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폭의 대표작 인투 더 데드 시리즈는 모바일 게임의 태동기와 함께 성장한 작품이다. 당시 러닝 게임이 유행하던 모바일 시장에서 1인칭 좀비 서바이벌 요소를 접목시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좀비를 피해 달아난다는 명확한 서사와 직관적인 조작,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완성도 높은 연출로 탄탄한 팬층을 형성했다. 그 인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2017년 출시된 '인투 더 데드2' 역시 지난해까지 외전 스토리 업데이트를 이어갈 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렇기에 픽폭이 신작을 공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1인칭 좀비 서바이벌 러너'의 계보를 잇는 작품을 떠올렸다. 설령 러닝 게임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1인칭 시점의 서바이벌 게임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픽폭은 예상 밖의 선택을 내놨다. 새롭게 공개된 '인투 더 데드: 아워 다키스트 데이즈'는 횡스크롤 서바이벌 어드벤처로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택했다. 픽폭이 1편 출시로부터 무려 13년 만에 익숙한 방식 대신 새로운 시도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 픽폭 던컨 위더스(Duncan Withers) 아트 매니저
Q. 내 기억 속 인투 더 데드는 모바일 1인칭 서바이벌 러닝 게임이어서 '인투 더 데드: 아워 다키스트 데이즈'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기존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게임인데 이렇게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장르 전환 과정에서 팀 내부의 반응은 없었는지도 궁금하다.
“ 우리는 인투 더 데드의 세계가 충분히 넓고 흥미로워서 여러 형태의 게임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한 번 제대로 탐색해 보기로 했다. 팀 전체가 이 탐색 단계에 참여했다. 리더 그룹 몇 명이 몇 달 동안 IP를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는 여러 아이디어를 내봤는데, 텍스트 기반 인생 시뮬레이터부터 탑다운 슈팅까지 정말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횡스크롤 생존 시뮬레이터가 이번 타이틀에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해 '인투 더 데드: 아워 다키스트 데이즈'를 개발하게 됐다.
Q. 1인칭에서 3인칭 횡스크롤이라는 시점의 변화부터 게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IP는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개발에 어려움은 없었나?
“ 그 변화 자체로 인해 특별히 어려움이 생기진 않았다. 다만 IP를 좀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했다. 예를 들어 기존 1인칭 게임에서는 총이 핵심 요소였는데, 이번에는 총기의 비중을 줄이고 잠입 중심의 긴장감 있는 플레이를 만들고자 했다. 그 전환에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Q. 앞선 질문에서 이어지는데 인투 더 데드라는 IP를 쓴 이유가 궁금하다. 아, 오해는 말길 바란다. 정말 좋은 IP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다만 서바이벌 러닝 게임인 기존 시리즈와 비교해서 이례적이라고 해야 할까. 전혀 다른 게임처럼 느껴진다.
“ 우리 픽폭은 인투 더 데드라는 IP의 잠재력을 믿었다. 단순한 러너 시리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를 다양한 프로젝트로 확장해 나가고 싶었다. 인투 더 데드의 핵심은 언제나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였다. 그런 시점은 어떤 장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이런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에서는 시간대와 배경 역시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면 아마 어지간하면 총이 나오진 않을 거다. 게임의 배경을 1980년대 텍사스, 그것도 무더운 여름을 배경으로 한 이유가 있을까.
“ 우리는 약 10년 전쯤 인투 더 데드 세계관을 만들 때부터 시간과 장소를 설정해 두었다. 이전 게임들이 시골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도시 환경을 탐구해 보고 싶었다. 텍사스의 폭염은 실제 역사적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좀비 사태 이전부터 이미 '적대적인 환경'을 만들어 두기 위함이었다. 왈튼 시티(Walton City)는 폭염과 정치 시위, 경제적 압박으로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고, 여기에 좀비 사태가 불을 붙이는 성냥이 되게 하고 싶었다.
Q. 인투 더 데드 IP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인투 더 데드: 아워 다키스트 데이즈'에서는 이러한 핵심을 어떻게 녹여냈는지도 듣고 싶다.
“ 모든 인투 더 데드 시리즈에서 우리는 인간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우리의 게임은 인간관계를 찾고 지켜내는 이야기였다. 사람을 돕고,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하며, 남은 사람들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아포칼립스 장르의 매력은 사회의 껍질이 벗겨졌을 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 감정을 게임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 도덕이 민낯을 드러낸 상황. 과연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Q. 얼리 액세스를 하면서 방대한 업데이트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체크해 보니 특정 콘텐츠를 업데이트한다고 해도 전부 완료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NPC 카테고리를 예로 들자면 새로운 무기가 추가되긴 했지만, 경찰이나 군인 등 무장한 NPC나 NPC의 새로운 행동 패턴 적용 등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업데이트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나.
“ 그런 논의는 거의 매일 이뤄진다. 우리는 장기 로드맵을 세우되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전제했다. 전체적인 방향은 확실하지만, 매일 상황에 따라 조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에게 흥미롭고 의미 있는 업데이트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기능의 순서나 시점이 바뀌기도 한다. 피드백이나 내부 실험 결과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다. 무장 NPC의 경우 수개월째 행동 패턴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며, 곧 선보일 예정이다.
