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사마다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다 다를텐데, 장애인 지원 기준을 통합하면 서로 편하지 않겠습니까?"
한 참석자의 이 질문에 개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처럼 현재 게임 시장에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통일된 '표준'이 부재하다. 게임마다 조작 키 설정과 신호 입력 방식이 제각각이다 보니, 특정 게임을 위해 세팅한 고가의 보조기기가 다른 게임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장의 기술 지원 담당자들은 이러한 비표준화의 고충을 여실히 드러냈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관계자는 "콘솔 게임의 경우 게임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키가 전부 달라 장애 당사자가 혼자 세팅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원 인력 없이 장애인 홀로 게임을 즐기기엔, 게임사마다 다른 인터페이스가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센터 측은 키보드 입력을 다른 신호로 변환해 컴퓨터를 인식시키는 '맵핑(Mapping)'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이를 두고 "사실상 컴퓨터를 속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는데, 여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시연장에서는 "맵핑 과정에서 보안 프로그램이 이를 '불법 매크로'나 '핵'으로 오인해 계정이 정지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 섞인 질문이 나왔고, 관계자 역시 "아직 큰 문제는 없었지만, 게임사마다 정책이 달라 우려되는 부분"임을 인정했다. 개별적인 대응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지점이다.
업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장애인 게임 표준'을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의 재미와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리인 '접근성' 영역에서만큼은 경쟁이 아닌 '연대'가 필요하다.
현장에서도 "게임사끼리 장애인 표준을 만들어 통일하면, 덜 바꾸면서도 더 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나왔고, 개발 관계자 또한 "표준이 생긴다면 호환성 확보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보조기기 입력 신호의 표준화 △장애인 접근성 UI/UX 가이드라인 공유 △보조기기 사용자에 대한 제재 예외 정책 등을 공동으로 마련한다면 어떨까.
협업의 기대 효과는 분명하다. 게임 개발사는 접근성 기능을 게임마다 처음부터 개발해야 하는 중복 투자를 막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보조기기 제조사는 범용 기기 제작이 가능해져 기기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무엇보다 장애인 이용자는 "이 게임을 내 기기로 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고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콘텐츠를 넘나들 수 있게 된다.
카카오게임즈의 이번 발표회는 '모두를 위한 게임'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가능성을 보편적인 권리로 안착시키는 '표준'이다. 장애인들이 마주한 높은 장벽을 허무는 일은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게임 업계가 서로의 손을 잡고 '표준'이라는 길을 닦을 때, 비로소 게임은 진정한 의미의 '모두의 놀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