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소규모 개발사 저스트투디(Just2D)가 개발한 '드로바 - 포세이큰 킨 (Drova - Forsaken Kin)'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고딕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이 픽셀 아트 오픈월드 RPG는 켈트 신화를 배경으로 하며, 2024년 10월 15일 스팀에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2025년 11월, 스토브(STOVE)를 통해 이 게임의 완벽한 한글화 작업이 완료됐다.
언어의 장벽이 걷힌 지금, 이 작품이 왜 해외 게이머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는지 직접 확인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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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명: 드로바 - 포세이큰 킨 (Drova - Forsaken Kin)
창작자 : Just2D
배급사 : Deck13
플랫폼 : PC(스토브, 스팀)
키워드 : #스토브한글화 #픽셀그래픽 #탐험 #어두운
장르 : 액션, RPG, 오픈월드
고퀄리티 도트 그래픽이 돋보이는 세계
드로바의 첫인상은 도트를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감탄이 나올만하다. 도트 그래픽 특유의 절제된 표현 속에서도 놀라울 만큼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 숨 쉰다. 캐릭터가 피를 토하는 장면,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는 모습, 숲 속을 배회하는 괴생명체의 움직임까지, 모든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고 생생하다.
게임은 캐릭터 생성 화면에서부터 디테일에 대한 개발자의 철학을 보여준다. 얼굴 표정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 도트 그래픽임에도 헤어스타일, 수염 등 세밀한 부분까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시작 화면부터 이런 정성이 느껴진다면, 인게임 콘텐츠는 얼마나 광적인 수준으로 다듬어져 있을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배신과 선택의 복잡한 그물망
드로바의 오픈월드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NPC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지나가는 고양이, 개와도 모두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 모두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우호적일 수도 있고, 때로는 적대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광산에서 만난 광부와 협심해 못된 감독관을 때려눕힐 수도 있고, 협심하는 척하면서 감독관 편에 붙어 광부를 혼내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의 독특한 점은, 이런 배신이 플레이어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NPC들도 똑같이 플레이어를 속인다. '따라오면 좋은 아이템을 주겠다'며 유혹하더니 뒤통수를 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체감상 이 게임 속 세계 NPC의 절반 이상은 플레이어를 담궈버릴 궁리만 하고 있다. 하지만 배신과 이기심이 난무하는 이 모습이야말로, 오히려 현실에 가까운 세계관이 아닐까.






불친절함 속에 숨은 탐험의 즐거움
드로바는 불친절하다. 예를 들어 NPC를 찾아가는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면 '마을 남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라고 대화에서 한 번 언급한 뒤 그 이후로는 다시 말을 걸어도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다.
그 지도조차도 게임 속 세계의 사람이 직접 그린 것처럼 생겨서 가시성이 매우 떨어진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몰입감을 높인다. 마치 진짜 이세계에 떨어져서 생판 모르는 사람이 그린 지도를 받아 든 느낌이랄까. 불편하긴 하지만, 그 불편함이 탐험의 흥분으로 전환되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수수께끼나 보물찾기 요소도 존재하지만, 이 역시도 친절하게 안내하지 않는다. 플레이어 스스로 발견하고 추론해야 한다. 선형적 구조를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매우 불편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모험과 탐험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이러한 불친절함을 오히려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과할 정도로 친절한 요즘 게임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매콤한 맛이 있다.

하드코어한 전투, 생존을 위한 사투
초반 기준 난이도는 하드코어하다. 구역별로 정해진 레벨이 없기 때문에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고 죽어가면서 위험도를 파악해야 한다. 나보다 강력해 보이는 몬스터를 만났다? 과장 없이 서너 대 정도 맞으면 죽는다. 몬스터들은 갑자기 빠르게 돌진하거나 투사체를 던지는 등 다양한 공격 패턴을 구사하며, 컨트롤과 반응속도를 어느 정도 요구한다. 특히 일부 인간형 적의 무빙은 예사롭지 않다. 진짜 사람이 조종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 게임의 초반부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임을 상기시킨다. 강한 적을 만나더라도 일회용 마법 스크롤이나 투척물을 적절히 활용하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 인벤토리에 물품 개수나 무게 제한이 없다는 점은 소모품의 적극적 활용을 권장하는 설계다.




고난에서 찾은 진짜 재미
다시 말하지만 이 게임은 불편하다. 퀘스트는 불친절하고, 전투는 가혹하며, 지도는 모호하다. 스탯이나 스킬 하나를 올리는 것도 특정 NPC를 찾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그 불편함 때문에 재미있다. 내가 진짜 이세계에 떨어지면 벌어질 상황들을 그대로 게임에 구현해 놓은 모양새다.
'엘더 스크롤: 스카이림'에서 맛볼 수 있는 자유도 높은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그와 비슷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그 이상을 드로바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즐긴 게임들 중 가장 인상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깊이와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불친절하고, 가혹하며, 때로는 배신당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세계를 만들어낸다. 픽셀 아트 너머로 전해지는 생명력, 복잡하게 얽힌 인물 관계, 발견의 기쁨을 선사하는 탐험 요소, 그리고 생존을 위한 긴장감 넘치는 전투까지. 편의성과 친절함에 익숙한 현대 게이머에게는 다소 도전적일 수 있지만, 그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드로바는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