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e스포츠 생태계를 '부럽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이 가진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을 보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KeSPA 신혁수 팀장

KeSPA 신혁수 팀장은 특정 종목 편중에서 벗어난 '종목 다변화'를 한국 e스포츠 지속 성장의 핵심 키워드로 꼽으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왕자영요(HOK)' 등 새로운 종목의 국내 활성화를 추진하고 e스포츠 생태계의 자생력을 증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 팀장은 중국 베이징 텐센트 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KPL(왕자영요 프로리그) 결승전 참관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텐센트 측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은 왕자영요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시점과 맞물려 향후 협업 논의 및 HOK e스포츠 생태계 이해, 한국 적용 방안 모색을 위해 이뤄졌다.

신 팀장은 텐센트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여러 차례 소통했으며, 지난 2월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e스포츠 포럼에도 초청받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팀장은 중국 현지 e스포츠 생태계를 직접 본 소감에 대해 "솔직히 많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항저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제5인격 파이널을 보고 HOK 결승과 생태계 프레젠테이션을 접한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e스포츠가 엘리트 선수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이들의 영향력에 따라 종목 인기도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중국은 대학교 레벨, 여성 리그 등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한 에코 시스템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구성원들이 최상위 프로리그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것이 KPL 등이 10년간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e스포츠 종주국 격차…사우디보다 무서운 건 중국"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렸던 한국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격차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신 팀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는 "자본의 힘이 가장 크다"고 보면서도, "자본을 제외하면 생태계 구축 능력이나 문화 콘텐츠 역량은 아직 한국이 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사실 중국이 조금 더 무서운 상대"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지방 정부 차원에서 각기 다른 지원을 하고 있지만, 만약 중앙 정부의 힘까지 받게 되면 굉장히 무서운 강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뒤처지게 된 결정적 계기로 "글로벌 무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우리 IP(지식재산권) 종목의 개발과 프로모션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모바일 e스포츠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종목 다변화 필수"


신 팀장은 한국 e스포츠가 특정 종목에 편중된 현상을 짚으며, 모바일 e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바일 e스포츠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동남아, 아프리카, 미국 등에서도 PC보다 모바일 유저와 e스포츠 활성화 정도가 높아지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 종목 쏠림은 생태계 전반에 좋지 않다"며, "다양한 종목을 활성화하는 것은 협회의 책임과 의무"라고 밝혔다.

협회는 아시안게임을 1차적 계기로 삼아 HOK처럼 국내 인지도가 낮거나 유저 풀이 상대적으로 적은 종목들의 활성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팀장은 e스포츠 월드컵(EWC)이 국내 구단들의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팀들이 모바일 e스포츠의 글로벌 소구력을 목격하며 인식이 바뀌었고, EWC 참가를 포함한 다양한 활성화 전략이 생겼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과 관련해서도 국가대표 마케팅 협업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정부 지원 바라기 전, 산업계 자생력 증명 노력 선행돼야"

격차를 줄이기 위한 협회의 역할과 정부 지원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신 팀장은 "한국이 여전히 지속 성장에 필요한 좋은 사례를 많이 가지고 있다"며,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마케팅 사례, e스포츠 공정위원회 등 제도적 부분을 글로벌 포럼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대표라는 IP가 풀뿌리부터 이어지는 생태계 완성에 필수적"이라며, "대한체육회와 구축한 마케팅 모델로 협회의 자생력을 증명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회 경기력 외에도 은퇴 선수 진로 전환 교육, 선수 웰니스 지원 등 교육 및 연구 측면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 토토 등 정부 지원과 규제 해소에 대해서는 선수와 팀의 고질적인 수익성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 KPL 결승전 현장

다만 신 팀장은 "e스포츠 토토 역시 특정 종목이 아닌 다른 종목에서도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바라기 전에 산업계 스스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정 노력을 통해 "정부에서도 지원할 명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신 팀장은 이번 중국 출장을 통해 "HOK가 글로벌하게, 특히 아시아 지역 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한국에 강력히 얘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종목 다변화가 거스를 수 없는 키워드이자 한국 e스포츠의 지속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신혁수 팀장은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단순히 국가대표 파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회 예산이나 퍼블리셔 협업을 통해 HOK 아마추어 신을 만들고 선수 유입을 늘릴 전략을 구성해보고자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