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시련을 겪은 농심 레드포스는 2026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한다. 스토브 리그 동안 크고 작은 재정비를 통해 팀의 분위기 쇄신과 경기력 향상에 대한 의지를 비쳤다. 먼저 새 사령탑으로 '댄디' 최인규 감독을 선임했고, LPL에서 9년을 뛰었던 '스카웃' 이예찬을 전격 영입했다. 올 시즌 LPL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태윤' 김태윤도 합류했으며, 3년 차를 앞둔 '스폰지' 배영준이 정글 포지션을 채웠다.
인벤은 새롭게 농심 레드포스의 지휘봉을 잡게 된 최인규 감독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와 2026 시즌에 대한 청사진을 들어봤다. 이날 최 감독은 기존 멤버인 '킹겐' 황성훈과 '리헨즈' 손시우에 대한 믿음과 식스맨을 택한 '칼릭스' 선현빈에 대한 든든한 마음을 전했고, '스카웃'의 리더십, '태윤'의 성실함, '스폰지'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4년간 몸담은 한화생명e스포츠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한화생명e스포츠와는 코치 생활을 포함해 거의 4년을 함께했다. 그동안 사실 서로 목표로 했던 성적을 내지 못했고, 어떻게 보면 좋은 이별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나에게 정말 잘해줬던 회사였고,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시즌 중에는 당연히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결국 승부의 세계에서 중요한 건 과정보다 결과이지 않나. 어쨌든 우리가 목표한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 그런 부분에서는 서로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한화생명e스포츠에 있던 4년간 좋은 환경에서 여러 선수들과 함께하며 정말 즐거웠다.
한화생명e스포츠에 있을 당시 함께한 여러 선수 중 특별히 기억에 남은 선수도 있을까.
“아무래도 '제카' 김건우 선수, '바이퍼' 박도현 선수와 가장 오래 함께 했다 보니까 가장 먼저 떠오른다. 두 선수가 상반된 스타일인데, 둘 다 나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줬다. 두 선수 덕분에 내 스스로를 틀에 가둔 그런 고정관념을 깼던 경험도 있다. S급 선수들이다 보니까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좋은 순간도 너무 많았다.
2023 시즌에 처음 감독직을 맡았고, 3년의 경험을 쌓았다. 어떤 부분이 가장 달라진 것 같나.
“사실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다. 선수들을 대하는 것도,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도 어려웠다. 이제는 그런 부분이 조금 무뎌졌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니까 오히려 부담을 내려놓고 최선의 선택을 하자는 생각이다. 선수들과의 관계도, 예전에는 감정이 상하는 상황에서 그걸 떨쳐내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그런 게 쉬워졌다. 공적인 부분에 감정을 섞지 않도록 나 스스로도 성장한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새로운 팀, 농심 레드포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먼저 팀에 합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
“
전 소속 팀과 계약이 종료되고, 농심 레드포스 측에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당연히 농심 레드포스도 올해 보여준 성적과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을 거고, 여러 상황을 봤을 때 내가 이 팀에 합류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거라고 봤다. 개인적으로는 내 능력을 더 시험해 볼 수도 있고, 팀과 함께 목표한 바를 이룬다면 그 리턴도 엄청 클 거다. 또, 로스터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투자에 대한 의지가 확실했기 때문에 내년이 기대가 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26 시즌 로스터가 완성됐을 때, 팀에서는 신구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 역시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탑, 미드, 서포터 선수들이 경험이 엄청 많은 베테랑이고, 정글과 원딜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다. 그런 면에서 밸런스가 좋고, 또 내가 잘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선수들과 생활하면서 성격과 인게임 플레이를 지켜봤는데, 충분히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 개개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먼저 탑 '킹겐' 황성훈과는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1년을 함께 했는데, 여기서 재회하게 됐다.
