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오카 아키라는 사일런트 힐 시리즈를 통해 시대를 넘어 최고의 게임 음악 작곡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때로는 급박한 분위기, 때로는 음울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은 단순한 공포 게임 이상의 경험을 주는 사일런트 힐 시리즈를 완성하는 요소였다.

매체 특유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완성하는 건 게임만이 아니다. 영화 역시 음악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서사의 몰입감을 주는 동시에 완성해나간다. 그렇기에 야마오카 아키라와 함께 음악으로 구축하는 내러티브를 소개하기에 김태성 음악 감독은 가장 적절한 연사였을지 모른다. 그 역시 이미 '명량', '검은 사제들', '파묘' 등 수많은 영화 속 음악을 통해 스토리와 감정을 완성시켜왔다.

그리고 이들의 경험은 단순히 게임이나 영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았다. 김태성 감독은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OST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음악의 힘을 증명했고, 국제 행사 무대의 음악감독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야마오카 아키라 역시 게임은 물론 영화, 미술, 연극, 설치 작품 등 장르를 넘어선 활약을 선보였다.

자신의 영역에서 확장해나간 이야기, 그리고 각각 호러와 오컬트 장르에서 보여준 매력적인 음악. 음악을 다루는 야마오카 아키라와 김태성이 직접 그 공통점을 중심으로 패널 토론의 운을 뗐다.



1 호러와 오컬트 장르에서의 음악 역할은?
오랜 경력과 다양한 음악 활동을 선보인 둘이지만, 야마오카 아키라 음악 감독은 '사일런트 힐', 김태성 음악 감독은 '파묘', '검은 사제들' 등 장재현 감독과 함께 한 오컬트 장르를 대표작으로 꼽는다. 어쩌면 게임과 영화, 다른 장르에서 활약하는 둘이 한 자리에서 음악에 대해 논하는 것도 이렇게 호러와 오컬트라는 일종의 장르적 공통점이 한 몫했다.

아키라 감독은 호러 장르가 주는 '무섭다'는 감정을 인간에게 있어서 굉장히 진지한 감정이자 올바른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음악론에 따르면 호러 영화나 호러 게임에서 시각적인 부분은 무섭거나, 어둡다거나 하는 직접적인 공포를 표현한다. 하지만 음악은 화면 안에 담기지 않는 것, 예를 들어 캐릭터나 배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그렇기에 시각적인 부분과 청각적인 부분이 합쳐져야 호러, 서스펜스라는 장르가 완성된다고 봤다.

김 감독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까지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작품의 음악을 모두 담당했다. 여기서 추구한 바는 리얼리티였다. 갑자기 귀신이나 초월적 존재가 나오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공포를 좋아한다는 그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그 순간을 어떻게 극대화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리얼한 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사바하'에서는 티벳에 가 현지 승려의 소리를 녹음해 영화에 집어넣었고, '파묘'에도 일본 승려를 한국에 초대해 주술 소리 등을 작업하기도 했다. 그는 이 리얼함이 관객들에게 어떠한 몰입감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리얼함에 기반한 공포를 추구한다면 아키라 감독은 음악을 통해 공간을 만든다. 게임은 시각이 중심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넓이나 냄새, 습기, 온도 그런 것들을 표현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스스로도 이를 실험적이라고 이야기한 아키라 감독은 오감 중 하나인 청각을 통해 또 다른 오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이야기했다. 단순히 음악적인 이론, 구조에 기반한 소리 이상을 추구하는 셈이다. 그런 도전적인 작업이기에 몇 번이고 게임을 하고, 몇 번이나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그런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음악을 만들어나간다고 소회했다.

▲ 김태성 음악 감독

이러한 방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게 코드다. 음계 도미솔은 흔히 메이저 코드로 불리고 반음을 내리면 마이너 코드라고 불리는데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메이저 코드는 밝고 경쾌한, 마이너 코드는 슬프거나 쓸쓸한 식이다. 구체적인 이론도 있지만, 이는 인간의 감정과는 별개로 뇌가 소리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다. 그리고 이런 음악에 그림, 영상이 결합되어있을 때는 냄새나 습도 같은 것도 표현할 수 있는 사운드 디자인 철학이 있다. 다만 듣는 사람마다 그 정의가 달라지기에 사운드 디자인으로서 많은 시도와 경험을 반복하는 셈이다.


