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해 보진 않았을지언정 다들 이름은 들어 봤을 바로 그 게임. 이스트소프트의 히트작이자 무려 2005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서비스를 시작한, 대한민국 MMORPG 중에서도 꽤나 숙성된 원로 게임이다.
워낙 많은 MMORPG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이기에 게이머 사이에서는 그냥 그 당시 나온 여러 MMORPG 중 하나라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로도 맞긴 하지만(...) 카발 온라인은 상당히 독특한 시스템이 많이 시도된 작품이었다. 여지를 주지 않고 끝내 버리는 서사 라인, 공들인 액션 연출, 그리고 리듬 게임과 반쯤 섞은 듯한 콤보 시스템까지 말이다.
여튼, 이후 카발2와 카발 모바일 등을 거치며 이스트소프트는 카발의 명맥을 꾸준히 이어왔고, 2025년에 이르러 '카발 RED'라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잠깐 우리의 직업 자아성찰을 할 시간이다. 대저 게임 기자란 무엇인가? 기자들을 모아 두고 토론을 시작하면 16세기 못지 않은 붕당 당쟁이 벌어지겠지만, 모든 게임 기자의 공통점은 이거다. 일단 게임이 나오면 '찍먹'해보는 사람이라는 것. '카발 RED'도 찍먹을 피해갈 순 없다 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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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명: 카발 RED
창작자 : 이스트소프트
배급사 : 이스트소프트
플랫폼 : PC, 모바일
키워드 : #디스토피아 #MMORPG #콤보 #액션
장르 : MMORPG

나, 시작하자마자 멸망을 막아 버렸다
나의 분신 김무스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캐릭터를 만들자마자 들리는 말은 세상이 대충 망할 위기라는 것. 이게 무슨 변고인가 싶어 어기적대며 밖으로 나가니 어머나 세상에 진짜 세상이 멸망 중이네? 어리둥절해 있는 내 캐릭터를 이끌고 '유안'이라는 예쁜 언니가 함께 멸망 격퇴를 위해 나섰다.

여튼 그렇게 괴물 무리를 쓱싹해가며 전진하자 눈앞에 멸망을 이끄는 괴수라는 '칼리브링어'가 등장했다. 나를 졸개처럼 데리고 다니던 유안 언니가 어느새 사라져서 응원을 시작했다. 뭐야 나보고 혼자 잡으라고?


여튼 그렇게 칼리브링어까지 간편히 해치워 버렸다. 뭔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엔딩을 본 느낌. 이게 그 유행이라는 이세계 치트물이라는 걸까? 김무스가 아닌 내 마음도 '이제 뭐함?'이라는 의문으로 차오르기 시작할 때, 갑자기 캐릭터의 눈이 감겼다. 아니 진짜 뭔데?
🕵※ 잠깐 TIP - 카발 RED는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환생하는 환생물의 서사 라인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초반엔 굉장히 강력한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게임 중반 이후 얻게 되는 각성기인 '배틀 모드'를 미리 시연해볼 수도 있다
헤이. 유 파이널리 어웨이크

로릭스테드... 아... 암 프롬 로릭스테드...
이게 무슨 변이란 말인가. 분명 1분 전에 멸망을 막고 있었는데 웬 시베리아 역마차의 짐짝이 되어 블러디 아이스인지 뭔지 모를 지역으로 후송되고 있었다. 탄 기억도 없는데 뭐예요.
여튼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온갖 사건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김무스를 덮쳤다. 거대한 낙석이 추락하더니 역마차를 덮쳐 버렸고, 날 깨워준 친구는 등장 15초만에 팬케잌이 되어버렸고, 검은 영혼석을 머리에 박은듯한 눈토끼가 갑자기 습격을 하는가 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총칼 2인조가 나서서 김무스를 구해준 후 본인들의 기지로 끌고 가 버렸다.




여튼 그렇게, 불과 1분 전까지 멸망의 짐승과 레슬링을 하던 김무스는 블러디 아이스 기지의 전초기지에 난데없이 떨어진 신출내기 용병이 되버렸다. 마침 도착하니, 나처럼 방금 도착한 신입 용병이 아주 그득하다. 수상할 정도로 두 글자, 혹은 한 글자 닉네임에 집착하는 이들을 우리는 신규 게이머라 부르기로 했다.
게임 시작 지역답게 블러디 아이스 캠프는 아주 개판인데, 온갖 고라니와 산양들이 캠프 앞까지 와서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대는가 하면, 좀비와 마물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게다가 단장은 실종 상태고, 부단장인 로건은 고문관이 따로 없다. 왜 전쟁 나면 바로 아군한테 총 맞을 것 같은 그런 사람 있지 않나.

그래도 뭐 어쩌겠나. 로건의 말을 따라 길 잃은 산양들을 족쳐 보급품을 회수하고, 주변 정리를 좀 하다 보니 레벨이 쭉쭉 오른다. 새로운 스킬도 배우고, 탈것도 얻고 하면서 김무스는 조금씩 더 강해졌다.
카발 RED의 게임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감상'이 된다. 영화보듯 본다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활동이 자동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게이머가 손을 댈 경우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100% 자동은 아니며 게이머가 손을 댈 수록 전투 효율이 급상승한다. 강력한 공격을 회피하거나, 후술할 콤보 시스템은 온전히 플레이어가 손으로 조작해줘야 한다


🕵※ 잠깐 TIP - 카발 RED는 오픈 필드 형태가 아닌, 지역별로 나뉜 맵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각 지역마다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가 존재한다. 서브 퀘스트 수행 시 영구적으로 캐릭터 능력치가 올라가는 '아이템 도감'에 넣을 수집품을 얻을 수 있다.
블러디 아이스의 절대자 김무스
그렇게 블러디 아이스의 토착생물들을 쥐어패며 인간의 영유권을 증명하던 김무스. 갑자기 어딘가에 별이 떨어지듯 강렬한 빛 기둥이 내리꽂혔고, 이 색다른 이벤트에 놀란 이들은 전부 다 김무스에게 가서 뭔지 니가 좀 알아보라며 옆구리를 찔러댔다. 빽도 없고 돈도 없어 서러운 김무스는 어쩔 수 없이 현장에 홀로 향하게 되는데 어머 저게 뭐시여.

