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생소한 트레일러가 하나 올라왔다. '에볼라 빌리지(Ebola Village)'라는 게임. 제목도 특이했지만, 영상 내용이 더 놀라웠다. 딱 봐도 AI로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썸네일,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로고 폰트와 게임플레이, 빵봉지를 쓰고 전기톱을 든 마을 주민의 추격 장면까지. 영상 댓글란에는 의문과 당혹스러움을 표하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아들, 아빠가 바이오하자드 사왔다", "이거 공식 계정 맞아요?"라는 식의 댓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코타쿠, 더 게이머 등 유명 해외 외신들도 의문을 표했다. 게이머들이 의아해한 건 게임의 품질보다도, 왜 플레이스테이션이 공식 채널에서 이런 게임을 소개하느냐는 점. 사실, 이건 처음이 아니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slop'(AI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을 2024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원래는 '싸구려 기성복', '찌꺼기'를 뜻하던 단어가 이제는 인터넷에 넘쳐나는 쓸모없고 무의미한 AI 콘텐츠를 지칭하는 신조어로 널리 쓰인다.

비단 유튜브나 틱톡만의 문제가 아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조금만 돌려봐도 눈에 띄는 패턴이 있다. '트랄랄레로 트랄랄라'를 검색하면 신발 신은 상어 이미지 게임이 열두 개 쯤 뜨고, 퉁퉁퉁퉁 사후르나 봄바르딜로 크로코딜로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게임은 어떤 의미도, 성의도 없다. 유행한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 이미지(배경도 제거하지 않은 사각형 형태로!)가 내려오는 슈팅 게임의 형상을 한, 말 그대로 슬롭(Slop)이다.

소니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2025년 2월, IGN의 보도 이후 사건의 원흉(?)이나 다름 없는 RandomSpin의 게임 일부가 스토어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한 퍼블리셔를 제거하면 다른 퍼블리셔가 나타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는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갓 오브 워', '라스트 오브 어스', '아스트로봇'이 있다. 문제는 이런 게임들과 무의미한 저품질 게임들이 같은 공간에 나란히 배치된다는 점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게임이 시간과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아스트로봇'을 즐긴 사람들이 2026년 출시 예정작으로 떡하니 등록되어 있는 '아스트로픽스 갤럭시 퀘스트(Astrofix Galaxy Quest)'를 보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들까?

더 주목할 점은 일부 저품질 게임들이 공식 채널을 통해 홍보된다는 점이다. 에볼라 빌리지는 그 예시 중 하나다. 이미 스팀에 올라온 '에볼라 빌리지'(심지어 '에볼라' 시리즈가 있다)의 리뷰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게임의 진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게임을 더 할 바엔 진짜 에볼라에 걸리겠다"

▲ 1만 8천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가며 귀중한 리뷰를 남긴 이들

개발 진입장벽이 낮아진 건 게임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다. 언리얼 엔진, 유니티와 같은 툴 덕분에 소규모 팀이나 1인 개발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AI 기술은 아트 에셋 제작 비용을 줄여주고, 개발 시간을 단축시켜 줬다. 수많은 독립 개발자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을 기회를 얻었다.

문제는 이런 'AI 슬롭'과 같은 저품질 게임들이 양질의 게임을 가린다는 점이다. 한 소규모 개발팀이 수년간 공들여 만든 게임이, 짧은 시간에 제작된 수십 개의 게임들 사이에서 발견되지 못한다면? 플랫폼이 열린 공간이 되는 건 좋지만, 그로 인해 진심을 다한 창작자들이 빛을 보지 못한다면 문제가 된다.

자신의 게임을 플랫폼에 출시하고 홍보하는 것은 모든 개발자가 가지는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쓰레기장'이 되어가는 스토어를 정리하고, 양질의 게임이 발견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플랫폼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