Q. 게임의 완성도를 %로 나타낼 때 정식 출시가 100%라면 현재는 몇 %인가.
“ 게임 규모가 워낙 커서 단정 짓기 어렵다. 기능과 콘텐츠 두 축으로 봤을 때, 두 팀 모두 내년 정식 출시를 목표로 열심히 개발 중이다. 굳이 수치로 말하자면 약 70% 정도라고 생각한다.
Q. 개인적으로 이런 좀비물에서 가장 무서운 건 좀비가 아니라 사람 같다. 안전한 지역을 두고 다른 세력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거나 갈등을 빚는 건 꽤나 익숙한 클리셰인데, '인투 더 데드: 아워 다키스트 데이즈'에도 그런 적대 세력 요소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을까. 단순한 적이 아닌 하나의 세력으로 말이다.
“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그런 적대 세력을 어떤 형태로든 게임에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다만 이를 설득력 있게 구현하기 위해선 NPC 행동 시스템이 먼저 완성돼야 했다. 현재 해당 부분 개발이 상당히 진행됐고, 결과도 만족스럽다. 계획대로라면 향후 '탈출 플랜(Escape Plans)'을 통해 적대 세력이 게임에 통합될 예정이다.
Q. 커브볼(나비효과) 시스템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많이 개선했다지만, 여전히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실 이런 좀비물, 포스트아포칼립스에서는 인간 군상이 자아내는 유대가 핵심이지 않나. 앞으로 어떤 식으로 더 개선해 나갈 계획인지 듣고 싶다.
“ 이 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기능들을 개발 중이며, 조만간 추가할 예정이다. 우선 플레이어의 선택이 필요한 커브볼 이벤트를 도입한다.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그 결과가 피난처 상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피난처 내 생존자들 간 관계를 추적하는 관계 시스템을 추가한다. 플레이 중 내리는 결정들이 그룹의 안정성에 영향을 주며, 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만족시키고, 누구를 실망시킬지를 선택해야 한다.
Q. 얼리 액세스 유저의 상당수가 시나리오 모드를 기다리고 있다.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앞으로의 전개가 달라지는 그런 식이 될 것 같은데, 이 시나리오 모드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지, 어떤 콘텐츠가 될지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 아마 시나리오 모드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건 우리가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모드는 플레이어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조율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드다. 메인 모드가 개발자의 비전이라면, 시나리오 모드는 플레이어의 비전을 반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기능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작 위치나 생존자 구성, 활성화된 플랜 수, 세력 영향력, 난이도, 무기 가용성 등 다양한 요소를 플레이어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Q. 생존자 간의 갈등 역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아직 이 부분은 구현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심리적 갈등이나 배신, 유대감 같은 건 어떤 식으로 구현될까.
“ 이런 인간관계를 다루기 위해 두 가지 시스템을 도입한다. 바로 관계 시스템과 개선된 사기 시스템이다.
새로운 사기 시스템은 각 캐릭터의 정신 상태를 더 깊이 표현하며, 피난처 내 어떤 요인이 그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는지를 명확히 보여 준다. 관계 시스템은 인물 간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하는지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캐릭터들은 우정을 쌓고, 적을 만들고, 서로를 배신하거나 더 깊은 유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Q. 여담이지만, 개발팀이 좋아하는 좀비물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최고로 꼽는 것 하나씩만 알려 달라. 아, 그리고 혹시 '부산행(Train to Busan)'도 봤는지 궁금하다(웃음).
“ '부산행'을 정말 좋아한다. 당시 좀비 장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작품이었다. 이후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한국식 좀비 콘텐츠의 흐름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처음 부산행을 봤을 때 좀비의 변이 과정이 주는 육체적 공포감이 인상 깊었다. 그런 바디 호러 요소가 장르에 신선함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또 단일 공간에서 전개되는 특유의 긴장감도 훌륭했다. 한국 작품 외에도 조지 로메로의 데드 시리즈, 워킹 데드가 장르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의 '블랙 서머'를 좋아한다. 단 한 마리의 좀비조차 거의 막을 수 없는 위협으로 그린 점이 인상 깊었다.
Q. 기지 건설, 서바이벌 요소가 있다 보니 멀티플레이가 추가돼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업데이트 로드맵에는 없었지만, 정식 출시 이후에라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 멀티플레이 버전은 분명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능을 추가하면 개발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우리는 비교적 작은 팀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기에 싱글 플레이로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멀티플레이가 추가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Q. 한국에서도 제법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고 있다. 한국 팬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한다.
“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좀비 장르를 완전히 새롭게 부활시킨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 한국 게이머들이 우리 게임을 즐겨 줘서 정말 기쁘다. 플레이해 줘서 고맙다. 여러분의 의견과 제안을 언제든 들려주길 바란다. 정식 출시까지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끝까지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