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5와 함께 진행되는 글로벌 게임 컨퍼런스 GCON 2025의 이튿날, 성경 기반 애니메이션인 '킹 오브 킹즈'로 북미 애니메이션 시장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모팩스튜디오의 대표 장성호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이번 행사는 '내러티브 및 서사'를 핵심 컨셉으로 삼은 만큼, 게임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종사자들이 무대에 올라 노하우를 나누었는데, 장성호 대표는 이날 킹 오브 킹즈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배운 수많은 교훈을 공유했다.

강연은 씨네21 송경원 편집장의 짧은 소개로 시작됐다. 작품은 처음부터 북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프로젝트이며, 한국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으로는 전례 없는 북미 흥행 기록을 세웠다. 송 편집장은 이 작품이 ‘기생충’을 넘어서는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출을 맡은 인물이 모팩 스튜디오를 설립한 장성호 대표라는 사실 또한 소개했다. 그는 한국 시각효과(VFX)를 이끌어온 1세대 전문가이자 스튜디오 대표로,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장편 연출에 나섰다.

장성호 대표는 처음부터 북미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와이드 릴리즈로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주변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수년간 할리우드 프로젝트에 참여해 쌓은 경험과 인맥, 그리고 철저한 시장 조사와 사전 협의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확신했다. 다만 어떤 소재로, 어떤 방식으로 북미 관객에게 도달할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고, 이 방향을 잡느라 제작 기간도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는 기대를 넘어섰으며, “많은 도움과 운이 맞물린 결과”라고 소회를 밝혔다.

▲ 씨네21 송경원 편집장(좌)과 모팩스튜디오 장성호 대표(우)

흥행 이후 변화는 즉각적이었다. 작품은 북미 개봉 첫 주, 개봉작 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이후 메이저 스튜디오급에서 협업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영화의 흥행이 겹치며 화제가 일부 묻히긴 했지만, 오히려 덕분에 국내 업계에서는 “우리도 할 수 있었는데”라는 자신감이 생긴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 당시보다는 훨씬 강한 관심이 미국 업계에서 감지된다며, 그동안 K-콘텐츠 중 공백처럼 남아 있던 ‘K-애니메이션’ 분야에 의미 있는 성과를 채웠다는 점에서 이번 흥행의 의미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연출 장르로 애니메이션을 택한 이유에 대해 장 대표는 개인적 성향과 현실적 판단이 함께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사랑해 왔으며, 모팩 스튜디오 운영을 통해 쌓은 기술력·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애니메이션이 더 적합했다고 판단했다. 한국 시장만으로는 제작비 규모가 맞지 않아 처음부터 북미 시장을 메인 타깃으로 삼았고, “한 번 실패하면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절대로 실패할 수 없는 기획이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북미에 도전하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보고, 보편적인 원작 기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일’을 발견했고, 예수의 이야기를 정식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다룬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다만 종교적 서사는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풀기 어렵고,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그는 “이 어려운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완성 후 큰 상징성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본인이 크리스천이라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강연 후반부에서 장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한국 창작자들에게 조언도 전했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 브로커 의존으로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며,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업무 프로세스와 실행 능력에서 세계적으로도 높은 신뢰를 받고 있으며, 이제는 우리가 해외 시장을 쫓아가는 단계가 아니라 해외가 한국 콘텐츠를 먼저 주목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비종교 소재의 차기작 시나리오를 개비 중이며, 킹 오브 킹즈는 크리스마스 시즌 비영어권 국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온라인 중심으로 홍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