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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명: 아크 레이더스 (ARC RAIDERS)
  • 개발사 : 엠바크 스튜디오
  • 배급사 : 넥슨
  • 플랫폼 : PC(Steam/Epic Games), PS5, Xbox
  • 키워드 : #카세트 퓨처리즘 #생존 #탈출
  • 장르 : 익스트랙션 슈터

2026년 1월 13일, 엠바크 스튜디오는 '아크 레이더스'의 누적 판매량이 1,240만 장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5년 10월 30일 출시 이후 약 2개월 만의 성과다. 출시 첫 2주 동안 400만 장을 판매하며 모회사인 넥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출시작이라는 타이틀을 받은 '아크 레이더스'는, 이후에도 판매 속도를 유지하며 추가로 840만 장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한국 게임사가 관여한 게임 중 최단 기간 판매 기록이다. 2017년 출시 후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배틀그라운드(PUBG)'도 2개월 만에 이 정도 판매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PUBG가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선도주자로서 바이럴 효과를 누렸다면, 아크 레이더스는 이미 정의된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에서, 완전히 새로운 IP로 이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후속작도, 리메이크도 아니다. 엠바크 스튜디오의 전작 '더 파이널스(The Finals)'가 있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이기에 IP나 개발사의 인지도를 활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아크 레이더스는 말 그대로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만으로 1,240만 명의 플레이어를 끌어모았다.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에서도 이는 유례 없는 수치다. 장르 자체를 정의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가 7년에 걸쳐 추정 1,000만 판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크 레이더스는 2개월 만에 그 수치를 넘어섰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게임이 개발 중간에 프로젝트를 전면 리셋하고, 3년 만에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재탄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1,240만 장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판매 성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엠바크 스튜디오에게, 그리고 익스트랙션 장르에게,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 1. '배틀필드' 개발자들의 새로운 증명


'아크 레이더스'의 놀라운 초기 흥행 이후, 엠바크 스튜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3부작 다큐멘터리 '아크 레이더스의 진화(The Evolution of ARC Raiders)'를 공개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대니 오드와이어(Danny O'Dwyer)가 진행한 이 시리즈에선 꽤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는 코드명 '파이오니어(또는 PIO-01)'로 불린 초기 프로젝트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PIO-01은 40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협동 레이드 게임이었다. 스테판 스트랜버그(Stefan Strandber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완다와 거상, 레프트4 데드, 그리고 PUBG 사이 어딘가의 벤 다이어그램을 이야기했다. 종이 위에서는 우리에게 정말 매력적인 컨셉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3년간의 개발 끝에 내린 결론은 냉정했다. 스트랜버그에 따르면 프로젝트는 "50번 중 한 번만" 정말 재미있었고, 나머지는 지루하거나 별로였다. 개발진은 특히 '10Km 달리기' 문제를 지적했는데, 40명의 플레이어가 거대한 맵에 흩어져 있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채로 달리기만 했던 것이다.

▲ '아크 레이더스'의 개발 비화가 궁금하다면, 다큐멘터리 3부작을 꼭 보자

2021년, 결국 프로젝트는 전면 리셋됐다. 2023년 수석 프로듀서로 합류한 알렉산더 그론달(Aleksander Grøndal)은 당시 상황을 "출시 6개월 전에 왔는데, 프로젝트가 무엇이 되려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재미있는 순간들이 있지만, 일관되게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대부분의 스튜디오는 이런 실패를 숨기지만, 엠바크는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실패한 프로토타입을 보여주고, 개발진의 솔직한 고백을 담았다. 리셋 후 3년 동안의 재개발을 거쳐 탄생한 게임이 출시 2개월 만에 1,240만 장을 판매했다. 그 실패를 공개할 용기에 대한 시장의 답변이었다.


💡 2.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가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 패트릭 쇠더룬드(Patrick Söderlund) 엠바크 스튜디오 CEO

패트릭 쇠더룬드(Patrick Söderlund)가 엠바크를 창립하기 전, EA DICE에서 품었던 질문은 명확했다. "이제 1,000명 이상의 제작진을 관리하게 됐다. 게임들이 더 많아지고 더 높은 품질이 됐지만, 실제로 더 나은 게임일까?"

엠바크의 핵심 인력은 대부분 EA DICE 출신이다. 배틀필드 시리즈를 만들어 온 베테랑들이 100명 규모의 작은 스튜디오로 모여 증명하려 한 것은 "작은 팀도 대작을 만들 수 있다"는 명제였다. 그리고, 그들은 해냈다.

