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이블베인'은 지난 5일 넷마블 사옥에서 진행한 지스타 출품작 시연회에서 체험한 게임 중에서도 유독 이질적인 게임이었습니다.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과 몬길: 스타 다이브의 경우 이미 몇 차례 게임쇼 등을 통해 게임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한 바 있으며,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의 경우 '프로젝트 이블베인'과 마찬가지로 최초로 게임 시연을 하는 자리였지만, 그래도 어떤 장르일지, 어떤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일지 예측되는 면이 있었죠.
하지만 '프로젝트 이블베인'은 달랐습니다. PC/콘솔 기반의 협동 액션 게임. 국내에서는 거의 시도해 본 적 없는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에 더욱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넷마블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뭘지, 이런 시도를 한다는 건 그만한 자신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기대를 품고 체험한 '프로젝트 이블베인'이지만, 냉정하게 말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습니다. 이번이 첫 시연 공개라는 걸 고려해야겠지만, 협동 게임으로든 액션 게임으로든 기본적인 뼈대만 구축한 상태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시연회는 싱글 미션과 최대 4인이 한 팀을 이루는 협동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진행한 싱글 미션은 튜토리얼을 겸하는 미션으로 조작 체계를 익히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조작 체계가 복잡한 것 아닌지 우려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인 조작 체계는 여타 액션 어드벤처, 액션 RPG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키보드를 기준으로 WASD로 캐릭터를 조작하고 스페이스로 점프하며, 그 외 회피키로 적의 공격을 피하고, 한손검과 방패를 쓸 경우에는 가드키로 적의 공격을 막는 것도 가능했죠. 또한, 마우스 좌클릭으로는 근거리 공격을, 우클릭으로는 원거리 공격을 하며, 스킬 쿨타임이 돌아오면 숫자 단축키를 써서 스킬을 쓰는 전형적인 형태였습니다.
보통 근거리 무기와 원거리 무기를 병행하는 게임의 경우 밸런스가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지만, '프로젝트 이블베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적들이 좀 쉬운 편이었던 것도 있겠지만, 그걸 고려해도 각각의 사용처가 명확한 느낌이었죠. 적과 제법 떨어진 상황에서는 원거리 무기로, 충분히 가까워지면 근거리 무기로 바꿔 드는 식이었습니다. 바꿔 든다고 하니 다소 번거롭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마우스 좌클릭, 우클릭을 누르면 알아서 무기를 바꿔 드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즉각적으로 근거리 무기와 원거리 무기를 바꿔 들면서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죠.

근거리 무기가 존재하는 만큼, 원거리 무기는 무조건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나 써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활부터 자동소총 감각의 석궁, 샷건 감각의 확산궁 등으로 저마다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확산궁의 경우 샷건 느낌이라고 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된 데미지를 줄 수 없는 만큼, 근거리 무기처럼 써야 했을 정도입니다.
원거리 무기의 쓰임새는 또 있습니다. 바로 약점 공략입니다. 강적이나 보스를 공격하다 보면 갑옷이 벗겨진다든가 해서 약점이 드러나거나 상처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머리나 상처 등의 약점을 공격하면 큰 데미지를 입히는 게 가능합니다. 근거리 무기와는 차별화된 원거리 무기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고 샷건 등의 원거리 무기가 근거리 무기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현실적인 건 차치하더라도 일단 기본적으로 근거리 무기가 좀 더 강한 편이기 때문인데요. 한 방 한 방이 강력할뿐더러 잡몹은 때릴 때마다 경직이 발생하는 만큼, 적이 코앞인 상황이라면 여러모로 근거리 무기를 쓰는 게 나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킬은 근거리 무기 스킬 1개, 원거리 무기 스킬 1개, 그리고 일종의 궁극기인 헤븐스톤 스킬 2개 총 4개가 존재했으며, 미션을 시작하기 전 로비에서 원하는 스킬로 자유롭게 조합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특이한 점으로는 마나 등 별도의 자원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덕분에 언제든 원할 때 스킬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남발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인지 쿨타임이 제법 긴 편이었기에 적들이 몰려온다든가 보스의 빈틈을 노려서 극딜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등 상황을 고려해야 했죠.

