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과 산업계 안팎에서 게임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게임산업, 국가 육성 전략 토론회'에서도 게임을 규제의 대상이 아닌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글로벌 게임시장이 2030년 약 7,332억 달러(약 1,06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이미 국가 주도의 공격적인 육성책을 펴고 있다.

이미 비슷한 이름의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절대로 이 법의 보호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그 법 체계 안에 게임을 담으려고 하다 보니까 너무나 제약 조건들도 많고 결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게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지만, 다른 법체계 틀 안에서 문화 콘텐츠를 키워줬으면 한다"라 말하기도 했다.

즉, 게임산업에 딱 맞는 '콘텐츠전략산업 특별법(가칭)'이라는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의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장치 및 설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의 핵심은 대규모 공장을 짓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토지, 수도, 전기 등의 자원을 원스톱으로 공급하고 관련 환경 규제를 풀어주는 데 있다. 부동산이나 공장 설비가 중심이 아닌 게임산업과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

문제는 이 법이 내포한 기술 안보 조항들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국가 기술 보호를 명목으로 강력한 수출 통제 조항을 두고 있으며, M&A(인수합병) 진행 시 국가정보원에 신고 및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엄격한 제약을 가한다. 자유로운 진출과 활발한 투자, M&A가 생명인 글로벌 게임사들에게 이러한 통제는 족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협회 이한범 운영위원장은 "그 법에 들어가는 걸 뜯어말리려고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게임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창의성에서 경쟁력이 나오는 지식정보산업이다. 게임업계가 독자적인 특별법을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협소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작 기반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콘텐츠 생산국으로서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매년 만들어져야 하는 이상적인 제작 편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아 시장의 자율적 기능만으로는 이 규모를 감당할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업계는 이상적인 제작 편수를 만들 환경을 원한다.

게임업계는 지금을 패러다임의 전환기로 본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은 과거 모바일 중심의 내수·동남아 시장을 넘어, 북미와 유럽을 겨냥한 AAA급 콘솔 게임 제작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 이러한 고비용·고품질의 제품 라인업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법률 개정 속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산업의 스테이지 자체를 전환할 수 있는 강력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롭게 제정될 특별법에 △제작비 세액공제와 타당성 확보 △고위험-고수익 구조를 완충할 모태펀드 개편 △사람 중심의 유연한 규제 해소가 담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게임업계가 세제 혜택을 요구할 때마다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히곤 했다. 기존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넘어, 콘텐츠 산업의 본질인 '제작비' 세액공제를 실현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상위 특별법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된 법적 명분이 있어야만 세제 당국을 설득하고 비상한 조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게임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위험 투자(High Risk) 자산이다. 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를 꺼리는 현상을 타개하려면 정부의 매칭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기존에 정부와 민간이 5:5 또는 6:4 비율로 출자하던 것을 특별법을 통해 8:2 수준까지 정부 몫을 끌어올려, 중소·인디 개발사들의 초기 자금 조달 리스크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분담하는 구조가 담겨야 한다.

게임업계는 제조업의 공장 라인과 달리, 창의적 노동이 필수적인 게임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주 52시간제나 유연근무제 등 노동·인재 양성에 특화된 핀셋 규제 완화가 포함되길 원했다.


현재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하는 그릇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쥐고 있다.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이 이들 부처의 논리에 휘둘리거나 종속되지 않으려면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앞장서서 자신들만의 '콘텐츠특별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장 김성회 의원실 측은 "게임이 국가의 중심적인 전략 산업이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라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책을 뒷받침해야 할 문체부나 관련 기관 단위에서 전문가 그룹을 가동하거나 구체적인 입법 연구 용역을 준비하는 기류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법안 제정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범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주도적인 밑그림 작업이 절실하다. 정부가 제도의 뼈대를 세우고, 국회가 입법으로 길을 열며, 업계가 콘텐츠 창출로 화답하는 삼각 공조가 이루어져야 한다.