2023년 12월 출시된 '더 파이널스(The Finals)'는 무료 플레이 FPS로 스팀 동시접속자 23만 명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그리고 2025년 10월, 유료 게임으로 출시된 '아크 레이더스'는 첫 2주 만에 400만 장, 2개월 만에 1,240만 장을 판매하며 상업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성공을 거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엠바크가 개발한 두 게임이 완전히 다른 장르와 비즈니스 모델로 각각 성공했다는 것이다. 더 파이널스는 빠른 페이스의 파괴 기반 FPS, 아크 레이더스는 (비교적)느린 페이스의 긴장감 있는 익스트랙션 슈터다. 하나는 F2P, 하나는 유료 모델이다. 엠바크는 장르적 다양성과 비즈니스 모델의 유연성을 동시에 증명했다.

100명 규모의 스튜디오가 1,000명 규모의 스튜디오보다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적어도 엠바크는 가능했다.


🌎 3. 글로벌 시장의 확고한 발판을 마련한 넥슨

엠바크 스튜디오의 최대 주주는 넥슨이다. 넥슨은 엠바크 설립 초기인 2018년 11월부터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2019년 두 차례에 걸친 추가 투자를 통해 2022년 완전 자회사로 인수했다. 약 7년에 걸친 이 여정은 넥슨의 글로벌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넥슨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7년의 긴 개발 기간 동안 프로젝트 리셋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2021년 PIO-01 프로젝트가 폐기되고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재개발될 때, 넥슨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을 맺었다.

아크 레이더스는 넥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출시작이 됐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아시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넥슨이 서구 시장에서도 대형 히트작을 확보한 것이다.

1,240만 장 판매는 단순 계산으로도 약 6억 달러(약 8,4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의미한다. 플랫폼 수수료와 개발사 배분을 고려하더라도 넥슨의 투자 회수는 충분히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 (왼쪽부터) 넥슨 이정헌 대표, 엠바크 스튜디오 패트릭 쇠더룬드 대표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 전망이다. 아크 레이더스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으로 설계됐고, 시즌 콘텐츠와 배틀 패스를 통한 지속적 수익 창출이 예정돼 있다. 게다가, 엠바크는 전작 '더 파이널스'의 사례를 통해 '장기 서비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깨달았다.

넥슨의 전략은 명확하다.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이미 보유한 인기 IP를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는 '종적 확장'과, 아크 레이더스 같은 신규 IP를 확보하는 '횡적 확장'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2024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 월드'와 모바일 게임 '메이플 키우기'는 종적 확장의 성공 사례다. 특히 메이플 키우기는 출시 직후 글로벌 모바일 매출 상위권에 진입하며 기존 IP의 가치를 새로운 플랫폼과 장르로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크 레이더스는 횡적 확장의 성공 사례다. 기존 IP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IP를 서구 시장에서 1,240만 장 판매하며 성공시켰다. 한국 게임사가 글로벌 퍼블리셔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출시 2개월 만에 확보한 1,240만 명의 플레이어 베이스에 넥슨이 그간 쌓아온 라이브 서비스의 노하우가 더해진다면, 향후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한 수익화 가능성에도 많은 기대가 실린다.


🎯 4. 익스트랙션 장르에게 '1,240만'의 의미란

익스트랙션 슈터는 꽤 오랫동안 하드코어 장르로 분류됐다. 장르의 시조 격인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는 악명 높은 학습 곡선,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 페널티, 복잡한 탄도학과 부상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2017년 베타 출시 이후, 위에서 언급한 거대한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며 2024년 기준 추정 1,000만 판매를 기록했다.

"7년에 걸친 1,000만 장 판매",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시장 규모는 그 정도로 여겨졌다. 그 기간 동안 '타르코프'보다 유명한 익스트랙션 게임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전유물이자, 대중화되기 어려운 장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아크 레이더스가 기록한 '2개월 만에 1,240만 장'이라는 수치는, '익스트랙션 = 하드코어'라는 통념을 깨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타르코프가 가진 여러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크 레이더스의 핵심 설계였다. 죽어도 기본 장비는 항상 제공되고, 제작에 시간 제한이 없으며, 튜토리얼과 온보딩 과정이 체계적으로 구축됐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한 게임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동맹을 형성하게 하고, 그것이 실제로 우리의 킥이다. 그 불안정한 동맹이 유기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것"이라며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핑, 이모트)을 통한 협력 유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익스트랙션 슈터는 하드코어 장르가 아니었다. 단지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였을 뿐이다. 아크 레이더스는 진입장벽을 낮추면, 그리고 신규 IP라도 제대로 만들면 시장이 10배 이상 커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익스트랙션 장르의 특수성(느린 페이스, 긴장감, 높은 리스크)은 극복해야 할 약점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면 강점이 될 수 있는 요소였다. 아크 레이더스는 그 선입견을 깨고, 장르의 본질적 재미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 이제는 밈이 되어버린 '돈슛단'