2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을 표현하는 음악
김 감독은 스스로 열렬한 게임팬이라고 밝혔다. 평소 즐기는 게임으로 이상한 던전 풍래의 시렌을 꼽고 사일런트 힐 역시 시리즈의 엔딩까지 줄줄 읊을 정도로 팬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일런트 힐을 처음 접했을 때의 인상적인 부분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키라 감독에게 사일런트 힐을 플레이했을 당시의 감상을 전했다. 이전까지 몇몇 서바이벌 호러 게임이 존재했지만, 사일런트 힐처럼 게임 음악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 없다고 말이다. 그는 그 이유를 주인공이 누군가를 찾아가는 과정, 그러니까 1편에서는 딸을, 2편에서는 아내를 찾아가는 과정과 반전 속에서 음악이 멜로디컬하게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기 때문이라고 기억했다. 여기에 깔려있는 약간의 슬픔과 그 정서. 김 감독은 이전까지 없었던 이런 시도에 대해 어떻게 용기를 내고 도전할 수 있었는지 아키라 감독에게 물었다.

아키라 감독은 자신 역시 게임을 좋아하지만, 예전에는 게임 속 음악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한 기억이 드물었다고 회상했다. 어딘가를 걷고 있으면 걷는 행동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무서운 장면에서는 또 그저 공포감에 어울리는 비슷한 음악이 나왔다고 답했다. 마치 음악 교과서가 있어서 그것대로 만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게 당시의 게임 음악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게임의 음악이나 사운드 디자인은 더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랙티브한 미디어, 그리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미디어이기에 게임 팬으로서 가지고 있었던 의문에 전력으로 도전하며 새로운 게임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을 시도했다.

이건 앞서 말한 시각적 연결과도 이어진다. 화면 안에 무서운 적을 표현하거나 안전한 구역, 싸움이 벌어질 지역 등을 시각적인 표현으로 안내할 수 있다. 여기에 비디오 게임은 영화와 달리 플레이어가 직접 컨트롤러를 가지고 조작까지 한다. 이런 여러 인터랙티브 장치 속에서 플레이어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판단하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소리는 딱히 듣지 않다도 되는 것이 되어버리게 된다. 그렇기에 아키라 감독은 그림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아내나 딸이 사라지고,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궁금증, 찾아야 한다는 주인공의 감정, 화면에는 표현되지 않는 '영상의 여백'을 사운드로 표현하고자 했다. 주인공의 서사를 예로 들면 살고 있는 장소의 평소 분위기, 주인공이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감정, 더 넓게는 무엇을 느끼고 살았느냐같은 부분까지도 게임이나 시나리를 보고 해석해 사운드로 표현한다. 그게 단순히 시각적인 부분과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독특한 분위기나 위화감을 조성하게 되고, 그게 그의 음악이 작품속에서 가지는 매력적인 멜로디와 사운드 디자인으로 풀어졌다.

그렇기에 아키라 감독은 사일런트 힐이라는 타이틀 없이 자신의 음악만 있었다면 팬들에게 이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게임이라는 매개가 있고, 거기서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표현과 때로는 자연스럽게, 때로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소리가 합쳐졌기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3 관객과 플레이어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그렇다면 영화를 작업하는 김 감독의 경우는 어떨까? 그는 음악을 통해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핵심으로 세계관을 꼽았다. 그는 음악을 만들 때 작품 속 세계관에 관객이 들어갈 수 있게, 또 그 세계관이 관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지 먼저 고민한다. 음악이라는 바다가 어쩔 때는 높은 파도가 되어 배를 크게 흔들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흘러 배를 이끌어 가고, 또 언젠가는 폭풍이 되고. 그는 음악이 바다라면 관객은 배에 탄 승객이라고 가정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음악을 작업한다.

김 감독은 그런 예로 강철비의 음악을 들었다. 음악은 북한의 핵 위협을 표현하기 위해 사이렌 소리 같은 비악기적 음악 요소로 작품 속 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영화 음악을 담당하는 김 감독은 그런 의미에서 사일런트 힐 영화의 음악의 대단함과 용기를 칭찬했다. 보통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경우 원작 음악을 그대로 쓰지 않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사일런트 힐의 경우 그 음악이 영화에 그대로 쓰였다. 아키라 감독은 이에 대해 자신은 다시 만들어 쓰고 싶었다고 웃으며 당시를 기억했다. 하지만 영화의 감독이 그 음악을 그대로 쓰고 싶다고 주장했고, 아키라 감독은 사일런트 힐 영화에 쓰인 게임 음악이 플레이스테이션1의 음악이 영화관에서 흘러나온 첫 영화일 것이라 말했다.

