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찬 변호사 소개
어릴 때부터 게임을 사랑해온 변호사입니다. 손은 굳고 눈도 흐려졌지만, 오늘도 normal 난이도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게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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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12회에 걸쳐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계약서에 상대방의 의무를 규정하는 방법과 계약을 체결할 때 상대방 선택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1. 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의무 조항

우리가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특정한 권리를 취득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파트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해당 아파트를 인도받고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이고, 게임에 대한 마케팅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게임을 효과적으로 홍보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통해 취득하는 권리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의무가 됩니다. 아파트의 매도인은 목적물을 인도하고 소유권을 이전해 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마케팅 회사는 고객사의 게임을 홍보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죠.
권리와 의무는 이처럼 상호 대응하는 관계에 있지만, 계약서에서는 통상 권리를 취득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를 기술합니다. “권리자는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가 아니라, “의무자는 ~해야만 한다.”라고 규정하는 것이죠.
상대방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은 우리가 계약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야말로 계약서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조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은 계약의 궁극적인 목적을 구체화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채무불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채무불이행이란 약정한 대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걸 의미하는데, 계약서에 의무의 내용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야 해당 의무가 이행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의무 조항은 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너무나 많은 종류의 계약이 있고, 설사 같은 종류의 계약이라도 구체적인 의무의 내용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번 칼럼에서 이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다만, 의무 조항을 작성하는데 참고할 만한 몇 가지 팁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우선, 본인이 체결하려는 계약에 대해 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신뢰할 만한 국가기관이 표준 계약서를 제공하고 있다면,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이를 반드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표준 계약서에 기재된 각 당사자의 의무 사항을 읽어보기만 해도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고, 빠진 내용이 없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의무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고,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쓰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을 의뢰하는 계약이라면, 회원가입부터 결제까지 애플리케이션에 포함되어야 할 모든 기능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원하는 디자인이 있다면, 레이아웃을 제공하고 이에 맞추어 개발하는 것을 의무의 내용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연습 삼아, 몇 가지 계약에서 의무 사항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사항들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온라인 마케팅 계약이라면, 광고 콘텐츠는 어떤 형식으로(배너, 영상) 몇 개나 제작해서, 얼마의 기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노출해야 하는지 정해야 할 것입니다.
대금 지급 의무라면, 일시지급인지 분할지급인지, 부가세는 포함된 금액인지, 지급이 늦어질 경우 지연 이자율은 몇 %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 이용 허락 계약이라면, 저작권의 이용 허락 범위, 이용 허락 지역, 이용 허락 기간, 2차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하는지 여부를 규정해야 할 것입니다.
2. 계약서 내용보다 중요한 상대방 선택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계약서를 잘 쓸 수 있을지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계약과 관련해 딱 한 가지 조언만 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계약서를 잘 쓰는 것보다 믿을 만한 상대방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상대방과 다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 흔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예식장은 어디로 할지, 신혼집은 어디에 구할지, 신혼여행은 어디로 떠날지, 예물은 어떤 걸로 할지 등 결혼을 앞두고 합의해야 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모든 것들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해서 결국 파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꾸리는데, 신혼 여행지나 결혼식장이 그렇게까지 중요한가요?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누구”와 결혼하는지 입니다. 착하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게 예물이나 드레스보다 백 배는 중요할 겁니다.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뢰할 만한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믿을 만한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해야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고,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겨도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만약 기존에 거래해 본 경험이 있다면, 종래 경험에 비추어 다시 계약을 체결해도 될지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상대방이라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상대방의 평판이나 재무 상태, 과거의 이력을 최대한 꼼꼼하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계약서 작성과 수정에 시간을 들이시는 것보다 어쩌면 그게 훨씬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핵심 내용 정리
- 계약서에서 당사자의 의무를 규정할 때는 표준 계약서를 참조하고, 최대한 구체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성하라.
- 계약서를 잘 쓰는 것보다, 믿을 만한 계약 상대방을 고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동안 부족할 칼럼을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