아크 레이더스의 또 다른 실험은 비즈니스 모델(BM)이었다. 초기에는 F2P로 개발되고 있었지만, 2023년 중반 즈음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다큐멘터리에서도 F2P 모델 포기의 이유를 들어볼 수 있다. 알렉산더 그론달 수석 프로듀서는 "F2P 게임은 분명 많은 플레이어를 끌어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크 레이더스'의 재탄생이 될 것을 구축하기 시작했을 때, 팀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F2P? 이게 우리에게 올바른 모델인가?"라고 밝혔다.

한 레벨 디자이너는 "F2P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오래 머물도록 콘텐츠를 조금 더 '질척거리게' 만들어야 한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조금 더 그라인드(노가다)가 필요하다. 마치 개발진이 플레이어의 이마에 손을 대고 '기다려!'라고 하는 것 같았고, 사실 그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유료 모델로의 전환 또한 일종의 모험이었다. 특히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에서 타르코프 이후 나온 대부분의 경쟁작(COD: DMZ, 더 사이클: 프론티어 등)이 F2P 모델을 채택한 상황에서 말이다.

하지만 1,240만 장 판매고는 유료 모델의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플레이어들은 "시간 존중"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었다. 반복 노가다를 강요하지 않고, 인위적 플레이 시간 연장 없이, 순수하게 게임의 재미로 승부하는 방식이 통했다.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F2P가 유일한 답은 아니었다. 오히려 제대로 만든 유료 게임이 더 큰 시장을 열 수 있음을 아크 레이더스가 보여준 셈이다.


🏆 5. 장르, 그리고 스튜디오의 전환점


이처럼, 아크 레이더스의 1,240만 장 판매는 여러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엠바크 스튜디오에게 이것은 "작은 팀의 승리"다. 배틀필드를 만든 베테랑들이 100명 규모로 모여 증명했다. 거대한 조직 없이도, 오히려 작은 팀이기에 과감한 시도와 결정이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게임을 만들었다. "50번 중 한 번만 재미있었다"는 실패를 공개할 용기, 3년간의 재개발을 감행할 결단이 기록적인 판매량으로 돌아왔다.

익스트랙션 장르에게는 "대중화의 증명"이다. 타르코프가 7년에 걸쳐 1,000만 판매로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아크 레이더스는 2개월 만에 1,240만 판매로 장르의 한계를 허물었다. 완전히 새로운 IP로 시작해서 말이다. '익스트랙션 = 하드코어 장르'가 아니었다. 단지 접근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접근성을 높이고, '질척거리는' F2P 요소를 걷어내고, AI와 플레이어 위협의 균형을 맞추자 시장은 10배 이상 커졌다.

게임 산업에게 이것은 "유료 모델의 부활"이라 볼 수 있다. 대다수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F2P로 향하는 시대에, 아크 레이더스는 "플레이어의 시간을 존중하는" 유료 게임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제작 타이머도, 인위적인 노가다도 없이 순수하게 게임의 재미로 승부해도 1,240만 명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음을 보여줬으니.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사에게는 앞으로도 "글로벌 전략의 성공 사례"로 남을 것이다. PUBG 이후 한국 게임사가 관여한 게임 중 가장 빠른 판매 기록을 세운 아크 레이더스는, 넥슨의 종적 확장과 횡적 확장 전략이 모두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설립 초기부터 투자하고, 프로젝트 리셋의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7년간 전폭적으로 지지한 결과다. 메이플 키우기가 기존 IP의 가치를 증명했다면, 아크 레이더스는 신규 IP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패트릭 쇠더룬드 CEO는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는 재미없는 게임을 출시하고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 대신 우리 자신에게 베팅을 했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으며, 플레이어들이 실제로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제작자 대니 오드와이어(Danny O'Dwyer)가 말했듯, 엠바크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높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미지근한 아이디어들을 찢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240만 장'이라는 숫자는 그 두려움 없는 결정들의 결과다. 'PIO-01'를 폐기할 용기, F2P를 포기할 결단, 머신러닝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협해 만들어낸 현실감. 이 모든 것이 모여 익스트랙션 슈터 역사상 가장 빠른 성공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