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5와 함께 진행되는 국제 컨퍼런스인 'G-CON'의 첫 날 첫 강연. 일본의 베테랑 개발자이자 최근 몇 년 간 G-CON을 통해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 온 클로버즈 스튜디오의 헤드 '카미야 히데키', 그리고 독특한 관점에서 접근하며 다양한 명작을 디렉팅해온 '요코 타로'가 무대에 올랐다.

'게임 디자이너의 머릿속을 살펴보는 대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세션은 두 베테랑 게임 디렉터가 각각 주어지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사회는 패미통 그룹의 대표이자 카도카와 소속의 '하야시 카즈히코'가 맡았다.

이 날, 세션을 통해 두 개발자는 게임 기획에 대한 원론적인 주제부터 디렉터라는 직위에 따라오는 책임과 역할, 그리고 각종 게임 내 상황에 대한 연출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했으며, 국내 개발자들에게 남기는 조언을 끝으로 세션을 마무리지었다.

▲ 세션 중간엔 가면을 놓은 채 목소리로만 참여한 '요코 타로'

1. 서로를 어떤 개발자라 생각하는가?카미야 히데키가 생각하는 요코 타로, 요코 타로가 생각하는 카미야 히데키

● 카미야 히데키

카미야는 요코 타로의 작품을 “작가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게임”이라고 규정했다. 게임 시장에는 수많은 게임들이 있지만, 개발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 작품도 많은 반면, 요코 타로의 타이틀은 ‘요코다움’이 명확히 남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 이유를 요코가 서사·연출·세계관 전반에서 일관된 감정 구조를 세팅하고, 그 무드를 끝까지 유지하는 방식에서 찾았다.

또한 카미야는 요코를 ‘동료이자 경쟁자’라고 표현했다. 서로 다른 장르를 다루지만,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개성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친구가 많지 않다”며 직접 요코에게 출연을 요청했다고 밝히며, 서로의 창작 태도를 존중하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 요코 타로

요코는 카미야를 “액션의 손맛을 가장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디렉터”라고 정의했다. 특히 ‘데빌 메이 크라이’를 처음 봤을 때 “아, 더는 액션을 만들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할 정도로 장르 완성도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에게 카미야의 게임은 물리 입력과 캐릭터 반응이 정확히 연결되어 “조작감 자체가 재미가 되는” 드문 사례다.

또한 그는 자신과 카미야가 ‘서로 다른 영역을 담당하는 창작자’라고 정리했다. 자신은 이야기·배경·정서에 집중하고, 카미야는 시스템·판정·기믹에 집중한다. 이 차이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니라 “존재 이유가 다른 크리에이터”로 바라보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2. 기획은 어디서 시작되는가게임 아이디어는 어디서 출발하는가?

● 요코 타로

요코는 기획의 시작을 말하며 “꿈을 깨는 말일 수 있지만,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 리소스, 즉 가용 예산과 인력의 규모”라고 단언했다. 예산, 기간, 인력 규모가 먼저 주어지고, 그 안에서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그는 “만들고 싶은 것”을 기반으로 기획하려던 시절도 있었지만, 30대에 접어들며 그 방식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예산과 팀의 능력으로 게임의 가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아이디어를 미리 쌓아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 노트 같은 건 없다. 매번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새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요코에게 기획은 영감보다 “조건 기반의 설계”에 가깝다.

● 카미야 히데키

카미야 역시 기획이 ‘무예서 시작되는 창작’이라기보다, 회사나 조직에서 받는 요구로부터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캡콤·크로버·플래티넘을 거치며 “주제가 주어지면 그것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데빌 메이 크라이’가 ‘바이오하자드 차기작’이라는 명령에서 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그는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방향성이 제시된 상황에서 “그 요구를 어떻게 더 재밌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기획의 출발점이 명확할수록 확장도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3. 오리지널리티란 무엇인가?개발자만의 독창성, 무엇으로 부여해야 하는가?

● 카미야 히데키

카미야는 오리지널리티를 “그 게임에서만 가능한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규정한다. 그는 작업할 때 가장 먼저 “이 게임만의 새 시스템이 무엇인가”를 찾는다. 필치브(오오카미), 위치 타임(베요네타), VFX 파워(뷰티풀 죠) 등 모든 작품에 독점적인 조작 구조가 포함된 이유다.

그는 이를 “게임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본질”이라 표현했다. 게임은 결국 ‘조작–반응–보상’이라는 루프에서 감정을 만들어내는 매체이기 때문에, 시스템이 새로울 때 플레이도 새로워지고, 그 지점에서 성공적으로 유니크함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 요코 타로

요코는 “오리지널리티라는 단어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그가 만들고 싶은 것은 “살 이유가 있는 게임”이다. 즉,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재미일 수도, 메시지일 수도, 세계관일 수도, 혹은 특정 등장인물을 좋아하는 감정일 수도 있다.

그는 이미 뛰어난 게임이 있는 카테고리에는 굳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령 베요네타 같은 액션 게임이 이미 최고 수준이라면, “나는 그 장르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요코에게 새로움은 시스템보다 플레이어의 동기를 생성하는 가치에서 만들어진다.

▲ 베요네타만의 시스템인 '위치 타임'


4. 기억에 남을 전투 설계갑자기 나타난 악마, 어떻게 해야 좋은 전투 연출이 나올까?