“당연히 반가웠다. 성훈이가 성격이 워낙 좋다. 같이 있던 건 1년이지만, 뭔가 사건·사고가 많아서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시 만났을 때는 딱히 긴 이야기도 필요 없었다. 인게임적으로도 성훈이가 농심 레드포스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가 좋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다.
'스폰지' 배영준은 올해 DRX에서 다소 힘든 시즌을 보냈고, 데뷔 3년 차부터는 농심 레드포스에서 뛰게 됐다. 정글러 출신인 최인규 감독이 보는 '스폰지'는 어떤지.
“사실 나는 데뷔 첫해에 '스폰지' 선수가 보여줬던 좋았던 모습들을 계속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입단이 확정되었을 때도 좋게 생각했다. 합류하고 나서는 이야기도 나눠보고, 플레이도 지켜보고 했는데, 충분히 크게 될 자질을 갖춘 선수다.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좋고, 팀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어느 정도 장착되어 있다. 팀과 호흡을 잘 맞춰 가면서 어떤 한계를 한 번 뛰어넘을 수만 있다면 굉장히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미드에는 거물급 선수가 왔다. '스카웃' 이예찬이 거의 10년 만에 LCK로 복귀한다. 최인규 감독이 중국에서 선수로 뛸 당시, 활동 시기가 약간 겹치는 걸로 알고 있는데.
“EDG에 '데프트' 김혁규 선수와 같이 있었을 때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어서 그 얘기를 잠깐 했는데, 아예 기억을 못하더라. 섭섭했다(웃음). 어쨌든 그때 '스카웃' 선수와 지금의 '스카웃' 선수는 좋은 쪽으로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무르익었다고 해야 하나. 노련해졌다. 말도 잘 통하고, 인게임적에서 나의 역할을 같이 수행해준다. 피드백 할 때도 적극적이고, 본인 것 이외에 다른 선수들도 잘 잡아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식스맨으로 있는 '칼릭스' 선현빈 선수도 빼놓을 수 없다. 신인상 후보에 오를 만큼 올해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고, 그래서 팀에 남겠다는 선택이 의외이기도 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어떤가.
“올해 워낙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팀에 남겠다고 했을 때 정말 든든한 식스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수 본인도 '스카웃' 선수가 굉장한 베테랑이다 보니까 보면서 배울 게 많이 있다고 판단했다. '칼릭스' 선수의 그런 결정이 결국 농심 레드포스라는 팀이 펼칠 1년 간의 장기 레이스에서는 정말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본다.
원딜 포지션에도 새로운 선수가 왔다. 중국에서 돌아온 '태윤' 김태윤이다.
“아직 스크림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건 확실하다. 거기에 더해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게 원딜임에도 불구하고 콜이나 움직임이 굉장히 적극적이다. 또, 정말 열심히 한다. 스크림을 잘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봤던 것 같다. 올해 LPL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줬는데, 팀에 잘 적응한다면 충분히 차기 시즌에도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팀의 주장, '리헨즈' 손시우 선수가 있다. 어느 팀을 가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는 선수라고 알려져 있는데.
“선수, 감독 생활 통틀어서 얼굴도 거의 본 적이 없고, 접점이 별로 없었던 선수다. 이번에 농심 레드포스로 오면서 처음 봤는데, 이미 한 몇 달 같이 했던 것처럼 되게 편하다. 확실히 성격이 워낙 좋아서 팀원들이 힘들 때 분위기도 잘 끌어주고 그런 모습이 큰 장점인 것 같다 .
오랜 기간 동안 농심 레드포스에 있었던 '첼리' 박승진 전 감독이 코치로 보직을 변경하기도 했다. 보직 변경을 결정하기 전에 최인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들었는데.
“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첼리' 코치는 일단 사람 자체가 너무 좋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코치로서의 능력이 감춰져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감독으로서 다른 부분을 잡아주면, '첼리' 코치가 코치로서 정말 좋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같이 한번 해보고 싶었다.
아직 호흡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팀의 색깔이나 방향성은 어느 정도 보이는지.