한편 사이렌 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소리를 작품에서 전한 김 감독처럼 아키라 감독 역시 악기라고 할 수 없는 소리를 음악 안에 담아내는 작업을 다수 선보였다. 김 감독은 가장 대표적인 예로 라디오 주파수 노이즈를 언급했다. 사일런트 힐 게임을 플레이하면 적이 다가올수록 라디오 주파수 노이즈가 커지는 식. 그는 이런 부분을 게임 음악이나 사운드 디자인 영역에서 미리 작업하는지 아키라 감독에게 물었다.

이에 아키라 감독은 기존의 음악 이론이 아니라, 사이렌이나 라디오 주파수와 같은 현실적 사운드가 주는 감정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구멍을 파거나 콘크리트를 부수는 공사 현장 소리를 아무도 기분 좋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고, 산에서 강물이 흐르는 소리나 새의 지저귐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것. 그는 소리가 가지고 있는 부분, 그리고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이 있다고 봤다. 김 감독이 말한 노이즈 역시 그 소리를 편안하게 느낄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울리던 노이즈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주파수가 겹처오는 것 자체로 공포감을 준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공포감은 착각이 아니라 학습되고, 적이 나오지 않아도 노이즈 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아키라 감독은 이런 계산과 함께 실제 사운드를 게임에 도입했다.

이러한 불쾌감을 주는 소리나 음향을 김 감독과 아키라 감독 모두 중요하게 여기지만, 활용 방식은 달랐다.

아키라 감독은 실제로 여러 사운드를 녹음하고 활용한다. 실제로 해머를 때리는 소리나 칠판을 긁는 기분 나쁜 소리 등을 모두 아카이빙한다. 이건 단순히 하나씩 저장해서 나열하는 게 아니라 리듬을 어긋나게 셰퍼드 음을 활용하거나, 사운드 디자인 자체에 기믹을 활용하면서 디지털로는 표현할 수 없는 리얼함을 추구했다.

반면 김 감독은 평소 소리의 아카이빙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추후 활용할 수 있게 기억해둔다고 전했다. 그리고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거나, 상징적인 요소를 섞어 음악에 활용했다.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파고들어갈 때, 그게 얹어지면 생각지도 못한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4 좋은 게임 음악, 영화 음악, 사운드트랙에 대한 고민
비정형적인 사운드가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침묵 역시 특별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호러, 오컬트 장르에서 침묵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전한다.

김 감독은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음악이 깔리는 부분만 음악 감독이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체적인 큰 흐름 안에서 어디에 음악이 들어가고, 또 없을지를 다 고민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순간을 오히려 음악을 빼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라고 이야기했다. 공포 영화 역시 촘촘히 채워졌던 음악이 정말 무서운 순간에는 사라지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이 사라진 순간, 관객들은 더이상 기댈 곳이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음악 감독은 그 상황으로 관객을 던져놓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런 부분까지 음악 감독이 고려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아키라 감독 역시 의도적인 침묵을 즐긴다고 전했다. 가능한한 소리를 모두 없애는 것, 소리가 존재하다 사라지는 그 대비가 독특함을 만들어낸다.

아키라 감독은 게임 속 불타는 계단 장면에서 금속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등장하는 장면의 제작 비화를 묻는 질문에 이 장면을 부자연스러운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불이 타는 소리가 나야하는데 전혀 없이 금속음만 들리니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이 역으로 기괴하다는 감정을 만들고, 이곳이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던 장면이 됐다고 떠올렸다.

그렇다면 게임 음악, 영화 음악 감독으로서 작품을 총괄하는 감독, 디렉터와의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될까?

