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스타 2025와 함께 진행되는 글로벌 게임 컨퍼런스 'GCON 2025'의 둘째 날. 오메가포스의 리더이자, 삼국무쌍 시리즈의 프로듀서인 '토모히코 쇼'가 무대에 올랐다. 오메가포스의 설립 멤버이자, 진 삼국무쌍의 시작점인 격투 게임부터 오늘날까지 함께 해 온 그는 이 자리에서 '진 삼국무쌍 오리진'의 기획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진 삼국무쌍 오리진'은 올해 초 출시된 후, 24년에 걸쳐 천천히 몰락하고 있던 삼국무쌍 시리즈를 완전히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리즈으 핵심을 남기면서도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쳐내면서 그야말로 '체질개선'에 성공한 셈이다.
당연히, 이 과정은 전혀 쉽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수많은 고민과 위기가 있었다. 지금 게이머들이 바라보는 '진 삼국무쌍 오리진'이 존재하기까지의 고민과 과정들을 토모히코 프로듀서는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PART 1. 시리즈의 위기와 새로운 출발점
토모히코 프로듀서는 강연을 시작하며 최근 삼국무쌍 시리즈가 직면했던 문제를 솔직하게 언급했다. 전작인 7과 8을 지나면서 팬들의 평가가 엇갈렸고, 내부적으로도 시리즈의 장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단순히 속편을 내는 방식으로는 예전과 같은 파급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미 차기 프로젝트가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는 이 상태로는 시리즈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플랫폼 환경 변화, 플레이어 소비 방식의 변화, 글로벌 신작 경쟁 심화까지 겹치며 기존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다음 10년을 만들어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선명해졌다. 토모히코 프로듀서는 지금이야말로 시리즈를 근본부터 다시 돌아볼 적기라고 보았다. 미래를 향한 방향성을 제대로 세워야만 삼국무쌍이 다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단 아래 기존에 준비 중이던 프로젝트 진행을 멈추고, 먼저 시리즈 전체의 장기 비전을 세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특정 작품 하나의 성공을 목표로 하기보다, 지금 개발하는 작품이 시리즈의 5년 뒤와 10년 뒤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부터 규정하는 방식이었다. 이 기조는 새 작품을 하나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방향성을 새로 재정의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이런 접근법 속에서 진·삼국무쌍 오리진은 단순한 속편이 아닌 리부트적 성격을 가진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는 의도는 개발 전반의 기준점이 되었고, 시리즈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데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PART 2. 시리즈의 핵심을 다시 규정하다
다음 단계는 진·삼국무쌍 시리즈가 본질적으로 어떤 특징을 통해 유지되어 왔는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작업이었다. 토모히코 프로듀서는 그 핵심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택티컬 액션이 주는 전략적 흐름, 일기당천 액션의 상쾌함, 병력 규모에서 오는 전장의 몰입감, 그리고 삼국지라는 소재 자체의 매력이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더라도 이 네 요소를 경험할 수 있어야 시리즈다운 완성도가 유지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팬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요구와 시리즈의 핵심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문에서 늘 상위권에 올라오는 의견은 플레이어블 캐릭터 수 확대 같은 항목들이지만, 이것은 답변하기 쉬워서 생기는 ‘큰 소리’일 뿐이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팬들이 오래도록 붙잡고 있던 삼국무쌍다움이 유지되느냐 하는 문제이며, 핵심이 흐려지면 수많은 캐릭터를 추가해도 의미가 없다고 봤다.

이런 관점에서 시리즈 팬과 신규 팬을 동시에 잡는 방법도 재정의됐다. 기존 팬을 위해서는 핵심적 매력을 더 깊게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신규 팬을 위해서는 핵심과 연결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과 무관한 요소만 확장하면 단기적으로는 호응을 얻을 수 있어도 시리즈의 지속적인 발전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방향성은 시리즈의 본질적인 재미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확장 가능한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다. 단순한 추가가 아니라, 핵심을 중심으로 결이 맞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PART 3. 절대축과 원점 회귀의 개발 철학
토모히코 프로듀서는 오리진의 개발 과정에서 하나의 절대축을 설정했다고 소개했다. '압도적인 대군단 속에서 느끼는 일기당천의 상쾌함'이 그것이다. 이 감각이 흔들리면 삼국무쌍다운 경험이 사라지기 때문에, 모든 시스템과 전투 흐름, 전장의 리듬은 이 절대축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단순히 병사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병력 흐름과 전황 변화 자체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구조를 다시 짜는 방식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장의 밀도를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병사 배치, NPC의 움직임, 전황 변동의 타이밍 등이 플레이어의 행동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도록 조정되었다. 플레이어가 전장을 돌파하며 전황이 바뀌고, 그 변화가 다시 플레이어의 선택을 유도하는 구조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다.

그는 기획 단계에서 상상 플레이를 통해 게임의 완성 형태를 머릿속에서 먼저 체험하며, 어떤 순간이 감정을 끌어올리고 어디에서 긴장을 만들어야 하는지 수십 개의 메모를 쌓아간다. 이 메모들은 절대축과 비교해 정리되고, 실제 시스템 설계의 기반이 되었다. 감정의 고조와 전장의 연출은 이 상상 플레이 과정에서 출발한 부분이 많다.

또한 그는 이 과감한 변경을 설명하며 자신이 개발 방법으로 세운 ‘1할의 법칙’을 제시했다. 기획자가 머릿속에 그려야 할 게임의 절대적인 필수 요소는 전체의 10% 정도이며, 나머지 90%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이 90% 역시 절대축을 강화하는 범위 안에서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핵심에서 벗어나는 제안은 과감히 배제한다. 내부·외부 피드백은 참고하되, 핵심 설계를 흔들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역시 제작의 원칙이었다.

PART 4. 시리즈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 관점
강연의 마지막은 시리즈가 왜 후속작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시리즈로 이어지는 게임들은 지표 상으로도 예측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매출을 예측하기 쉽고, 개발 규모도 조절되며,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틀을 잡기에도 분명한 기준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이 예측 가능성이 시리즈를 정체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진정한 시리즈 운영은 다음 작품 하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5년 뒤와 10년 뒤 시리즈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속작은 단순히 이어지는 작품이 아니라, 시리즈의 미래를 쌓아가는 일종의 기반 공사라는 관점이다. 이 시점에서 오리진은 앞으로의 삼국무쌍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재정의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그는 슬라이드를 통해 반복적으로 세 가지를 강조했다. 시리즈의 핵심을 정확히 정의할 것, 그 핵심을 바탕으로 절대축을 세울 것, 그리고 그 절대축을 흔들지 않고 장기 확장성을 설계할 것. 이는 단순한 개발 공정이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다시 세우는 작업에 가깝다.

강연의 마지막에서, 토모히코 프로듀서는 오리진이 신규 팬에게는 삼국무쌍이라는 이름을 처음 맛보게 하는 관문이 되고, 기존 팬에게는 시리즈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속편이 아니라 ‘기원’이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