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단 농심뿐만이 아니다. 최근 만난 LCK 관계자에 따르면, 리그 차원의 프랜차이즈 비용 33억 원 감면과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 구단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생존 자체가 지상 과제였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지속 가능한 운영을 논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은 이스포츠 산업 전체의 경사다.
다만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안도감 속에서, 우리가 한 번쯤 짚어봐야 할 지점이 있다. 재무제표상의 흑자가 LCK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는 프로게임단이 추구해야 할 최종 목적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LCK를 구성하는 10개 팀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리그를 지탱하고 있다. 어떤 팀은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팬덤을 확장하며 판을 키우고, 어떤 팀은 지출을 줄여서 영업 이익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흑자 전환은 분명 훌륭한 성과지만, 팬들이 기대하는 프로게임단의 모습은 단순한 '건실한 기업’ 그 이상일 것이다.
LCK의 프랜차이즈 시드권은 단순한 ‘참가 자격증’이 아니다. 전 세계 팬들이 지켜보는 e스포츠 리그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지극히 제한되고 특권적인 자리다.
같은 자리라도 그곳을 누가 채우느냐에 따라 창출되는 가치는 천양지차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유산을 남기지만, 누군가는 그저 1년의 일정표를 채우는데 급급하다. 만약 흑자 전환의 비결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이 아니라, 단순히 리그의 위상에 편승한 채 지갑을 닫아버린 결과라면 그 자리는 너무나도 뼈아픈 기회비용일 수밖에 없다.
리그의 품격은 리그 사무국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뛰는 팀들이 ‘우리는 이 자리에 왜 있어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증명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재정적 안정을 찾은 팀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숨통이 트인 만큼, 이제 장부를 덮고 LCK 게임단다운 품격과 비전을 보여줄 차례다. 자리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빛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