재료를 얻을 수 있고, 상인들의 퀘스트로 특정 구역을 탐험하기도 한다. 재료 아이템도 등급이 있어 높은 등급을 분해하면 하위 재료를 얻을 수 있다. 인벤토리 압박이 심하면 현장에서 재료를 최적화하는 전략도 유용하다.
레벨업으로 얻는 스킬 포인트는 세 갈래 스킬 트리에 투자할 수 있다. 조용히 상자를 열거나 전리품을 빠르게 찾는 등 플레이스타일에 맞춘 특화가 가능하다.
'증강물' 시스템도 흥미롭다. 장착한 증강물에 따라 인벤토리 구조가 바뀐다. 큰 실드 장착, 많은 전리품 소지, 회복 약품 전용 슬롯 추가 등으로 스쿼드 내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다.
품질로 승부하는 익스트랙션 슈터아크 레이더스가 한 발짝 앞당긴 '익스트랙션의 대중화'

아크 레이더스의 첫인상은 명확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높은 완성도의 익스트랙션 슈터다.
3인칭 시점, 꼬꼬, 쿨타임 없는 무료 로드아웃 등 편의 기능은 가장 큰 차별점이다. 타의로 시즌 아웃되지 않는 구조로 자신의 페이스대로 즐길 수 있다. 이는 게임을 적당히 라이트하게 만들면서 진입 장벽을 낮춘다.
반면 지상의 레이더들과 상위 아크들은 과도하게 라이트해지는 걸 방지하고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리퍼, 로켓티어 같은 강력한 아크는 상당한 무장이 필요하고, 일반 아크도 무료 로드아웃으론 부담스럽다. 아크와 교전하며 드러난 유저를 노리는 레이더들도 있어 가볍게 시작해도 플레이는 진중해지는 절묘한 밸런스를 보인다.

최근 출시작 중 손꼽히는 품질도 특기할 만하다. 애니메이션, 사운드, 그래픽, 최적화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현실적인 사운드는 레이더로서의 몰입을 높이고, 뛰어난 최적화는 더 많은 유저의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장르 특유의 진입 장벽은 어쩔 수 없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심지어 정식 출시 전, 테스트 기간에 공짜로 얻은 에픽 무기조차도 죽어서 잃어버리니 마음이 허전했다. 이런 허전함에 무뎌딜 때 쯤 익스트랙션 장르의 참맛을 알 수 있을테지만, 여전히 초심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치장 시스템이 다소 간소화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통일된 의상만 입을 수 있는데, 몇 가지 바리에이션을 줄 수는 있지만 충분히 개성을 나타내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전작인 '더 파이널스'처럼 부위별로 세부 의상을 입을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찾아오기를.
출시 초기지만 '고품질'과 '접근성'으로 탈출 슈터 장르 내에서 제 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보인다. 과거에 공개된 초 거대 아크들, 신규 맵 등 기대거리가 남아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