이처럼 무난한 콘셉트의 전투를 보여준 '프로젝트 이블베인'이지만, 아직 더 많이 다듬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일단 가장 문제인 건 전투 자체가 너무 가볍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으로 물풍선으로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묵직하고 화려한 모션에도 불구하고 타격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은 면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화려한 이펙트가 마냥 장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소 과할 정도로 화려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죠.
이는 스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강력한 만큼 화려한 게 많았기에 눈이 피곤할 정도였죠. 여기에 모션 자체가 너무 길다는 점 역시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근거리 무기 스킬의 경우 검을 바닥에 꽂아서 다단히트로 충격파를 날리는 스킬이 있었는데 스킬을 발동하고 끝내기까지 몇 초 동안 움직일 수 없었으며, 원거리 스킬 역시 와이어를 이용해 점프한 후 폭탄을 던지는 게 있었는데 이 역시 대체로 긴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프로젝트 이블베인'이 추구하는 전투의 콘셉트라면 할 말은 없겠지만,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스킬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정도였다면, QTE는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원거리 무기를 재장전할 때 QTE로 더 빠르게 재장전할 수 있도록 한 건 나름 괜찮은 시도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적이 전멸기 등 특정 패턴을 쓰려고 할 때 약점을 공략한다든가 그로기 상태라면 스킬을 쏟아부어서 극딜을 한다든가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전부 QTE로 때우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싱글 미션을 끝마친 후에는 4인 협동 미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협동 미션을 하기 전 먼저 로비에서 캐릭터와 무기, 스킬을 자유롭게 세팅할 수 있었는데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의 경우 외형을 제외한 차이가 거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캐릭터마다 쓸 수 있는 무기가 다른 것도 아니고 스킬 역시 무기에 달린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본격적인 차별화는 무기와 스킬 구성에 따라 갈렸습니다. 시연 빌드에서는 대검 2개와 한손검과 방패 2개 총 4개의 근거리 무기와 활, 석궁, 확산궁 등 4개의 원거리 무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는데 무기마다 다른 액티브 스킬이 달린 형태였기에 똑같은 대검이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휠윈드 스킬이 달린 대검은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 특화됐다면 돌진기가 달린 대검은 강적이나 보스를 상대하는 데 좀 더 특화된 느낌이었죠.
헤븐스톤 스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격/버프/회복/소환 등으로 구분됐는데 하나같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해서 잘만 쓰면 판세를 뒤집는 것도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시연회 현장에서는 서로 어떤 헤븐스톤 스킬을 들고 갈지 정하지 못했기에 4명 모두 공격 스킬과 소환 스킬을 가져가서 시너지 효과를 보기 어려웠지만, 서로 정할 수 있었다면 저마다 다른 헤븐스톤 스킬을 들고 감으로써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본격적인 협동 미션 자체는 딱히 싱글 미션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저 4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돌아다니면서 목표가 된 건물을 부수고 보스를 처치하는 단순한 구성이었죠. 서로가 합을 맞춰서 누군가는 보스의 어그로를 끌고, 다른 플레이어는 보스를 극딜한다거나 보스가 특수 패턴을 쓰면 약점을 공격해서 패턴을 끊는 등의 플레이를 기대했기에 이 부분에서는 다소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시연회라는 플레이 환경이 지닌 특색 역시 어느 정도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긴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헤븐스톤 스킬도 여러 개를 조합하는 게 아니라 서로 그냥 마음에 드는 걸 가져가다 보니 죄다 겹치기만 하는 것투성이었고 보스가 어떤 패턴을 쓰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가 역할을 분담해서 다양한 패턴을 지닌 보스를 공략하는 건 여러모로 진입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혼자서 적들을 학살하는 것에서 그저 4인이 학살하는 것으로 규모만 좀 더 커졌을 뿐인 협동 미션의 경우 못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리하자면 '프로젝트 이블베인'은 이번 시연회를 통해 딱 맛만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그래픽 퀄리티, 그리고 비주얼적인 요소와 더불어 근거리 무기와 원거리 무기를 병행하면서 펼치는 액션 요소, 그리고 몰려오는 적들을 4명이서 협력해 썰어버리는 그런 게임이라는 맛을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프로젝트 이블베인'은 아직 한참 더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대대적인 데뷔를 알린 '프로젝트 이블베인'이 과연 협동 액션 장르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