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상하이 쉬후이구 시안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년도 중국 게임산업연회에서 쑨서우산 중국음상여디지털출판협회 이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기능을 이같이 재정의했다.
이는 다가올 제15차 5개년 계획을 앞두고 게임 산업을 국가 문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격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계획은 오는 3월 중국 '양회' 기간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음상여디지털출판협회(CADPA)는 국가신문출판서의 관리 감독을 받는 중국 내 유일한 전국 단위 산업 기구다. 중국 업계에서 CADPA의 입장은 당국의 정책 기조를 대변하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통한다.

쑨 이사장은 이날 연설에서 "고전의 예악시서가 인문 실천을 통해 사회를 자양했듯이, 게임이 신시대의 예악시서가 되어 문명을 담고 혁신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5년 중국 게임 시장 매출이 3507억 8900만 위안(약 72.7조 원, 전년 대비 7.68% 성장)을 기록하며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이제는 질적 고도화와 문화적 내실을 다져야 할 시점이라며 4가지 핵심 방향을 제시했다.
쑨 이사장은 게임을 '신시대의 예(禮)'로 규정하며 디지털 문명 질서와 가치의 교정기 역할을 주문했다. 전통적인 예가 행동 규범을 정했다면, 게임의 예는 가상 세계의 규칙 준수와 사회적 책임의 내재화를 의미한다. 그는 '검협정연'이 민족 대의를 다루고, '은형수호자'가 혁명 역사를 통해 이상과 신념을 전달한 것을 예로 들며, 우수한 게임은 유저가 질서를 이해하고 공정성을 배우는 디지털 예절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둘째, 게임은 '신시대의 악(樂)'으로서 국민의 심미적 소양을 함양하는 정화제 역할을 맡는다. 쑨 이사장은 게임이 문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이 융합된 종합 예술임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유저에게 심미적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례로 '명일방주'의 '음율연각' 콘서트가 청각적 경험을 확장한 점과, '원신'이 경극 '신녀벽관'을 재해석해 전 세계에 동방 미학을 전파한 성과를 언급했다.
이어 '신시대의 시(詩)'로서의 게임은 문화적 뿌리를 계승하고 시대정신을 서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고전 시가 뜻(志)을 언어로 표현했다면, 게임은 인터랙티브 서사를 통해 중국의 독자적인 '디지털 시학'을 구축한다는 논리다. 쑨 이사장은 명화 '천리강산도'를 게임화한 '묘필천산'과 동방 신화를 철학적으로 재해석한 '검은 신화: 오공'을 거론하며, 이러한 작품들이 유저를 시대의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만들어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게임은 '신시대의 서(書)'로서 지식을 전파하고 미래를 탐구하는 살아있는 교실이 되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는 기능성 게임을 통해 난해한 지식을 상호작용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것을 뜻한다. 탄소 중립 개념을 다룬 '탄탄섬'과 우주 과학 체험을 제공하는 '나는 우주비행사다' 등이 언급됐으며, 쑨 이사장은 이를 통해 게임이 '놀이'를 넘어 '학습'의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쑨 이사장은 이러한 '예악시서'론을 바탕으로 다가올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게임 산업이 견지해야 할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문화가 영혼이 되고 기술이 날개가 되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품질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중화 문명의 전파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창작의 올바른 방향성과 운영의 도덕적 기준을 확립하여 게임이 사회주의 문화 번영에 기여하는 긍정적 에너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중국 게임 산업은 개발 비용 상승과 시장 내 동질화 경쟁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협회 측은 이번에 제시된 '예악시서'로서의 가치 재정립이 단순한 수사를 넘어, 산업의 고품질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