마치 인간이 유일한 희망이라 여긴 대천사나 존 코너를 처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기계 병사처럼 멋진 포즈로 나타난 유안 언니. 대체 뭐 어떻게 나타난 건지는 몰라도 주변에 크레이터까지 생겼다. 멀찍이서 바라보다 내가 멀쩡한 듯 보이자 뒤늦게 달려온 리리스와 미첼이 신원불명 거수자인 유안 언니와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무스의 일과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김무스의 일은 블러디 아이스를 누비며 감히 인류에게 덤비는 건방진 축생들의 머리를 대검으로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일. 가장 큰 문제는 김무스의 직업이 '워리어'라는 것이다.
카발 RED에는 카발 온라인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직업 중 다섯 종이 준비되어 있는데 각각 포스 실더, 워리어, 포스 블레이더, 포스 아처, 위자드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포스 아처와 위자드는 원거리 캐릭터, 나머지는 근접 캐릭터인데, 일단 포스 실더와 포스 블레이더는 개체수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 게임을 하는 동안 본 적이 없다.
필드에서 보게 될 게이머 중 80%는 포스 아처, 나머지 19.5%는 위자드, 워리어와 기타등등이 0.5%를 아슬아슬하게 갈라먹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필드에 나가면 사냥을 할 수가 없다. 때리러 달려가면 이미 화살범벅이 되어 죽어있는 몬스터를 보며 '제발 한입만'을 외치게 되는 워리어의 삶. 이 아이가 행복을 알까요?

그래도 의지의 워리어 김무스는 어떻게든 해냈다. 그렇게 피비린내나는 블러디 아이스를 달콤살벌한 바닐라 아이스로 바꾸다 보면 또 다시 과거인을 만나게 된다. 유안 언니가 찾아야 한다고 말하던 현자 시리우스. 보자마자 빠릿빠릿하지 못하다며 꼽을 주더니 김무스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길을 준다.
그렇다. 나는 전사의 별이었다. 전사의 별은 멸망을 막기 위해 네바레스에 강림하며 이 사실은 고구려 수박ㄷ... 아니 고대 예언에 이미 적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나 자신을 넘어야 하고 시리우스는 마치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승님인 에인션트 원 처럼 김무스를 내면 세계로 날려 버렸다. 이후 내면의 나와 싸우는 시퀀스가 진행되는데, 여기서 바로 카발 온라인의 위대한 유산이자 독특한 전투 시스템인 '콤보 시스템'을 처음 체험하게 된다.

이후 한층 더 강해진 김무스는 콤보 시스템을 탑재한 채 '견습' 머리표를 손에 넣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블러디 아이스의 남은 어둠을 전부 걷어내고 다음 지역으로 향하는 것. 그렇게 파죽지세로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후려치다 보니 어느새 블러디 아이스 서사의 최종 보스가 눈 앞에 나타났다. 게임 초반, 미첼의 공중살법에 호되게 당해 미간에 고속도로가 생긴 그 지옥눈토끼가 말이다.

그래봤자 눈토끼. 이전의 약한 내가 아니란 말이지. 이 몸이 누구냐. 블러디 아이스에서만 500이 넘는 몬스터의 머리를 평평하게 다져준 얼음골 돈까스 망치이자 108계단 40단 컴보의 숙련자다.


그렇게 적법한 블러디 아이스의 지배자가 된 김무스. 글로벌 보스인 아이스 골렘도 있지만, 이 친구는 여럿이 달려들어야 뭐가 되는 규격 외의 친구이니 일단 넘어가자. 원래 뒷산에 호랑이가 살아도, 인간은 왕 노릇 할 수 있는 거다.
하여튼, 짧았지만 격렬했던 젊은 때를 보낸 김무스는 다음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 무너진 탄광을 건너 '크림슨 디스파이어'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김무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여러분의 재미를 내가 다 뺏어갈 순 없으니까.

🕵※ 잠깐 TIP - 카발 RED는 대부분의 MMORPG와 마찬가지로 원거리 캐릭터들이 사냥에 강세를 보이지만 한 대만 때려도 처치한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근접 캐릭터들이 마냥 큰 손해를 보진 않는다.
카발 RED의 특징 중 하나는 서사가 매우 명료하다는 점이다. 고유명사가 툭툭 등장하긴 하지만, 딱히 거슬리지는 않는다. 멸망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가 대충 망한 세계에서, 다시 찾아올 멸망을 막기 위한 '전사의 별'로서 성장한다는 시놉시스가 굉장히 직관적으로 들어온다.
과금이나 P2W 요소는 게임 초반부를 플레이하는 과정에선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재화 수급이 어렵지 않고, 소모품도 넉넉하게 주는데다 초반은 그런 것 없이도 진행 가능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중반 이후부터는 조금씩 필요한 시기가 온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너무 심하다'라는 불평의 채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게이머가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다 갖춘 게임은 아니지만, 카발이라는 게임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건 모두 갖춘 리부트작 카발 RED. 한 번쯤 '찍먹'은 해볼 만 할 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