아키라 감독은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팡, 휙, 슉 같은 피상적인 소리 정보를 제공하면서 그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들었다. 물론 감독이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해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요청에 효과적인 결과물을 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넘어, 그 이면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단순히 음악이나 게임이라는 부분을 넘어, 인간으로서 이 사람이 생각하고, 어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결국 더 나은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김 감독은 영화 감독마다 성격이 모두 달라 작품마다 그 성향도 달라진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일단 감독을 자기 뒤에 앉혀놓고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어떤 고민을 하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까지 모두 보여준다. 김 감독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작업하는지 그 과정을 보면서 서로 소통하고, 오류 같은 부분도 많이 없애나가는 식이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의 경우 아침 8시에 작업실로 출근해 밤 11시까지 함께하면서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영화 음악의 높은 퀄리티를 선보일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그리고 질문은 좋은 품질, 좋은 사운드트랙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김 감독은 이를 쉽게 정의내리지 못했다. 어떤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둬도,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그 성공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기초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기에 힘들고, 또 좋은 사운드트랙이 뭔지 현재도 매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작업한 영화 '좀비딸'의 경우 1년에 한두 번 극장을 찾는 가족 단위의 관객을 위해 익숙한 경험을 주는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반면 여러 오컬트 영화의 경우 이질적인 공포, 혹은 기괴한 순간의 경험 전달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이렇게 매번 전략이 바뀌는 영화 음악 작업이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보람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아키라 감독 역시 좋은 게임 음악에 대해 고민한다며 결국 그 평가는 음악을 듣는 사람의 평가에 달렸다고 답했다. 100년 전에 별로라고 평가 받은 음악이 100년 후 사람들에게는 좋은 음악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좋은 사운드트랙, 게임 음악의 정의는 유저에 따라 바뀌고, 음악 감독 스스로도 그것을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5 게임 음악의 매력, 그리고 창작자의 열정
김 감독은 게임 음악에 대해 영화와는 다른 매력이 있음을 언급했다. 영화의 경우 일방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지만, 게임의 경우 소통을 한다.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로 들어가고, 플레이어와 캐릭터를 어떻게 일치시킬지 고민한다. 그래서 때로는 자유분방하고, 어떨 때는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이야기와 결말이 바뀐다. 김 감독은 사일런트 힐의 엔딩이나 언더테일의 엔딩을 예로 들며 이런 부분을 영화가 가질 수 없는 매력이라고 부르며 언젠가는 자신도 게임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 야마오카 아키라 사운드 디자이너 겸 감독

아키라 감독은 게임 음악가를 희망하는 지망생들에게 전하는 조언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 내용은 아키라 감독의 말을 그대로 옮기고자 한다.

제가 아는 스페인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음악을 가르치는 분이세요. 얼마 전 고등학생 15명 정도 있는 반에서 피아노 수업을 했대요. 그런데 학생들이 그랜드 피아노를 보더니 "선생님, 이거 전원 어디 있어요?"라고 물었다는 거예요. "아니, 이건 전원 없어도 소리 나"라고 했더니 "에, 거짓말이에요 선생님! 피아노에 전원이 없다고요?"라며 놀랐다는 거예요.

지금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AI도 그렇고 기계학습도 그렇고, 우리 주변에서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사물을 파악하는 방식의 변화, 우리 주변 기술의 변화라는 게 엄청나게 빨라요. 이걸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표현해 갈까라는 게 딱 올해, 내년에서 일거에 바뀔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게임 사운드 디자인을 한다든지, 이렇게 게임을 만들면 좋다고 제가 여기서 지금 말하는 것도 아마 내년엔 바뀌어버릴 거예요.

무슨 말을 하고 싶냐면요, 거기서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뭐냐는 거죠. 저는 사일런트 힐부터 시작해서 매번 여러 게임 타이틀을 작업해왔지만, 중요한 건 역시 자신의 아이덴티티예요. 우리는, 저로 말하면 일본인이기도 한데, 역시 저만이 할 수 있는 것, 저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그걸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과를 낼 때까지 추구해서, 누구보다도 파고 들어 만들어내는 것만은 역시, AI가 있든, 피아노 전원 어디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든, 언제 어디서든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는 거죠.

게임 음악, 혹은 게임을 앞으로 하겠다는 사람은 "자신은 대체 뭘 하고 싶을까"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은 이걸 해나가고 싶다, 나는 이게 제일 좋다, 이게 제일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에너지를 가지고 마지막까지 추구할 수 있는가, 이것만이 아마 바뀌지 않을 중요한 부분일 거예요. 그걸 둘러싼 부분, "그럼 어떻게 만들까"라는 건 아마 어제 했던 거와 내일은 또 다를 거예요. AI도 그렇고 툴도 그렇고. 거기는 따라가면 돼요. 만드는 방법은 바뀌어 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아까 말한 것처럼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가, 자신이 뭘 마지막까지 추구하고 싶은가, 뭘 얼마만큼 표현하고 싶은가라는 건 바뀌지 않을 겁니다.

어느 투자가들에게 투자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략이나 비즈니스 스킬을 떠나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열정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다는 건, 크리에이티브 이외의 사람들도 역시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열정을 얼마만큼 가질 수 있는가라는 게 앞으로 더더욱 필요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게임 음악에 그치지 않고 게임 제작이라는 분야에서, 열정은 간단한 말이 되어버리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정도의 에너리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