● 요코 타로

‘플레이어 앞에 악마가 등장했다’는 가상의 질문에 대해, 요코의 대답은 철저히 서사적이었다. 그는 플레이어가 왜 싸워야 하는지, ‘싸우고 싶어지는 감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어떤 전투도 뜨겁지 않다고 말했다. 가족의 죽음, 재산 상실, 지속적 모욕 등 감정 빌드업을 단계적으로 쌓아 플레이어의 감정 에너지를 끓여올리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그 감정을 폭발시키기 위한 구조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사이다적 해소’다. 그는 종종 보스가 둘로 나뉘거나 재등장하는 패턴을 넣는 이유도 바로 이 “감정의 최종 해방”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 카미야 히데키

카미야는 감정의 설계보다 순간의 ‘현장성’을 강조했다. 악마와의 전투가 플레이어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라면, 그 순간에만 가능한 조작과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력한 연타 QTE, 압도적인 컷신 연계, 지형이 무너지는 상황 같은 “특별한 장면의 발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특히 스크린샷 한 장으로도 ‘보고 싶은 장면’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보스전은 단순히 강한 적과 싸우는 시간이 아니라, 연출·기믹·지형·카메라가 동시에 움직이는 종합적인 체험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5. 감정을 움직이는 순간감동적인 연출은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는가?

● 카미야 히데키

카미야는 감동 장면의 핵심으로 ‘음악’을 꼽았다. 같은 장면이라도 음악만 바뀌면 감정이 완전히 달라지며, 그래서 작곡가와의 상호 조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한 BGM이 아니라, 장면의 정서와 리듬을 책임지는 구조물로 바라보는 태도다.

또한 그는 자신의 게임 제작 과정에서도 특정 장면을 연출할 때 즐겨 듣는 음악이 있다고 말했다. 하드록이 필요한 장면, 고조되는 장면 등 음악에서 받은 감정이 그대로 연출의 밀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 요코 타로

요코는 음악에서 ‘이야기’가 솟아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먼저 곡을 듣고, 그 곡이 가진 정서에서 장면을 발굴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전형적인 시나리오-연출 구조를 뒤집은 접근이다.

그는 감동 장면을 구성할 때도 단일 비극 대신 “연속적인 감정의 누적”을 선호한다. 인물의 비극이 단발이 아니라 복합적일 때, 혹은 등장인물이 가진 결핍이 여러 갈래에서 드러날 때 감정의 깊이가 극대화된다고 보았다.

▲ 감동적 연출의 핵심으로 두 개발자가 공감한 요소는 '음악'


6. 디렉터로서의 책무쫓기는 일정과 완성에 대한 책임감, 균형을 맞추는 법

● 요코 타로

요코는 스스로를 “마감이 있으면 계속 미루는 타입”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일정 연장을 요구할 때도 50%가 아니라 90% 쯤에서 ‘이제 알렸다간 빠질 수 없다’는 타이밍에 말한다고 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실제로 대형 프로젝트에서 일정 조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현실적 대답이다.

그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 항상 “아쉽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완벽에 닿을 수 없다는 자각이 늘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다시 보면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디렉터의 자기 판단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 카미야 히데키

카미야는 일정 관리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옆에서 스태프들이 계속 “여기가 마감입니다”라고 알려주는 방식이며, 자신은 “항상 액셀을 밟는 역할”에 집중한다. 초기부터 일정에 맞추려 하면 발상 자체가 좁아지고, 결국 엣지가 사라진다는 이유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일부 기능을 포기하거나 축소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하지만 그는 “초반부터 안전하게 달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말하며, 디렉터의 역할은 결국 최대치를 끌어내는 것에 있다고 정리했다.


7. 두 베테랑 디렉터의 오늘최근,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 카미야 히데키

카미야는 자신의 신생 스튜디오 ‘클로버즈’에서 차기작 ‘오오카미’ 제작 중이다. 약 50명 규모로 팀을 확장 중이며, 과거 함께 일했던 신뢰도 높은 멤버들을 중심으로 팀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동료와 일하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며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스튜디오의 방향성 자체가 ‘강렬한 시스템 기반의 게임 제작’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인재 구성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요코 타로

요코는 최근 3년간 진행한 여러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게임뿐 아니라 게임 외 콘텐츠도 포함되어 있으며, “변변치 않은 상태로 나오는 것보다 접히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이는 그의 작품이 일정한 ‘메시지 밀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한 기준에서 비롯된 태도다.

동시에 그는 시장의 요구·투자 상황 등 외부 변수로 인해 “일은 했지만 결과물이 없는” 상태가 늘어난 현실도 담담하게 인정했다.


8. 한국 개발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다른 나라 개발자가 아닌, 업계 선배로서의 조언

● 요코 타로

요코는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이미 일본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SNS나 일상에서 느끼는 ‘짜증’ ‘불편함’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감정이 움직이는 순간이 곧 서사의 씨앗이고, 그것을 포착하는 능력이 작가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사람들이 공감하는 감정은 대체로 일상적 불편함에서 온다”며, 화려한 설정보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지점’을 먼저 설계할 것을 추천했다.

● 카미야 히데키

카미야는 한국에서 더 많은 ‘작가성 있는 게임’이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본·유럽은 문화적 기반이 서로 다르고, 그 차이가 게임의 정체성을 만든다고 본다. 그는 “오오카미는 일본인인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작품”이라며, 한국 개발자도 자신만의 문화적 강점을 게임에 투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술 경쟁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손길’과 ‘문화적 개성’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