“우리는 곧 개막하는 KeSPA컵을 내년 1년의 목표를 설정하는 시작점으로 보려고 한다. 아직은 스크림도 2~3일 정도밖에 하지 않기도 했고, 우리의 팀 컬러를 정해 놓고 싶지는 않다. 피어리스가 도입되고 나서부터는 그런 걸 정해 놓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습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KeSPA컵이 시작점이라면, 목표하는 성적은 무엇인가.
“당연히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지만, 그래도 너무 조급해 하지 않으려 한다. 짧은 연습 기간이지만, KeSPA컵에서 그 짧은 연습을 검증해보고, 본 시즌을 위해 확실하게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채워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팀 입장에서도 로스터를 보강했으니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더 높은 성적을 바라볼 거다. 2026 시즌 전체에 대한 목표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팀이 kt 롤스터였다. 내년에는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시즌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결국 플레이오프 때 준비된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어리스에 맞춰서 다전제에 갔을 때 밴픽이든 인게임플레이든 허겁지겁 맞추지 않게끔 시즌 초반부터 내실을 잘 다지겠다.

사실 전 소속 팀에 있을 당시 '슬로우스타터'라는 세간의 평가도 있었다. 메타에 맞는 밴픽을 완성하는 시간이 다른 강팀에 비해 다소 오래 걸린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런 평가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피드백으로 수용하고 있다. 밴픽이 온전히 코치진만의 몫은 아니지만, 모든 팀은 다 그들만의 고충이 있고, 감독의 주도 하에 그걸 어떻게 잘 극복했냐의 차이로 순위가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슬로우스타터'라는 피드백이 개인적인 숙제다. 다음 시즌에는 지난 세월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준비를 더 잘해서 나에 대한 그런 평가를 지우고자 한다.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최근 배구 예능을 통해 최고의 선수가 감독이 되어서 맞닥뜨리는 고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직접 느낀 선수 출신 감독의 장단점은.
“사실 시즌이 지나면서 선수들의 고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가 선수였을 때보다 더 고도화된 운영을 습득하고,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만이 살아남았다고 본다. 물론, 내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고점은 항상 선수들이 더 높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고 하는 건 크게 없다. 오히려 장점이 많다. 가장 큰 건 무대에서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범위 같은 걸 조금 더 잘 알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하는 게 100%지만, 실제로 경기에서 그걸 생각하고 완벽히 해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걸 먼저 알고, 선수들에게 더 쉬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다.
그래도 당대 최고의 정글러 출신이지 않나. '나라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정말 없나.
“당연히까지는 아니고, 정말 가끔 그럴 때는 있다. 방금 건 내가 했으면 진짜 잘할 수 있었겠다(웃음). 그렇다고 풀 타임을 내가 이 선수보다 잘할 수 있다는 절대 아니다. 어느 한순간, 이 플레이 나도 잘할 수 있는데. 딱 그 정도다. 그래서 스크림이나 대회를 보면 가끔 마음 깊은 곳에서 열정이 한 번씩 끓어오르기도 한다. (그런 감정은 어떻게 해소하나.) 그냥 솔로 랭크나 한다(웃음).
이제 감독으로서 네 번째 해를 앞두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선수로서 월즈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만큼, 감독으로서도 같은 경험을 하고 싶을 것 같은데.
“짧게 보면, 농심 레드포스에서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을 내는 것이 내년의 목표다. 길게 보면, 감독으로서 월즈에서 우승을 하는 게 당연한 목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감독으로서 나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완벽한 감독이 아니라 자신만의 확실한 스타일이 있는 그런 감독이 돼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고 싶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어느 팀에 가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좋은 감독을 꿈꾼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희노애락을 함께 할 농심 레드포스의 팬분들에게 인사 전하면서 인터뷰 마치겠다.
“농심 레드포스에 합류하고 처음 인터뷰로 인사 드리게 됐다. 새롭게 꾸려진 로스터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선수들, 코치진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 드린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