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개발자들도 영화인처럼 존중받는 무대를 만들겠다."
10여 년 전, 자신의 직장인 방송사를 박차고 나온 한 젊은 게임 기자의 다짐이다. 그는 게임이 단순한 '아이들 놀이'로' 취급받는 게 싫었다. 그래서 사비 100만 달러를 들여 시상식을 만들었다.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 이하 TGA)'의 수장, 제프 케일리(Geoff Keighley) 이야기다.
무모해 보였던 그의 도전은 크게 성공했다. 그가 만든 게임쇼는 2025년 무려 1억 7천만 명이 지켜봤다. 미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는 TGA를 "비디오 게임을 주류 문화의 정점으로 끌어올린, 명실상부한 '게임계의 오스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게임 개발자를 위한 시상식'을 꿈꿨던 TGA는 지금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TGA는 성공했다. 그리고 성공한만큼 몸집이 거대해졌다. 거대한 몸집은 돈을 필요로 했고, 고액의 광고들이 행사를 집어삼켰다.
시상식의 주인공이 '사람'에서 '신작 트레일러'로 바뀌었다. 수상 소감을 "시간 없다"며 오케스트라 연주로 끊고 광고를 트는 장면은 주객전도의 결정판이었다. 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TGA가 "시상식이 아니라 3시간짜리 광고판"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은 수치로도 증명됐다. 제프 케일리가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2.8%가 올해 쇼에 대해 'D 등급 이하(D or Below)'라는 낙제점을 줬다. 역대급 시청률이라는 성적표 뒤에 가려진, 싸늘한 민심의 현주소다.

지난 9일 열린 'New Game+ Showcase 2026'은 자본에 잠식된 TGA에 반발해 생겨난 게임 쇼이다. 루크 스티븐스, 제이크 럭키 등 유명 크리에이터들은 "유료 광고 슬롯 없는 게임쇼"라는 기치를 들고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인디부터 AAA 대작까지, 오직 '게이머 입장에서 진짜 기대되는 게임인가' 하나만 생각해 라인업을 채웠다고 전했다. 진행 방식도 달랐다. 소파에 둘러앉아 개발자의 인터뷰를 듣고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거의 4시간 가량을 신작 게임과 게임 개발자의 인터뷰로만 행사를 채웠다.
물론,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평가는 냉정했다. 대중은 "너무 길고 지루하다"고 평했고, 일부 외신은 "불필요한 잡담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첫 시도인 만큼 투박하고 설익은 진행은 분명한 한계였다.
그러나 이들이 던진 돌은 작지만 분명한 물결을 일으켰다. 스트리밍 방송은 14만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했고, IGN, 게임스팟 등 서양 매체 뿐만 아니라 17173.com 등 다수의 중국 매체들도 'New Game+ Showcase 2026'에 나온 게임과 개발자의 인터뷰를 다뤘다. 다음을 기대할 만큼의 동력은 얻은 셈이다.
이들의 앞날이 마냥 희망차 보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더라도 성공은 필연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몸집은 그만큼의 '연료'를 요구한다. 지금 비판받는 TGA 역시 처음에는 순수했으나, 생존과 확장의 과정에서 변했다. 'New Game+ Showcase'라고 해서 자본의 중력으로부터 계속 자유로울 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미래의 변질이 두려워 오늘의 시도조차 폄하할 수는 없다. 설령 끝이 좋지 않더라도, 잃어버린 '게임의 본질'을 되찾으려는 고민과 몸부림은 그 자체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렇기에 섣부른 우려보다는, 이들의 순수한 열정을 믿어주고 싶다. 이들이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소파 위에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웃고 있을 수 있을까? 그 유쾌한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